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공인답게 신중한 언어사용을

추연안 편집차장
망상(妄想)이라는 단어를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병적으로 생긴 잘못된 판단이나 확신, 즉 사고(思考)의 이상 현상이라고 정의되어 있으며 일생생활에서는 긍정적인 뜻으로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부정적인 의미를 간직한 망상이라는 단어를 담양군의회를 상대로 보고회를 갖는 자리에서 담양교육의 수장인 교육장이 불특정 주민들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담양교육지원청이 전정철 의장과 군의원들, 교육청 관계자 및 군 교육업무 담당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담양군의회에서 ‘2011년도 담양군 교육지원사업 성과 보고’를 실시했다.
정기권 교육장은 담양군과 담양교육지원청이 지역교육 활성화를 위해 금년에 추진했던 사업들의 성과를 보고하고 내년에 추진할 사업들에 대해 설명했다.
설명을 청취한 김정오 의원이 “매년 평균적으로 30~40명의 담양학생들이 광주로 전학을 가는데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또 광주와 담양을 비교했을 때 담양이 추진하는 교육정책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정 교육장은 “관내 중학교 선생님들도 훌륭하게 잘 가르치고 있는데 담양에 있는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광주에서 교육을 받으면 공부를 더 잘 할 것이라는 교육적 망상에 사로 잡혀 보다 좋은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이 교육을 받기를 원해 학생들을 광주로 전학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같은 교육장의 발언에 대해 윤영선 의원이 “담양교육의 수장이라는 교육장이 학부모들에게 ‘망상’이라는 말이 뭐냐”고 지적하며 발끈하고 나서자 정 교육장은 곧바로 단어사용이 잘못됐다고 사과했다.
공적인 자리에 선 공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 교육장의 말실수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정 교육장의 발언으로 미뤄보면 그는 평소에 자식들을 보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광주로 전학보내는 담양의 학부모들을 ‘교육적 망상’에 빠져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는 사회를 살고 있는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여건만 주어진다면 자식에게 보다 나은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고 싶은 마음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러한 부모들의 마음을 ‘아이들을 광주로 전학을 보내는 학부모들은 교육적 망상에 빠졌다’라고 치부하는 것은 일선 교육을 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취할 태도가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정 교육장은 금년 초 공모제를 통해 담양교육지원청 교육장에 임용됐다.
특히 교육혁신을 강조하는 민선5기의 정책적인 배려에 힘입어 담양군의 막대한 예산지원으로 다양하고 획기적인 사업들을 추진, 소기의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학부모들을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라고 무시하고 있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치적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