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재산 사회에 헌납합니다
무정 성도리 김점순 여사 뜻깊은 팔순宴 기업가 5형제 모든 재산 사회환원 약속

19일 무정면 성도리에서 열린 최원호씨(태화기업 대표)의 어머님 김점순 여사의 팔순 잔치에서 5형제들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다짐하는 결의했다.
“우리 형제는 모든 재산을 사회에 헌납합니다.”
모친이 지켜보는 앞에서 수천억원의 재산을 큰형에게 맡긴다는 결의서를 전달하고, 결의서를 받은 장남은 가족에게 상속하지 않고 문화재단을 설립해 사회에 환원시키기로 약속하는 뜻깊은 팔순잔치가 열려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9일 무정면 성도리에서 가족들과 마을 주민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린 김점순 여사의 팔순잔치에서 김 여사의 아들 5형제는 평생을 마을과 이웃을 위해 살아오신 어머님의 뜻을 이어받아 기업의 가치와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했다.
더욱이 아들들의 이같은 약속은 어머니의 팔순잔치와 함께 남은 여생을 보낼 전통한옥의 입주식에 맞춰 이뤄져 뜻깊고 의미가 남달랐다.
화제의 주인공인 5형제는 태화기업 회장인 큰 아들 최원호(60)씨를 비롯 두호(56·비엠씨 대표), 영근(53·하남전기 대표), 운호(50·태화기업 중국 천진 법인대표), 광호(47·대회기업 중국 소주 법인대표)씨 등이며 모두 태화기업 계열회사의 책임자들이다.
태화기업은 부산에 소재하고 있으며 22개의 계열사와 해외 곳곳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는 자산규모 수천억원 대의 튼튼한 회사다.
최 회장의 동생들은 이날 ‘우리 형제들은 태화기업과 계열회사의 모든 재산. 지분 주식 등의 처분과 운영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큰형님께 위임한다’는 결의서를 팔순을 맞은 어머님이 보는 앞에서 큰형에게 전달했다.
큰형과 함께 천문학적 재산의 기업을 함께 일궈냈지만 재산에 조금도 미련을 두지 않고 모든 권한을 큰 형에게 위임한 것이다.
동생들의 뜻을 전달받은 최 회장은 태화기업의 자산과 주식을 가족에게 상속하지 않고 조만간 설립할 문화재단으로 이관시켜 사회와 이웃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동생들이나 사촌 자녀들이라 할지라도 경영자 가족이라는 특혜는 있을 수 없다’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실천한 것이다.
이처럼 5형제의 각별한 ‘더불어 살기’는 김점순 여사의 자녀교육에서 배웠다.
청년시절부터 27년동안 마을 이장을 도맡아 오던 남편 최재수씨가 49세에 돌아가실 때 김 여사의 나이는 39세였다. 그 때부터 자신도 어렵지만 평생 병약한 몸으로 마을을 위해 헌신하던 남편의 뜻을 따라 쌀 한 바가지, 고기 반 근이라도 이웃과 나눠 먹는 정신을 자녀들에게 보여줬다. 명절 때만 되면 일부러 자녀들에게 그러한 심부름을 시켰다. 심지어 자녀들의 사업이 부도직전에 몰렸을 때도 “마을 앞에 공터가 없는데 논 세마지기 정도면 충분하겠다. 너희가 희사를 하면 좋겠다”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자녀들은 하늘같은 어머님의 뜻을 따랐고 결국 지금의 운동장처럼 널찍한 마을부지가 확보됐다.
김 여사는 팔순잔치에서도 “있을 때 남을 돕는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베풀 수 있을 때 크게 베풀고, 베풀 수 없을 때도 베풀어야 한다”며 아들들의 사회환원 의지를 지켜보며 흐뭇해했다.
성공한 아들이 5명이나 있으면서도 김 여사에게는 항상 용돈이 부족하다.
김 여사는 매달 5형제에게 받은 용돈 300만원으로 양말이나 내복을 사서 불우이웃과 이웃사람들에게 나눠주기 때문.
이런 어머니의 뜻을 잘 알고 있는 5형제는 팔순잔치를 마을주민을 위한 행사로 치르고자 일체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화환을 보내겠다는 사람들에게 “마을의 울타리를 심을 나무를 보내주시면 받겠다”며 돌려보냈다.
최 회장은 “어머님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평생을 이웃을 위해 살아오신 분”이라며 “그런 일들이 모두 내 자식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 저희들도 그 뜻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일체의 사실에 대해 보도를 극구 사양하면서도 “기업이 사회와 더불어 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더 고민할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설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