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평 삼지천마을 돌담장 ‘복구 아닌 복원’한다더니…

원형과 다른 한심한 돌담장 ‘논란’

2009-04-30     마스터



정겨운 느낌을 주는 철거되기 전의 돌담장.



원형과 다르게 쌓아진 복구 이후의 돌담장.

<속보>담양군이 훼손시킨 창평면 삼지천마을의 돌담장에 대해 ‘원형대로 복원하겠다’고 약속을 해놓고도 ‘복원이 아닌 복구’ 수준으로 본래의 모습과 판이하게 담장을 쌓아 논란이 일고 있다.
비난여론이 들끓던 지난 17일 담양군은 전격적으로 담장복구에 착수, 사흘만인 지난 19일 현문과 기와잇기만을 남겨둔 채 대부분의 담장을 다시 쌓았다.


담양군이 굴삭기 등을 동원해 철거해버린 돌담장은 원만한 선형으로 울퉁불퉁해 자연스러우면서도 정겨운 느낌을 줘 슬로시티 이미지가 함축된 곳이었다.
전남도는 이례적으로 국가등록문화재를 철거한 담양군의 엉성한 행정에 대해 감사명령과 함께 원형대로 복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따라 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문화재위원의 자문과 고증자료를 바탕으로 숙련된 전통담장 시공기술자를 동원해 보수, 원형에 가깝도록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담양군이 문화재위원과 전문 시공자에게 의뢰해 쌓은 담장은 일직선인데다 자연스런 모습마저 느낄 수 없어 ‘과연 원형복원을 한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민 고모씨는 “구불어지고 울퉁불퉁한 모습으로 정감을 주던 원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반듯하고 야트막한 이상한 담장이 들어섰다”며 “먹줄을 튕기고 굴삭기를 동원해 하루 이틀 만에 뚝딱 해치우는 것이 ‘철저한 고증에 의한 문화재의 원형복원’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주민 김모씨는 “담양군은 ‘느리게 사는 여유’라는 슬로시티의 의미를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며 “담장을 굴삭기로 갑자기 무너뜨려 버리더니 복원하는 것도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해치우는 것이 슬로시티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민 박모씨는 “문화재 전문가들을 불러 복원한다기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짝퉁 수준도 못되는 한심한 담장을 만든 꼴만 보게 됐다”고 혀를 찼다.


군 관계자는 “문화재위원의 현장자문을 받아 전문기술자들이 시공토록 했다”며 “45㎝ 높이의 기와잇기를 감안해 담장의 높이를 낮췄으며 고증결과 담장터가 일직선으로 돼 있어 반듯하게 쌓았기 때문에 원형과는 다른 느낌이 들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김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