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평음식축제가 공연축제로 ‘변질’
야시장에 이벤트 위주 진행 ‘주객이 전도’ 야시장 바가지 시비…슬로푸드 취지 무색

창평전통음식축제라는 취지에 걸맞게 마련된 전통음식관 코너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한 반면, 무대 주변 야시장에만 인파가 붐벼 대조를 보였다.
느림보마을 창평면의 슬로시티 전통과 솜씨가 선을 뵌 제6회 창평전통음식축제가 지난 12~14일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연인원 2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된 이번 축제는 이벤트 위주의 진행과 축제의 주무대를 점령한 야시장으로 축제를 준비하는 주민과 관광객들이 한데 어울려 슬로푸드를 체험하고 다채로운 공연 및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한다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축제에서 음식과 직접 관련된 프로그램으로는 ▲엿치기 ▲한과 빨리 먹기 ▲숨은 엿을 찾아라 등 3가지 뿐이며 창평골 노래마당 및 초대가수 축하공연을 비롯 비보이 댄싱, 7080 라이브콘서트, 빛고을가요 차차차, 불꽃놀이, 품바공연, 밸리댄스 공연 등 음식축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제6회 창평전통음식축제는 음식과는 상관없는 대형 이벤트공연에 예산을 쏟아 붓고 바가지 상혼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야시장으로 인해 축제의 본뜻을 잊고 말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슬로시티 창평의 ‘슬로 푸드’를 맛보게 하고 체험도 할 수 있게 한다던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수천만원짜리 노래판이 연일 계속돼 ‘이것이 과연 전통음식축제인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또 요란한 메뉴만 있을 뿐 원산지표시도, 가격표시도 없는 야시장은 들쭉날쭉한 가격으로 손님들에게 바가지 요금을 씌워 손님들과 여러 차례 실랑이를 벌이는 광경이 심심찮게 목격돼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뿐만 아니라 축제의 주무대인 창평시장 광장을 차지해야 할 전통음식 전시 및 체험·판매 코너는 이벤트공연장과 야시장에 자리를 내준 채 장옥건물 뒤편으로 밀려나는 등 축제의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민망한 축제로 전락된 것은 축제 주최측이 사람을 끌어들이는데만 몰두한 나머지 4천만원의 예산가운데 절반이 넘는 2천250만원을 이벤트 비용으로 책정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말해 행사준비 비용은 많이 소요되는데 사용할 수 있는 돈은 한정돼 있어서 주최측이 궁여지책으로 이벤트 업자가 소개한 야시장 업자에게 축제장에 필요한 천막설치 비용 500만원을 부담하게 하는 대신, 야시장 업자의 입맛에 맛는 노른자 장소를 내주는 우를 범했다는 분석이다.
창평면민 A(45·삼지내마을)씨는 “우리가 음식축제를 위해 교통정리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야시장 업자들이 편하게 장사하라고 교통정리를 해주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마을별로 전통음식을 만들어 전시하고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게 한다더니 전통음식은 장옥 뒤편에 밀쳐 두고 손바닥만한 장소에서 판매하게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음식축제장을 찾은 주민 B(43·월산면)씨는 “전통음식축제라고 하기에 음식경연대회도 보고 이것저것 시식도 하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야시장에 노래판만 벌이지는 꼴사나운 모습만 보고 말았다”며 “전통음식축제라는 말을 하지 말고 차라리 ‘야시장 개설’이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처사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