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행정사무감사 ‘옥에 티’

2011-12-07     마스터

김정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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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군의회가 수행중인 금년도 행정사무감사가 의원들의 충실한 준비와 날카로운 질문과 대책요구가 돋보이는 등 전체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거뒀지만 일부 의원들의 신중하지 못한 질문으로 ‘옥에 티’를 남겼다.

옥에 티가 발생한 유형으로는 ▲질문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무원을 다그치고 얼버무리기 ▲공익적 차원에서 불가피한 사항을 잘못됐다고 몰아붙이기 ▲논리적으로 모순이 되는 주장을 내세우기 등이다.

실제로 A의원은 주민복지과에 대한 사무감사에서 ‘노인돌보미’를 질문하면서 명칭은 ‘복지도우미’를 사용하는 실수를 범했다.

노인돌보미는 장기요양보험법이 시행되면서 도입된 사업으로 독거노인을 장기요양급여가 적용되는 1~3급, 1주당 27~37시간 종합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우처사업 대상자인 4급, 안전확인·서비스연계·경로당생활교육 등 기본적인 사항이 제공되는 5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노인돌보미는 1인의 노인돌보미가 25명의 5급 독거노인을 맡아 매일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노인들의 상태를 읍면을 통해 군청으로 보고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A의원은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서 명칭을 잘못 사용한데서 끝나지 않고 군청공무원들에게 “원래 군에서 해야되는 사업인데 공무원들은 책상에 앉아 보고만 받고 있다. 앞으로는 되도록 노인도우미들과 현장을 함께 돌며 더욱 관심을 가져달라”며 노인돌보미 역할을 주문했다.

공무원들에게 좀 더 사업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인력부족과 과중한 업무로 정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일의 성격도 파악하지 못하고서 또 다른 업무를 책임지라고 추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B의원은 메타길 일원에 조성중인 소도읍 육성사업의 토지매입현황을 질문하면서 정당한 업무진행을 문제삼았다.

B의원은 매입대상 토지가운데 딱 1필지만 협의매수가 이뤄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전남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토지수용 재결을 신청했다는 보고를 듣고서도 “현 소유자들이 서운함이 없도록 행정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협의보상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시도해보는 노력을 하라”는 발언을 3차례나 되풀이했다.

담양군이 공익목적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토지수용위원회에 회부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상가 협상과정에서 토지소유자가 터무니없는 보상가를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취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B의원은 이런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토지소유주를 편드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 쉬운 발언을 거듭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토지소유주가 개발정보를 사전에 알고 투기목적으로 실제 거래가격보다 몇 배를 주고 토지를 매입했다고 주장하며 협의매수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도 땅주인이 서운함이 없도록 끝까지 협의보상을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행정력을 낭비하고 공익사업의 발목이 잡히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C의원은 청동기유적이 발굴됨으로써 사업이 중단된 대나무 바이오단지 조성사업을 문제삼으며 “현 집행부가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따지며 “예산을 계상하는 등 사업을 추진할 의사를 보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C의원의 발언은 많은 용역비를 들인 사업이 진척되지 못해 아까운 세외수입이 낭비되는 경우를 지적한 것이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대나무바이오단지는 대나무체험관 등 대나무를 주제로 한 테마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국비 68억원, 지방비 68억원에 민간자본 50억원 및 기타 50억원 등 23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현재까지 대상토지 86필지 16만5천389㎡ 중 70필지 13만3천592㎡가 매입(80.8%)돼 75억6천300만원이 집행됐다.

하지만 문화재 시굴조사 결과 유구가 광범위하게 출토되면서 정밀조사 비용문제로 사업이 중지된 상태다.

정밀조사는 사업을 시행하는 담양군이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 현장상황이 발굴조사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가정하고 비용을 뽑아도 35억원이 나오는데다 현재 품셈단가를 적용하면 5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C의원은 이같은 사정을 보고 받았으면서도 ‘정밀조사를 국비를 지원받아 수행하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라’는 주문을 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주무과장에게 “사업추진의 의사가 없다”고 다그치며 “군비로라도 정밀조사를 시행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의 발언을 계속했다.

재정자립도가 17%를 밑도는 상황에서 수십억원의 군비를 들여가며 문화재 정밀조사를 실시할 필요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D의원은 광주담양 통합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이장단 성명서를 행정과에서 작성했다고 ‘들은 이야기’를 거론하며 주무과장을 다그쳤다.

또 관내 거주하지 않고 통근하는 공무원들을 비판하며 “공직자 300명만 살아주면 담양경제 살아나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으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관내에 거주하지 않는 73%가 넘는 담양군 공직자들이 관내로 들어오길 바라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공무원들의 거주지를 담양으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주거의 자유를 침해할 개연성이 클 뿐만 아니라 광주와 담양간 통합론자들의 논리와도 모순이 된다.

먼저 어떤 문건을 작성한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문건이 누구의 이름으로 나갔는가가 중요하며 문건의 주인공이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다.

대통령의 기념사나 연두교서를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냐고 따지지 않는 것이나, 기관장이나 사회단체장들의 기고문을 그들이 직접 작성했냐고 묻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광주와 담양의 통합 지지자들은 구태여 공무원들의 관외거주 현황을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섞여지도록 광주로의 이주, 아니면 광주에서의 이전 모두를 장려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다는데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D의원은 통합론자들이 내세우는 기본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질문을 한데서 그치지 않고, 지자체에게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라고 강요한 것은 물론 논리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 말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결국 의원들의 잘못된 말들은 수감기관의 업무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공익에 대한 개념이 확고하지 못해 발생한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더욱 성찰하고 부지런히 노력하는 의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