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인물지도’ 필자 설재록 씨를 만나다
“역사의 가장 중요한 골격은 사람이죠” 작가 설재록이 그리는 담양 인물지도 회를 거듭할수록 독자들 뜨거운 반향
외국에서 시집 온 여자를 왜 쓰느냐고요?
인물지도는 담양 출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담양과 관련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씁니다
10년 이상 담양의 하늘 아래서 담양 땅을 밟고 살면
담양 사람이지 어디 타지역 사람입니까
글로벌시대에 그런 논의 자체가 낡은 생각들이지요
본지에 연재 중인 ‘작가 설재록이 그리는 담양 인물지도’가 회를 거듭할수록 독자들의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17년 담양 천년을 맞아 연재되고 있는 담양 인물지도의 필자 설재록 씨를 만났다.
― 여러가지로 바쁜 가운데도 우리 담양군민신문에 좋은 글을 연재해 주신데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매회 인물을 선정하고, 취재하고, 원고를 마무리해 신문사에 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현직 교사입니다. 그러므로 취재는 주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연재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주말이 아예 없어져버렸습니다.
하지만 매우 즐겁습니다. 참으로 큰일을 시작했다는 책임감도 있고, 독자들로부터 격려의 전화를 받을 때는 보람도 느낍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나이를 많이 먹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고향을 위해 자그마한 보탬이라도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취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 주는 군민신문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 독자들은 인물 선정에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매우 신선하다고 말하는 독자들도 많습니다.
“인물지도를 그리는 데 있어서 인물 선정은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하면서 작가 개인적인 취향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인물을 선정할 때는 미리 주위의 여론도 들어보기도 합니다. 인물 선정이 의외라든가 신선한 맛이 있다는 반응은 연재를 시작하면서 예견했던 것인데 독자들이 그렇게 보아 준다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독자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지면에서 다루었던 인물지도, 이른바 인물사(人物史)는 대단히 도식적인 면이 많았습니다. 다루어지는 인물들이 대부분 명망가(名望家)들이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러다 보니 무명의 민초들, 다시 말해서 실질적인 역사의 주역들이 배제되어버린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일반적인 생각의 틀을 깨보자는 데서 민초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야 독자들도 읽는 맛이 더 날 겁니다.
역사의 가장 중요한 골격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사건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인물지도는 그냥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모여 또 하나의 담양의 역사가 되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어떤 독자들은 외국에서 시집 온 여자를 담양 인물지도에 쓰느냐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건 이해부족이라고 봅니다. 인물지도는 담양 출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담양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겁니다. 그리고 타향 사람이라도 10년 이상 담양의 하늘 아래서 담양 땅을 밟고 살면 담양 사람이지 어디 타지역 사람입니까? 글로벌시대에 그런 논의를 한다는 자체가 너무도 낡은 생각들이지요.
또 이런 저런 사람은 왜 안 쓰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그간의 내력을 보면 선정해야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정치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한은 쓸 수 없습니다.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 자연인의 입장이 되었을 때는 반드시 쓰게 될 겁니다.”
― 앞으로 연재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계십니까?
역사에 있어서 기록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역사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소홀한 면이 있었습니다. 역사는 기록되고 또 보존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연재가 성과물이 얻어지면 한 권 두 권 책으로 묶어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 연재와는 관계가 먼 질문입니다만 소설가로서 계획이 있으시다면?
“질문을 받고 보니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담양이 낳아주고 길러 준 소설가입니다. 그런데 변변히 소설도 못 썼을 뿐더러 지금까지 한번도 고향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것이 고향에 대한 마음의 빚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담양을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을 구상하면서 여러 통로를 통해 자료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제가 올해로서 소설가가 된 지 36년이 되었습니다. 40년이 되기 전에 담양을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을 완성할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 밝히자면 ‘가마골’과 ‘담양 사람 전우치’라는 제목의 두 장편소설입니다. 그 일을 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고향에 대한 은혜 갚음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일이 마무리되면 그 다음에 또 다른 생각을 하겠습니다. 담양 인물지도 그리는 일은 여력이 닿는 한 계속할 겁니다.
저에게 담양 인물지도를 그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준 군민신문에 거듭 감사를 드리며, 사소한 이익에 흔들리지 말고, 바른 소리를 내며, 군민의 진정한 대변자가 되는 신문이 되라는 부탁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