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에 기생하는 참진드기과 진드기

2013-07-16     마스터

신동호 전남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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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싫은데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귀찮게 구는 친구를 흔히 농담 삼아 ‘진드기’ 같은 친구라 놀린다.

그런데 얼마 전 이 진드기가 갑자기 공포의 대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언론은 이 진드기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SFTS)이란 치명적인 임상증상을 동반해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살인진드기라 앞 다퉈 보도하였다.

‘작은소참진드기’란 분류학상의 생소한 학명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도 언론의 덕분이다.

진드기는 소, 개, 돼지, 염소 등의 가축뿐만 아니라 야생 포유류와 조류에도 기생하는 흔한 외부기생충이다.

참진드기과의 진드기만 해도 14속 702종에 이를 정도로 매우 다양한 종의 진드기가 분포한다.

국내의 가축에 가장 많이 기생하는 참진드기과 진드기에는 이 작은소참진드기를 비롯해서 갈색개진드기, 꼬리소참진드기, 뭉뚝참진드기, 산림참진드기 등이 있다.

최근에 SFTS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으로 알려진 작은소참진드기(Haemaphysalis longicornis)도 참진드기과로 분류되는 수백 종의 진드기 중 한 종이다.

또 다른 참진드기과의 갈색개진드기는 유별나게 야생생활을 싫어하는 습성이 있어 유충, 약충 및 성충이 모두 집 담장 안에 있는 개장 근처에서 서식하므로 유충, 약충 및 성충이 동시에 개의 몸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참진드기과 진드기는 등에 키틴질의 딱딱한 경판이 있기에 경진드기(hard tick)라 한다. 이와 반대로 경판이 없고 물렁한 진드기는 연진드기(soft tick)라 분류한다.

작은소참진드기 수컷은 이 딱딱한 경판이 등 전체를 덮고 있으며, 유충, 약충 및 암컷 등은 머리 등의 등쪽 일부만 경판이 덮고 있다.

암컷은 일부 경판을 제외한 등 쪽이 부드러워서 흡혈 시 더 크게 팽창할 수가 있다.

알에서 부화한 진드기의 유충은 종에 따라 1 내지 3 숙주를 거쳐 약충과 성충으로 성장하며, 성충은 땅에 떨어져 알을 낳고 죽는다.

1 숙주 진드기는 드물지만, 유충, 약충 및 성충 단계까지 숙주를 바꾸지 않고 한 숙주에만 붙어 기생한다. 그리고 2 숙주 진드기는 유충과 약충 단계를 한 숙주에서 마치고 땅에 떨어져 탈피하여 성충이 된 다음에는 숙주를 바꿔 2차 숙주에 붙어 기생한다.

3 숙주 진드기는 유충, 약충 및 성충 단계를 거치기 위해 1차, 2차, 3차 숙주가 필요하며, 각 단계마다 흡혈 후 땅으로 떨어져 탈피한 후 다음 숙주에 달라붙는다. 작은소참진드기나 갈색개진드기 등이 바로 3차 숙주까지 필요한 3 숙주 진드기이다.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등에 널리 분포하는 작은소참진드기는 국내 가축 중 소에 가장 흔하게 기생하며, 국내 가축에 기생하는 참진드기과 진드기의 약 70~80%를 차지하고 있다.

활동시기는 5~8월에 집중된다. 알에서 부화한 작은소참진드기의 유충은 3쌍의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1차 숙주에 붙어 기생하며 3~7일간 흡혈한 후 땅에 떨어져 탈피하여 4쌍의 다리를 가진 약충이 된다.

약충은 다시 2차 숙주에 붙어 7~10일간 흡혈한 후 땅에 떨어져 탈피한 후 성충이 되어 3차 숙주에 붙어 1~4주간의 흡혈기간을 가지며, 암컷 성충은 흡혈 후 땅에 떨어져 산란을 하고 죽는다.

작은소참진드기는 소 등 가축의 원충성 질병을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2009~2010년 중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과 혈소판감소를 주요 임상증상으로하는 환자가 발생하여 이에 대한 조사결과가 2011년 학계에 처음 보고되면서 SFTS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것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2013년 처음 SFTS 환자 발생을 보고하였다. 작은소참진드기는 국내 전역에 고르게 분포하며, 이 중 0.5% 정도가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 바이러스 숫자나 개인의 면역 상태에 따라 감염 확률이 더 낮아지기 때문에 진드기에 물린다고 해서 모두가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SFTS 바이러스는 원래 진드기를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동물에서 질병을 일으켰다는 보고는 없다.

중국의 조사결과도 소, 양, 염소 등 반추동물에서 높은 SFTS 바이러스 감염률을 보고하였지만, 감염된 동물에서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확인하였다.

그런데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임상증상이 나타날 수가 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SFTS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와 6~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고열, 설사 및 호흡기 (기침) 증상을 일으키며,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진행되고, 혈소판의 지속적인 감소를 일으키면서 대부분 급성 경과를 보인다.

현재까지는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고, 항바이러스제의 효과도 의문스럽지만, 일반적인 내과적 대증요법을 통해 많은 환자들이 치료되고 있다. 따라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수칙을 잘 지키고,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 등과 직접 접촉을 피한다면 특별하게 이 바이러스를 두려워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오래 전부터 우리 주변에서 친숙하게 함께 살았던 보통 진드기를 하루아침에 ‘살인진드기’라며 한창 언론이 떠들어 댈 때, 진드기 물려 죽을 확률보다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이 더 높으니, 진드기 보다 매일 하는 운전이나 조심하라 꼬집은 한 친구의 익살스런 재담이 내 입가에 살짝 미소를 가져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