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홈페이지 ‘돌담장 철거’ 비난의 글 봇물
슬로시티 창평면을 상징하는 고택의 돌담장이 철거돼 버린 어처구니없는 참사와 관련, 담양군 홈페이지에는 어설픈 행정에 대한 비난의 글이 연일 쇄도하고 있다.
지난 14일 창평군 유천리 삼지천마을내 높이 1.6m, 길이 30m 가량의 돌담장을 굴삭기와 인부를 동원해 철거했다는 소식이 본지를 비롯한 지방지, 중앙지, TV매체를 통해 보도되자 군민과 국민들은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정신적, 문화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분통을 떠트리고 있다.
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행정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는 장탄식의 글이 지금까지 30여건에 이르고 매 글마다 100건 이상씩 조회되고 있는 등 국가 등록문화재인 옛 돌담장의 소실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먼저 작성자 임모씨는 ‘담양군청 실망’이라는 제목으로 “어느 개그우먼의 유행어처럼 ‘참 쉽게도’ 수백년의 역사를 허물어버리네요. 원상복귀하면 옛것이 돌아옵니까”라면서 “제 손에 쥔 소중한 재산을 스스로 차버리는 군청 관계자들의 일방 통행식 행정처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해가 안간다”고 통탄해 했다.
또다른 작성자 김모씨는 “어찌 ‘슬로시티’ 한다는 사람들이 500년 유적을 5시간, 아니 5분 만에 없애버릴 수 있느냐”면서 “이는 모두에게 엄청난 정신적, 문화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모씨도 자유게시판에서 “어떻게 마을 주민들과 합의없이 일이 진행됐는지도 이해가 안되고, 역사적 고증이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일을 진행시켰는지도 의문”이라면서 “말만 슬로시티가 아니라 사업 진행도 천천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모씨는 ‘재발방지’라는 글에서 “도로를 개설하려면 문화재 관리공단에 신고하고 발굴작업이 끝나야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며 “돌담의 해체작업을 추진할 때에도 담당 직원이 상사에게 결재 받았을 것”이라며 행정의 잘못을 질타했다.
김모씨는 “돌담길을 막무가내로 허문 것은 남대문을 불지른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일침을 가했고, 또다른 김모씨는 “집없이 누구누구 생가터라는 표지판으로도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나라도 있다던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홍모씨는 “삼지천마을은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관광상품을 극대화하는 길”이라며 “사진이 남아있으니 원형대로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며 담양군의 각성을 촉구했다.
강모씨는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네요’라는 글에서 “죽녹원 전망대설치, 죽녹원 뒤 가사문학공원 도로를 아스콘으로 포장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문화재 돌담까지 허물 줄 누가 알아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문화재를 잃은 아픔을 이같이 표현했다.
한편 철거된 돌담길은 문화관광부 265호 등록문화재인 담양 삼지천 돌담장의 일부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한적하고 여유로운 전원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어 슬로시티 창평의 이미지를 간직한 상징적인 구역이었다.
/ 설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