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철홍 도의원-학교란 무엇인가?

박철홍 도의원
우연히 EBS방송국에서 교육대기획 10부작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프로를 보았다.
세계의 다양한 학교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학교가 가야할 길을 제시 했는데 그 중 나는 영국의 썸머힐 학교에 큰 관심이 갔다. summerhill학교는 1921년 A.S.니일이 세운 사립학교 이다. 나는 그 프로를 보는 내내 정말 한 번 다녀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짜여 진 틀 안에서 통제와 간섭으로 이루어진 현재 우리나라 기존학교들과는 대조적이다 못해 어쩌면 “이렇게 해서 교육이 될까”라는 의심마저 들었다. 수업을 비롯한 모든 것이 철저하게 학생들의 자유와 자율에 맡겨진, 요즘 TV에서 방영하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법한 그런 학교가 거기 있었다.
썸머힐 학교는 수업에 대한 출석이나 시험. 숙제. 성적표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이 학생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지만, 전교 자치회라는 민주적 방법을 통해 앞으로의 삶에 대한 규제나 규칙 등을 배우고, 자유로운 삶을 통해 개인의 자아계발과 창조적 활동을 돕고 있는 학교이다. 하지만 선진교육의 본고장이라는 영국에서도 이 학교는 파격이었다.
1990년대 말 영국교육청은 이 학교가 수업은 하지 않고 아이들을 방치해놓는 다는 명목으로 폐교조치를 취하려 했다. 이에 대항해 썸머힐 학교당국과 재학생, 졸업생 학부모들은 법원에 소송을 내고 끈질긴 법정투쟁 속에서 승리를 이끌어 냈다. 영국 법원은 ‘교육은 학교 수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도 이 판결을 내리기 까지는 데 깊은 고민을 했는데 썸머힐 재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100% 썸머힐 학교에 대한 만족도와 졸업생들의 진로를 살펴본 결과 정상적인 학교 학생들에 비해 학문 면에서나 사회적인 면에서 전혀 뒤떨어지지 않은 것을 보고 썸머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흔히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을 '입시위주의 교육', '출세위주의 교육', ''주입식 교육' 이라 한다. 즉 인간의 잠재 능력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기 보다는 오히려 잠재된 능력을 파괴하며, 개인의 자율적 행위를 극도로 제한하고 줄 세우기 성적 등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는 비인간화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런 비판들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이 학벌중심 현실사회의 충실한 외부적 목적에만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이다. 그러한 것을 알면서도 학교교육을 변혁시키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SKY로 대변되는 일류대출신들이 우리나라 사회지도층 90% 이상을 싹쓸이하는 현실에 있다. 이런 사회 상황에서 그 어떤 교육당국도 학교도 학부모도 학벌중심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즉 사회의 광범위한 변화가 선행되어야만 교육의 변혁이 가능하다.
그래도 광주, 전남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교육감을 당선시킴으로서 교육 변혁의 조짐을 보였다. 기대를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오로지 일류대만을 향한 극단적인 줄 세우기식 비인간화의 온상인 우리 교육의 결과는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끔찍할 수 있다. 인간의 잠재력을 개발해 주고 전인적인 인간으로 키워 준다는 학교 본래의 사명은 이상이 아니다. 학교가 생긴 이래 수백년간 지속되어온 학교의 명확한 현실적 목표이다. 그런데 입시위주 교육에 함몰되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수백년간 지속해온 학교 현실적 목표가 꿈도 꾸기 힘든 이상으로 변해있다. 이제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현실적인 교육목표가 이상으로서만 더 이상 치부되어서는 안된다.
썸머힐 같은 학교는 아닐지라도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인식하도록 이끌어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우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학교의 본래의 목적이 살아 숨 쉬는 그런 학교로 거듭나도록 사회변혁운동이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