6.이정옥 전라남도 문화유산 해설사
“해설사인 제가 먼저 담양문화에 감동해 버립니다” 전공교수 찾아다니며 가사문학 공부 시작 10여년 새 문화관광해설사로 전국 유명세 휴일도 없이 직장 연수 등 강의 요청 쇄도 군청 홈페이지엔 이씨 해설
전라남도 문화유산 해설사 이정옥씨는 담양 남면에 있는 한국가사문학관에 근무하며 내방객들을 상대로 가사문학 관련 해설을 하고 있다.
“해설을 하다 매번 담양의 품격 높은 문화에 놀라게 되고 내방객들보다 제가 먼저 감동하게 됩니다. 우리 담양의 문화는 정말 깊고 은은한 멋이 있습니다.”
해설사가 감동하게 되면 내방객들도 더불어 큰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듯 이씨의 해설을 듣고 내방객들이 감동을 받았다는 것은 담양군청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면 얼마든지 확인할 수가 있다. 담양군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칭찬 글을 소개해 본다.
<이정옥씨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우리가 몇 번이나 놀랐습니다. 그 많은 가사문학 작품을 그야말로 흥에 겨워 읊는가 하면 금방이라도 송강이 나올 듯, 매창이 읊는 듯, 홍낭이 서 있는 듯, 물 흐르듯이 줄줄 낭송하기도 했습니다. 또 그 가사에 얽힌 고사와 야사까지 맛깔스럽게 곁들여, 듣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사이사이에 담양의 명소를 소개했는데, 담양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가졌고, 나도 저렇게 고향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되겠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습니다.>
담양군청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이씨에 대한 칭찬 글은 이밖에도 많다. 그리고 칭찬 글을 올린 사람들의 신분도 다양하다. 문인, 주부독서회 회원, 퇴역장교 모임 회원, 정년퇴임 교사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이씨의 해설에 감탄하여 칭찬 글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칭찬 글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담양 여행을 권하면서 가사문학관에 가면 반드시 이씨의 해설을 듣도록 주문도 한다고 한다. 어느새 이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지역과 다양한 계층의 팬들을 갖게 된 것이다.
이씨의 팬들은 서울, 부산, 강릉 등 여러 곳에 있다. 이런 팬들이 입소문을 낸다. 그리고 또 다른 관광객들이 이씨를 만나기 위해, 다시 말해서 이씨의 가사문학 해설을 듣기 위해 담양을 찾고 있는 것이다. 밤늦게 50여명의 관광객들이 이씨의 집에 들이닥친 적도 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이씨가 보고 싶어서였다. 이씨 부부는 서울에서 내려온 이들에게 기꺼이 숙식을 제공했다. 가용주로 담근 술도 이날 밤 동이 났다. 이렇듯 이씨가 하고 싶은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남편 박종삼(담양군청 공무원)씨의 외조 덕도 있다. 남편 박씨는 바쁜 공직생활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고, 서예와 한국화에 열정을 쏟고 있다.
“결혼 해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고 있던 1998년, 전라남도 여성회관에서 전라남도 문화유산 해설사 양성교육이 있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지역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기회가 되어 그 교육과정을 수료하게 되었습니다.”
이씨가 전라남도 문화유산 해설사가 되고 나서 2000년 담양 남면에 한국가사문화관이 건립된다. 가사문학관이 건립되자 이씨는 담양이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산실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독학으로 가사문학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다. 그러던 차에 2001년 담양읍 향교리에 소재한 전남도립대학에서 가사문학 해설사 양성과정을 개설했고. 이씨는 이 과정을 수료한다. 그리고 수료 즉시 가사문학 해설사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해설사로 활동하던 초기부터 이씨는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는다. 2000년 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 홍보대회에서 당당히 금상을 받은 것이다. 그 후 2005년에도 전국 문화관광해설사 홍보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받는다.
늦게 배운 도둑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이씨는 늦게 시작한 고전문학 공부에 밤을 새며 매달린다. 이씨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가는 암기하고 있는 작품의 숫자가 대변한다. 이씨는 현재 면앙정가, 사미인곡, 성산별곡 등 가사문학 작품 10여 편과 고시조 200여 수를 암기하고 있다.
“제가 암기하고 있는 모든 작품들이 주옥같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송순 선생의 면앙정가를 가장 좋아합니다. 봉산면 제월리에 있는 면앙정에 가면 지금도 송순 선생께서 나타나실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최근 들어 이씨는 휴일도 없이 바빠졌다. 쉽게 말해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이다. 직장 연수, 대학특강 등 여기저기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전문학 전공자들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요청도 받고 있다.
“서울, 부산, 강릉 등 먼 거리까지 달려가 강의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 신분이 마음 편하게 강의를 다닐 수도 없어서 휴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주변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고요.”
그렇다면 이씨가 다른 지역에 마음 편하게 강의를 다닐 수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씨의 현재 신분은 가사문학관 청소원이기 때문이다. 담양군청은 군청대로 인력활용의 어려움이 있고, 이씨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청소원의 신분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청소원이 가사문학의 뛰어난 해설사라는 것이 담양의 이미지를 한층 높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역설적인 생각을 해본다. 이를테면 담양의 가사문학관 청소원까지도 가사문학에 통달했다는 역설적인 자랑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휴일이면 이씨 부부는 다른 지역의 문화재를 찾아 나선다.
“그 지역의 문화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그 지역에 강의를 나갔을 때 강의 서두에 그 지역에 대한 문화를 이야기해 주면 무척 좋아합니다. 내가 그 지역의 문화를 추켜세우면 무척 좋아하고 그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습니다. 친해지면 우리 담양을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담양의 가사문학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전공을 한 것도 아니다. 오로지 발품을 들여 전공 교수를 찾아다니며 공부했을 뿐이다. 그리고 어느새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씨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뛰어난 문화관광해설사가 되었다. 담양에 가면 꼭 만나야 할 사람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이정옥’이라는 이름 석 자가 전국적으로 퍼졌다. 무형문화재 문화관광해설기능보유자로 지정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