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처음 마음가짐으로

김승자
얼마 전까지 황금물결이 일렁이던 들판 여기저기에 서있던 허수아비들의 모습은 농민들의 가을걷이와 함께 사라지고 어느새 찬바람과 함께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이 왔다. 이렇듯 계절과 함께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만물을 보면서 우리네 인생을 생각해 본다.
광주지방보훈청 보훈도우미 일을 해온지 3년이 다된 지금 여러가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가족처럼 여겨지는 보훈대상자 어르신들과의 추억을 떠올려 본다.
6·25전쟁 당시 몸 바쳐 나라를 지키다 먼저 돌아가신 남편을 평생 기억하며 홀로 자녀들 뒷바라지로 힘들게 살면서도 보훈청 연금이 있어서 고맙다고 하시는 미망인 어르신들, 자녀들 생활이 힘들다며 연금을 모아 생활비를 보태 주시는 어르신, 중년이 된 외아들의 수술비를 보태면서 본인건강보다 자식 건강을 더 염려 하시는 어르신 등 어려운 처지임에도 천사같은 마음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수건이나 양말 하나도 세탁하기 힘들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지만 도우미 오는 것만 봐도 금새 표정이 밝아지시는 어르신, 중풍으로 방안에만 계시면서 수염과 손, 발톱 깎아 달라고 기다리시며 이불에 실례를 해 놓고 조금은 겸연쩍어 하시는 어르신, 병원 수술 과실로 인해 평생 기저귀를 착용해야 하면서도 보훈청에서 지원하는 요실금 기저귀로 인해 보훈청에 감사하다며 춤추듯 기뻐하시는 어르신 등 모두가 도우미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군 복무 중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아들을 하늘로 먼저 보내고 마음고생 많았던 노부부 어르신들, 건망증과 우울증이 심하여 방문할 때마다 하소연을 털어 놓으시며 눈물 흘리시는 어르신, 방안 한 쪽에 이름 모를 약 봉지가 즐비하여 챙겨 드시는 것도 번거롭게 여겨지는 안타까운 어르신 등 사연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지난 9월 몸이 좋지 않아 수술과 치료로 한달여 가까이 자리를 비운 뒤 보훈대상자 가정들을 다시 방문했다. 재가복지서비스 특성상 대상자 분들이 대부분 고령이시고 열악한 환경이지만 본인들 보다 내 걱정을 더 해주시면서 두 손을 꼭 잡고 반가움과 기쁨에 울어 주시던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
연로하시고 편찮으신 보훈대상자 어르신들의 노후가 복되고 평안하시게 열심을 다하고, 또 사랑의 전도사로서 늘 처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는 보훈도우미가 될 것을 다짐해본다.
/광주지방보훈청 담양군 보훈도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