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평중 오케스트라, 화음에 빠지다

2013-05-16     마스터

2012년말 창단, 단원 40여명 매주 3차례 연습
학교폭력 해소 도움…운영자금·연습공간 부족


합주연습을 통해 화음을 맞추고 있는 창평중 오케스트라 악단.


전교생의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악기를 배우며 폭력성을 잠재우고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학교가 있어 화제다.
창평중학교(교장 이용곤, 교감 강숙영)는 지난해 하반기 음악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학생오케스트라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원받은 8천만원으로 악기를 구입하고 12월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창단 당시 20여명으로 시작해 불과 3개월여의 연습으로 금년 신입생 입학식에서 동료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애국가, 국기에 대한 맹세 등 의식곡을 합주해내는 실력에 너도나도 악기를 배우겠다며 단원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악단 구성원이 1·2학년 각 16명과 3학년 8~9명 등 40여명으로 105명인 전교생의 38%를 차지하고 있으며, 합주를 할 때면 연습실 앞에서 구경하는 학생들이 북적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악단은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로 구성된 현악부 ▲클라리넷·플루트의 목관부 ▲트럼펫·트롬본의 금관부 ▲드럼 ▲키보드(신시사이저)로 편성됐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부문별로 2시간을 연습하고 주말인 토요일에는 2시간의 부문별 연습 후 한자리에 모여 별도로 1시간 가량 합주를 통해 화음을 다듬고 있다.
악기를 배우는 학생들은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인내심이 있어야 배울 수 있는 악기가 주는 묘한 매력에 빠져들며 자기의 소리가 달라지면 관심을 갖고 더 깊이 알고 싶은 욕심(?)에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질문한다.
2학년 박온누리 학생은 “오케스트라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진 않았는데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게 돼서 무척 행복하다”며 “예전에는 서로 자신의 주장만 많았던 친구들이 합주를 통해 화음을 경험해보고 학교생활에서도 조금씩 양보하는 모습을 볼 때의 느낌이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애로점도 많다.
무엇보다 연습공간이 부족해 별도의 교실에서 부문별로 연습할 수 밖에 없는데다 많은 수가 여유있게 합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또 교과부 지원금 8천만원 가운데 4천만원을 악기구입에 사용했지만 호른이나 튜바, 바순 같은 고가의 악기를 갖추지 못해 풍성한 화음을 구사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다행히 담양군이 대응투자분 6천500만원을 지원해준 덕택에 2억2천만원 가량이 소요되는 연습실 건축공사를 착수하게 됐지만 운영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7명의 지도강사비를 충당하기에도 버겁다.
그래도 창평중 선생들은 즐겁게 악기를 배우며 나날이 실력을 키우고 밝은 인성으로 성장하는 학생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 한다.
김은숙 지도교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부 학교폭력이 있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악기를 다루고 난 이후로 학생들의 인성이 많이 순화된 것을 느낄 수 있다”며 “학생들이 성취감을 키우고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담양 관내 행사에서 합주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