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설재록 작가 연재 ‘천년담양 인물지도’ 책 발간

2011-11-10     마스터

출판기념회 : 11월 24일 오후 3시, 담양문화회관

본지가 지난 2009년 연중 기획으로 작가 설재록 씨와 담양 定都 천 년을 대비하기 위해 연재한 인물지도를 엮어 책으로 발간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화상을 그려내기 시작한지 3년만에 각 33명의 삶의 이야기들을 1·2권에 담아 세상에 내놓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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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서―

“역사의 골격은 사람이다.”

설재록/소설가

역사의 골격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건은 사람이 만든다.
나는 담양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천 사람의 인물지도를 그리기로 했다. 이 인물들의 이야기는 특정인의 이야기이지만 그 많은 사람들의 삶의 자취들이 모아지면 또 하나의 담양의 역사가 될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인물(人物)’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 인물이라고 하면 이른바 ‘출세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저명인사이어야 하고, 명망가(名望家)만이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 그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낱낱의 인물인 것이다.
하나의 드라마 속에도 주역이 있고 조역이 있다. 드라마의 이야기가 전개되기 위해서는 어떤 배역이 중요한가는 어리석은 질문이다. 주역(主役)이나 조역(助役)이나 그 중요성은 같다. 그런데도 조역은 주역의 그늘의 가려져 평가를 받지 못한다.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른바 지도자라는 사람의 이름은 세세토록 전해지면서도 민초들의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에 묻히고 말았다. 지금까지 쓰인 대부분의 인물사(人物史) 역시도 민초들을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시각을 달리해 민초들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그러니까 내가 그려나가는 ‘천 년 담양 인물지도’는 굳이 구분을 하자면 ‘정사(正史)’가 아니라 ‘야사(野史)’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이 책에 실린 이야기를 가지고 ‘그런 사람이 인물감이냐’라는 생각을 한다면 필자의 의도를 헤아려주기를 바란다. 후세 사람들이 ‘예전에 그렇게 살았던 사람도 있었나?’라는 생각을 해 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천 년 담양 인물지도’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천 년 담양 인물지도’는 담양에서 출생하여 담양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담양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외국에서 담양으로 시집 와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도 쓰고, 담양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긴 세월 담양의 하늘 아래서 담양 땅을 밟고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도 쓴다. 타향에서 담양으로 이사 온 사람도 10년 넘게 살면 담양 사람이지 타 지역 사람이 아니다. 그런 논의를 한다는 자체가 글로벌시대에 맞지 않은 낡은 생각이다.

인물을 선정하면서 내 개인적인 취향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고, 타당성과 객관성이 있어야 하기에 주위의 의견도 참고하였다. 그리고 나와 함께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한정을 했다. 만나서 그 사람의 삶을 직접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람의 체취까지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의 이야기는 왜 안 쓰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그간의 내력을 보았을 때 당연히 선정해야 할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한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 자연인의 입장이 되었을 때는 반드시 쓸 것이다.

나는 금자탑(金字塔)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 나와 함께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 중에는 어떤 사람이 있는가를 알아보고 싶었을 뿐이다.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낱낱의 이야기를 모아 ‘군상도(群像圖)’를 그리고 싶었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는 알 수 없다.
내디딘 걸음 끝까지 걸어가겠다.


2011년 11월, 저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