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와 곤충으로 부농 일군다

무정면 영천리에 정착한 ‘새터민’ 김민기씨 북방산개구리 키워 대도시 차이나타운 식당에 납품 밀웜 곤충, 동물먹이·제약원료 ‘시장 잠재력’ 무궁 면역력 뛰어난 무균파리 유충 먹인 개구리·닭 사육

2012-06-08     마스터

스무살에 불과한 나이에 어머니와 누나를 데리고 탈북, 개구리와 곤충으로 부농의 꿈을 일궈가는 새터민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정면 영천리에 정착한 김민기(35)씨는 1997년 두만강을 건넌 속칭 탈북자다.
남북화해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던 김대중 정부시절이던 2001년 꿈에 그리던 대한민국으로 들어오기까지 4년간 중국에 체류하며 우리에게는 낯선 분야지만 중국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한 개구리와 곤충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입국 후 서울에 살면서 술집 종업원에서부터 막노동판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갖은 고생을 하며 어렵게 돈을 모은 김씨는 2010년 2월 평소 알고 지내는 선배의 권유로 개구리를 키우려고 담양으로 내려왔다.


이듬해 2월 하우스를 세우고 개구리 양식을 시도했지만 시행착오로 실패해 6천만원이 넘는 돈을 날리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뜨거운 가마에서 달궈지고 쇠망치로 얻어맞고 다시 차가운 물에 들어가 식혀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무쇠가 단단해지듯이 첫 실패는 김씨를 단련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시행착오를 극복한 김씨는 2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등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국내 미개척분야인 개구리와 곤충산업을 선도하며 연매출 10억원 달성을 목표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얼마 후에 출산을 할 아내 이은별씨에게 하루빨리 면사포를 씌워주고 싶다는 생각에 거래처들을 확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영천리 들녘에서 북방산개구리와 무균파리, ‘갈색거저리’라는 이름의 밀웜(Mealworm)으로 부농의 꿈을 실현해가는 김씨 부부를 만나 보았다.

#개구리
함경북도 회령이 고향인 김민기씨는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두만강을 몰래 건너 중국사람들에게 송이버섯이나 개구리를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개구리를 팔게 된 것은 중국사람들이 개구리를 좋아해 비싼 값에 팔 수 있어 생계에 큰 보탬이 되기 때문이었다.


개구리에 재미를 붙인 김씨는 개구리를 찾아 산 넘고 물 건너 38선 부근까지 내려온 적도 있다.
귀농을 결심한 김씨는 자신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본과 인력이 많이 드는 시설원예보다는 낯설지만 연간 4조원대의 시장이 형성된 중국을 겨냥해 개구리를 본격적으로 사육하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다.


이처럼 중국에서 큰 규모의 개구리시장이 형성된 것은 중국의학계에서 암컷 개구리의 알집을 보관하는 장기인 수란관이 1㎏당 100만~200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귀한 약재로 취급되는 것이 주요인이다.


특히 백두산에서 자라는 개구리는 골격구조상 목뒤 부분에 사람인(‘人’)자가 새겨져 있는데 그 수란관은 ㎏당 3천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의 희귀약재인데다 수컷 개구리도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재료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많다.


현재 김씨는 450평 하우스에서 북방산개구리 5만 마리 정도를 양식하고 있는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온도조절 및 배수, 먹이관리 등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김씨는 “개구리가 다 자라면 서울 등 국내 대도시 차이나타운의 식당들에 납품할 계획”이라며 “열심히 노력해 상시고용인 10명에 연매출 30억원을 올리는 중국 산동성의 왕선생님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들뜬 꿈을 들려줬다.

#밀웜(갈색거저리)
밀웜은 갑각류에 속하는 곤충이다.


단백질 덩어리로 인정받고 있는 밀웜은 10종 이상의 필수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다.


또 성장하는 과정에서 탈피를 하는데 그 껍질에는 면역세포에 활력을 주어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키토산의 원료가 되는 키틴질이 다량 포함돼 있다.
밀웜은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극히 제한적인 분야에서 동물사료나 사료의 첨가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건강에 좋은 밀웜이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식품으로 인정돼야 한다.


이에 대해 김씨는 뒤늦게 곤충산업에 관심을 갖고 적극 장려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 오는 8월경이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밀웜을 섭취하는 방법은 생 것을 조리하거나 열이나 냉기로 건조시킨 다음 가공해 먹는 방법도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식용으로 인정받지 못해 애완동물이나 지네·전갈·독거미 등 약용곤충의 먹이로 사용되는 등 극히 수요가 제한돼 있다.


밀웜 자체가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도 있지만 식용으로 인정받게 되면 건강식품 개발도 가능해 무궁한 시장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밀웜의 시장가능성을 내다본 김씨는 산란장치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로 산란장치가 없으면 이후의 단계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허가 인정되면 김씨는 우리나라 밀웜시장을 사실상 석권하게 된다.


김시는 특히 30평 면적에서 월간 1톤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중국의 저임금에 기반한 저가생산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유일한 사람이다.


그는 밀웜을 오븐에 넣고 찌는 방법으로 건조시키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기계가 없어 중국에서 수입한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밀웜건조기의 구조가 피자를 굽는 오븐과 원리가 동일하다는 점에 착안해 자체기술로 기계를 개발할 생각이다.
그가 지난달에 판 밀웜은 생 것과 말린 것을 합해 350만원어치다.


김씨는 밀웜의 산란장치를 보여주며 “아직은 미미한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장차 식용으로 인정받게 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지닌 농촌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균파리
무균파리는 그물망 안에 파리를 가두고 외부와 철저하게 격리시켜 키운 파리로 알에서 부화해 유충과 번데기 단계를 거쳐 성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이뤄진다.

지저분한 파리가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된 것은 파리가 지닌 엄청난 면역력 때문이다.


다시 말해 파리는 온갖 지저분한 것을 좋아해 사람과 다른 동물들에게 병을 옮기지만 자신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파리의 특성에 착안해 파리의 유충을 닭에게 먹여 크게 성공한 사람이 있다.
중국에서 ‘파리처녀’로 알려진 이 사람은 곤충계란을 생산해 부자가 되었는데 닭은 먹는 것의 70%가 계란으로 간다는 속설을 이용했다.


다시 말하면 면역력이 강한 파리의 유충을 먹고 자란 닭은 면역력이 강할 것이고 또 그 계란도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발상이었다.


실제로 어느 해인가 마을 전체가 양계를 하는 파리처녀의 마을에 조류독감이 와서 모든 닭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파리처녀의 닭들은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곤충계란은 날개가 돋친 듯이 팔려나갔고 덕분에 파리처녀는 큰 돈을 벌게 됐다고 한다.


곤충계란의 또 다른 특징은 노른자가 단단해 접시에 계란을 깨놓고 이쑤시개를 노른자에 꽂으면 이쑤시개가 넘어지지 않고 똑바로 꽂혀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젓가락이나 손가락으로 집어들 수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파리의 산란을 유도하는 물질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한 상태로 자신이 키우는 개구리와 닭의 먹이로 사용하고 있는데 조만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씨는 “파리는 깨끗하게 태어나지만 더러운 것을 좋아해 다리에 붙은 잔털에 온갖 세균을 묻히고 다니면서도 정작 자신은 병에 걸리지 않고 1억년 이상을 진화해 온 생물”이라며 “무균파리의 유충을 동물의 생물먹이로 주거나 가공해서 사료첨가제로 판매할 수 있는 대량생산 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패를 딛고 재기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조언과 도움을 주신 장풍환 소장님을 비롯한 담양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분들과 집을 짓고 전기를 끌어 오는 등 관심과 후원을 베풀어 주신 정철원 금성건설 사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정주기자
/정철원 금성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