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쌀로 빵을 만드는 (주)파밍하우스 대표 강준구씨
10년 내다보고 경영하면 100년 가는 기업이 됩니다” 예전에는 쌀이 소중한 주식이었지만 이제 쌀이 남아도니 빵도 만들어야 합니다 입맛에 길들여진 밀가루빵이 부드럽다는 것은 부드럽게 하는 유화제를
주식회사 파밍하우스 대표 강준구씨를 만나기 전에 평소에 빵에 대한 필자의 선입견을 정리해 봤다.
‘빵은 우리 고유의 먹거리가 아니다. 요즘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빵들의 재료는 십중팔구 미국산 수입밀가루일 것이다. 빵의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서는 유화제를 집어넣어야 하고, 유통기간 중 변질을 막기 위해 다소의 방부재도 들어갈 것이다. 빵은 간식일 뿐이지 주식은 아니다.’
그런데 강준구씨를 만나고 나서 내 선입견은 너무도 빗나갔다는 걸 알았다.
주식회사 파밍하우스(Farming house)는 어떤 회사일까?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런데 ‘강동오케익’이라고 하면 어디선가 한 번 쯤은 그 간판을 보았을 것이다. 강동오케익은 광주전남지역에 서른 곳 가까이 체인점을 내고 있다. 외국에 본사를 둔 굴지의 제빵제과업계들이 골목까지 파고들어 체인점을 내고 상권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에서 강동오케익은 지역 업체이면서도 용감하게 그 이름을 내걸고 있다. 이 강동오케익이 바로 파밍하우스의 브랜드인 것이다. 파밍하우스가 든든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이 담양읍 가산리이다.
그럼, 강동오는 누구일까? 파밍하우스 대표 강준구씨의 친동생이다. 그리고 강동오는 광주전남 제과기능장 1호이다. 동생 강동오가 기능장이 되자 강씨는 현재의 부지에 강동오케익 공장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주식회사 파밍하우스로 변신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강동오케익이 이익을 많이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세의 부담이 적어지니까 수입밀가루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자유무역협정이 단기적으로는 원가절감을 가져올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농산물은 의 설 자리를 빼앗아가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값싼 수입 밀가루를 안 쓰고 우리 지역의 농산물을 쓰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파밍하우스는 2008년 한 해 지역에서 생산된 쌀 30톤을 소비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 농산물 딸기, 복분자, 매실, 울금 등을 다량 소비했다.
“사실 원가비교를 했을 때, 우리 쌀은 수입 밀가루보다 3배가 높습니다. 그래도 쌀을 쓰고 있습니다. 10년을 내다보고 기업경영을 하면 그 기업은 반드시 100년 가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빵의 역사는 구한말 때부터 시작이 되었으니까 100년이 됩니다. 그 100년 동안 우리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빵은 밀가루로 만든다는 고정관념이 박혀버린 겁니다. 쌀로 빵을 만든다면 지레 맛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쌀로도 얼마든지 맛있는 빵이 만들어집니다. 예전에는 쌀이 소중한 주식이었으므로 쌀로는 밥 외에 다른 음식을 만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쌀이 남아도는 세상이니까 당연히 빵도 만들어야 합니다.”
강씨는 (주)파밍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변신하면서 빵의 재료를 쌀로 바꾸었다. 믿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같은 업계의 사람들조차 쌀가루에다 밀가루 몇 퍼센트를 섞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쌀빵은 밀가루빵에 비해 부드러운 맛이 덜한 것은 아닐까? 필자는 이 점에 대해 물었다.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미국산 밀가루빵에 입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빵은 부드러럽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빵이 부드럽다는 것은 그만큼 음식을 부드럽게 하는 유화제라는 약품을 많이 넣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몸에 좋을 리 없습니다.”
파밍하우스에서는 ‘로컬 푸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로컬 푸드 운동’이란 다시 말해서 ‘신토불이(身土不二)’ 정신을 지켜나간다는 것이다.
“물질문명의 혜택이 많은 도시보다 두메산골 사람들, 그 가운데서도 문맹자(文盲者)들이 장수(長壽)합니다.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 대신 자연식품(自然食品)을 먹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로컬 푸드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소비자의 건강도 지키고, 우리 농산물을 소비해 농촌경제에도 보탬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기업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새로운 목표를 정한 파밍하우스는 우리 농산물로 빵을 만들겠다는 구상 외에도 청소년 교육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청소년은 미래의 고객입니다. 그들에게 올바른 먹거리가 무엇인가를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야 파밍하우스의 장래가 있고, 우리 농촌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빵은 이제 간식(間食)이 아닙니다. 이미 주식(主食)이 되어버렸습니다. 예전에는 경기에 따라 빵의 소비가 달라졌는데, 이제는 불경기라고 해도 빵 소비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주식이 되었다는 반증입니다.”
필자는 강 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빵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요즘 그는 전통(傳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세계는 하나의 지구촌이 되었습니다. 음식도 국경이 무너졌습니다. 그런데 전통음식만을 강조하다 보면 우리의 음식은 지구촌에서 설 자리를 잃고 맙니다. 전통을 기본으로 하되 다른 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는 일도 고민해야 합니다. ‘제3의 물결’의 저자인 앨빈 토플러는 발효식품을 제3의 맛이라고 했습니다. 발효식품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장아찌류를 들 수 있습니다. 장아찌는 대한민국의 대표 음식입니다. 이걸 세계 시장에 내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전통 장아찌 가지고는 경쟁을 할 수 없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퓨전 장아찌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파밍하우스에서는 이 사업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그는 이 일을 실현하기 위해 세계 각처에서 열리는 식품박람회에도 열심히 찾아다닌다. 그가 하는 일이 빛을 보게 된다면 파밍하우스가 자리 잡은 담양읍 가산리의 명성도 세계에 날리게 될 것이다.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 그는 용면에 살고 있는 신지식인 이순자씨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이순자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선생님을 통해 색(色)과 향(香)을 먹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먹어야 할 색과 향도 우리 농촌에 아주 많이 있습니다. 딸기, 복분자, 울금 등이 모두 그것들입니다. 우리가 쓰는 그 원료들은 모두 담양산입니다. 자신 있게 말씀 드리지만 파밍하우스에서 사용하는 모든 원료는 초콜릿처럼 어쩔 수 없는 것만 빼고는 우리 농촌에서 생산되는 것입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촌이 몰락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설재록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