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해버리니 인자 잠 좀 자겄소”

16~19일 담양 구제역 예방접종 ‘현장 르포’ 설 전까지 항체 형성 목표로 접종 강행군 비 감염된 소여서 출하 가능하다니 다행

2011-01-19     마스터

담양군은 지난 16~19일까지 소 3만3천900두와 돼지 774두를 대상으로 구제역 예방접종을 마쳤다.

“어쩐다고 이런 병이 다 있어 갖고 이 고생인가 모르겄소. 인자 잠은 좀 편히 자겄네.”

지난 16일 구제역 예방접종을 마친 김모(용면 두장리)씨는 그 동안 방제로 심신이 피곤했음을 털어 놨다.

소를 키운 지 15년째 된다는 김씨는 구제역 발생 후 행여 키우던 소들이 병에 감염되지나 않을까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제를 잘해 우리 담양을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만들어 대숲맑은 한우를 명품한우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결국 구제역 예방접종을 하게 돼 서운함도 있다고 말했다.

바로 이웃에서 소를 키우고 있는 이모씨도 “그래도 살처분 하는 것보다는 안 났소? 그놈들을 내손으로 죽이 것보다는 났제” 라며 구제역 예방접종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접종자, 보정인력, 공무원, 축협직원 등 6명으로 구성된 접종조는 각자 주어진 역할을 담당하는데 축산인으로 구성된 보정인력이 예방접종이 쉽도록 먼저 소를 보정하고 나면 접종자가 예방접종을 했다. 공무원과 축협직원은 백신 공급과 공병회수 및 접종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접종 후 귀표관리 등 접종개체 관리를 맡았다.

접종할 백신은 2~8℃에서 얼지 않은 상태로 보관되어야하는데 접종당일 영하 10℃를 오르내리고 있어서인지 보냉병에 담아왔다.

접종자는 백신 2㎖를 목부위에 주사한 뒤 “소를 오래 키우다 보니 별일 다 해본다”며 “임신한 소에다가도 접종해도 되고요, 우리 담양은 비 감염지역이기 때문에 접종했으니까 내일 당장 출하해도 된다”고 교육받은 내용을 얘기했다.

접종이 끝나자 축협직원은 소의 귀표를 확인한 뒤 접종결과를 기록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축사의 모든 소를 접종할 수 있었다. 접종조는 공병을 수거하고 입고 왔던 방역복과 장갑, 마스크, 일회용 장화, 주사기 등을 농장주에게 건네주고 바쁘다며 다음 농장으로 떠났다.

건네받은 방역복에 불을 붙이며 김씨는“항체 형성률이 85%밖에 안 된다는데…”라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부작용에 내심 걱정스런 눈치였다.

재난상황실에서 만난 김영대 담양군 한우담당은 “우리 담양은 방제를 잘해 아직까지는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설 명절을 앞두고 방제가 걱정 됐는데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담당은 또 “다행히 설 연휴기간을 슬기롭게 넘긴다 해도 12개 방역초소를 운영하는데 하루 약 1천만원 정도가 소요되고요, 모든 주요 도로를 차단하고 농가 소독도 해야하는 등 많은 불편이 야기된다”며 방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접종 후 7~14일이 지나야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설 연휴 전까지 항체를 형성시키려면 적어도 16일부터 접종을 시작해야한다며 일요일인데도 접종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담당은 “접종을 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은 아니예요. 항체가 형성될 때까지는 방제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며 접종 방제에 대한 관심이 헤이해질까 하는 우려와 함께 축산농가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설재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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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3만3천900두, 돼지 774두 접종

담양군은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설 연휴기간을 구제역 확산의 최대고비로 보고 설 연휴 전 항체형성을 목표로 16일 접종을 시작해 19일에 마쳤다.

예방접종 첫날인 지난 일요일 등산복 차림으로 읍면 순시에 나선 최형식 군수는 “설 연휴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고향을 찾아오실 텐데, 실질적인 방제를 기대하기란 어렵다”며 구제역 예방접종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뒤 “나 역시 대숲맑은 한우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여기지만 지금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축산농가의 협조를 부탁했다.

이번 예방접종은 관내 소 1천503농가 3만3천900두와 종돈장 1농가의 돼지 774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접종 후 항체형성까지는 7일에서 14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 각 실과소와 축협의 인력지원을 받아 수의사와 공무원 등 6명으로 구성된 70개 조를 편성해 일요일인 지난 16일에 접종을 시작해 19일에 마쳤다.

구제역 예방접종은 가축전염예방법에 의거 실시하는 것으로 미 이행한 농가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 구제역 예방 백신=구제역 예방 백신은 메리알(Merial·프랑스)사와 인터베트(Intervet·네덜란드)사 두 곳에서 수입된다. 하얀색 액체의 메리알사 약품 1통은 100㎖로 소 50마리 분량이다. 상시 저온 보관이 필수적이다. 가격은 국제입찰 정보 보호를 위해 밝히지 않고 있으며, 투약 후 문제가 발생한 농가에는 전액 보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