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기-전화사기를 당하지 맙시다

2009-12-21     마스터

요즘 무척 세상이 각박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주위에서 검찰·우체국 등을 사칭한 사기전화가 극성을 부리더니, 이제 자식을 납치하는 수법까지 등장했다.
이는 아들·딸이 납치돼 있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을 부모가 없을 것이란 지능적으로 악용한 수법이다.
나도 아들을 납치했다는 끔찍한 전화를 받고 꼼짝없이 당한 일이 있다.
그들의 수법에 당했다는 사실이 창피하지만, 나같은 순박한 사람들의 피해가 더이상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용기를 내본다.
며칠전의 일이었다. 항상 하루 일과가 그렇듯이 하우스에서 일을 하다가 어른의 점심식사 준비를 위해 집에 들렀다.
그때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뭔가 불길한 예감으로 전화 수화기를 잡는 순간 내 아들의 이름을 대면서 아들집이 맞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다짜고짜 아들을 납치해 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윽박지르면서 구타하는 소리와 함께 아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난 모든 이성을 잃어버렸다.
아들을 납치해 감금하고 있으며, 울부짖는 아들의 목소리에 내 머릿속이 하얗게 백지가 돼 버렸다. 신고를 해야한다거나, 사기일 것이라는 등의 상상을 할 수 없었다.
오직 아들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전화의 요구대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난 당했다.
독버섯처럼 유행하고 있는 인터넷 전화사기에 돈을 잃고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주의 사람들로부터 이런 바보, 참 미련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러나 아들을 납치했다고 사기를 치는데 침착하게 대처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기대라는 생각이다.
그들은 대담했다. 그들의 요구대로 돈을 건넸는데, 또 돈을 요구하자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오고서야 난 사기전화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때서야 정신이 돌아와 이성을 찾을 수 있었다.
행정기관과 각종 모임에서 이같은 사기전화에 조심하라고 교육도 받고 많은 조언도 들었다.
아무리 조심을 한들 인터넷 사기전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되고 있는데, 이들을 검거하는 정보망이 이토록 허술한지 답답할 뿐이다.
그놈의 목소리에 끌려다니는 순간들이 얼마나 악몽이었는지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알려야 나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없기를 바란다.
빨리 잊어야겠지만, 휴유증으로 한참을 힘들게 살아야 할 것 같다.
이것이 현실이 아니고 사기였다는 것이 어쩌면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김정희 담양군민신문 무정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