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음식도 없는 향토음식관?
지역주민 “분식류 위주 천편일률적 식단” 사회단체 “바쁜 영농철에 음식점 하라니”
축제기간 동안 담양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담양고유의 향토음식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 운영하는 향토음식관이 근본 취지와는 다른 분식류 위주로 메뉴들을 구성, 음식관 운영의 목적이 퇴색되지나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향토음식관은 담양을 대표하는 향토음식과 웰빙음식으로 다양한 음식발굴은 물론 지역소득의 증대에도 기여하자는 취지로 12개 읍면에서 1개씩 운영하는 코너다.
하지만 향토음식관에서 떡갈비, 대통밥, 국밥, 죽순요리 등 지역대표 음식을 선뵈려는 당초 방침과 달리 대부분의 메뉴가 국수나 수제비, 탕으로 구성돼 담양의 대표적인 먹거리가 국수나 칼국수 따위인가라는 걱정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실제로 각 읍면별 메뉴를 보면 △담양읍(자유총연맹 군지부)은 칼국수·팥죽 △봉산(여성단체) 다슬기수제비·국수 △고서(여성단체) 쑥수제비·들깨탕 △남면(여성단체) 산채비빔밥 △창평(부녀회) 창평국밥 △대덕(여성단체) 잔치국수 △무정(청년회) 쑥칼국수 △금성(부녀회) 추어탕 △용면(부녀회) 육개장·잔치국수 △월산(여성단체) 팥죽 △수북(부녀회) 떡국 △대전(여성단체) 육계장 등 분식류 일색으로 짜여져 있다.
이처럼 천편일률적인 메뉴가 등장하게 된 것은 대통밥, 돼지갈비, 떡갈비, 죽순요리 등 담양을 대표할 만한 음식점들이 이런저런 이유들을 내세우며 축제기간 동안 입점을 하려하지 않기 때문.
이에따라 군에서는 읍면별 사회단체들에게 음식점을 운영하도록 방침을 정했지만 막상 이를 실행해야 하는 사회단체들의 마음은 편치않다.
지역주민들은 마무리단계로 접어든 딸기를 수확해야 하고 고추모종 이식, 모판만들기 등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영농철이여서 1주일 가까이 시간을 내기란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A면 사회단체 회원은 “금방 따고나서 돌아보면 익어있는 딸기도 다 못 딸 정도로 바쁜 시기에 음식점을 1주일이나 운영해야 한다니 난감하다”며 “며칠간 축제장에 있을 수도 없어 사회단체별로 돌아가면서 하루씩 음식관을 운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B면 관계자는 “전문적인 음식업 종사자가 아닌 일반 가정주부들이 음식을 만들다 보니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것들로 한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수재비가 담양을 대표하는 음식도 아니지만 사정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주민 김모(46·읍 지침리)씨는 “축제장에 향토음식이 없다보니 관광객들이 축제장을 떠나 여기저기 산재한 음식점을 이용하게 되고, 식당들은 식재료가 바닥이 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마당에 구태여 고생해가며 축제장에 입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향토음식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통밥, 떡갈비, 돼지갈비 등을 취급하는 식당들이 축제에 참여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주민 조모(30·수북 수북리)씨는 “메뉴도 비슷하고 맛도 비슷한 상황에서 어느 곳을 찾아야 할지 난감하다”며 “일단 지역의 부스를 먼저 이용은 하겠지만 매번 그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곳을 찾자니 눈치를 봐야 하는 등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 같다”고 푸념했다.
/추연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