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거부-숲속의 달팽이 도서관

2011-12-15     마스터

황 거 부
슬로시티
해설가

가을 끝자락에 서 있나 했더니 어느새 초겨울 서설이 내렸다.

올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대목이 바싹 다가온다.


호남정맥의 한줄기인 월봉산은 무등산, 추월산, 괘일산, 설산, 백아산, 수양산, 국수봉을 안고 있으며 호남정맥의 중간지점인 대덕 만덕산 운행골과 마주하고 있다.

정상에 서면 방장 들녘과 한바다들, 수북, 봉산, 그리고 저 멀리 넓고 기름진 장성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월봉산에는 1천년을 살았을 가능성이 있는 천년송도 있다. 이 소나무는 높이 10미터, 둘레 3,5미터, 수간폭 15미터로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또 만세나무, 임신나무가 있고 노적봉, 월사봉, 수리봉, 지네머리봉, 공청뫼봉, 행그라이더 1, 2, 3 활공장이 있다.


월봉산은 창평동 남방의 팔부 능선에 자리한다. 당초에는 대자암 절터였던 곳으로 춘강 고정주 님께서 신학문을 열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의 많은 인물을 배출했던 교육장이었다.
상월정 가는 길은 우리들에게는 걸어보고 싶은 고향길, 해마다 소풍 갔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앞으로 호남정맥의 노가리재에서는 행글라이더대회, 산악마라톤대회, 산악자전거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행사를 해야 하며 노가리재 올레길을 만들었으면 한다.


전천후 게이트볼 경기장에서는 세계대회도 유치해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 고을의 맛과 멋의 고장으로 세계적인 창평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남의병의 성지며 ‘삼부자 불천위’ 녹천 고광순 의병장의 의병기념관과 포의사가 있고, 이곳에 창의기념관이 건립되면 창평은 역사의 성지가 될 거라 생각해 본다.


여기서 상월정, 월봉산으로 가는 곳에는 최근 싸목싸목 탐방로인 숲속의 길, 햇살의 길, 명상의 길이 만들어졌다.


싸목싸목 탐방로를 따라 가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낙엽을 밟고 지나면 500년 된 은행나무 잎은 다 떨어지고, 오래된 모과나무엔 모과는 없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으며, 감나무에는 감이 주렁주렁 그대로 달려 까치밥이 되고 있다.


최근 이 곳에 오래되고 방치된 가옥 두 채의 흙집을 개조해 ‘숲속의 달팽이 도서관’을 만들었다.


가는 길에는 말, 달팽이, 사슴, 멧돼지 조형물이 앙증맞게 우리를 안내하고 맞이한다. 또한 숲속 주위에는 갖가지 형색의 나무의자가 설치돼 있다.


북적거리는 도시를 떠나 느림의 미학이 있는 이곳에 책 한권 들고 와 벤치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져 보기도 하면서, 자기만의 시간 속에 명상과 마음을 다스리며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숲속의 달팽이 도서관-. 달뫼 사람들이 문을 연 달뫼미술관과 함께 왈츠의 춤을 추겠지, 숲속의 선녀처럼 얼굴을 내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