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없는 대나무자전거 타 봐요

2013-12-09     김정주 기자


대나무박물관 어린이 자전거 체험장 큰 인기
장애물 넘어 6개 코스 돌면 균형감각 저절로
유치원·초교 저학년 자전거 배우기 체험 제격


“두 발로 페달 없는 자전거를 타고 땅위를 지치며 장애물을 넘고 6개의 코스를 돌고 나면 대부분은 균형감각을 익히게 되고 나중에 따로 뒤를 잡아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됩니다.”
어린 지구(Early in Zigu 대표 김태윤)가 한국대나무박물관 입구에 ‘토비’라고 명명한 어린이 대나무자전거를 타며 자전거를 배울 수 있는 체험장을 인기리에 운영하고 있다.
토비는 핸들이 부착된 알루미늄 포크와 고무로 된 바퀴(타이어)를 제외한 프레임과 핸들이 대나무를 원료로 제작됐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동들이 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대나무가 실제로 단단하고 내구성도 좋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해서 대나무와 친해지게 한다는 전략에서 개발됐다.
자전거에서 가장 중요한 프레임은 4개의 대나무를 엮어서 만들어졌는데 세계 유일의 디자인으로 금년에 산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부터 굿 디자인(Good design)상을 수상했다.
특히 일반적인 자전거와는 달리 페달이 없기 때문에 순수한 육체적인 힘과 순발력으로 자전거를 타야 한다.
체험장은 15㎝ 정도 높이의 소형 장애물 2개와 1m 정도 높이의 대형 장애물 2개로 구성된 장애물 코스와 고즈넉하고 운치있는 대나무죽종장을 따라 오밀조밀하게 마련된 산책길을 달리는 코스로 구성돼 있다.
체험료는 30분에 5천원, 1시간에 8천원으로 3번 이상 이용자에게는 어린 지구가 발행하는 면허증이 발급된다.
면허증 앞면에는 이용자의 얼굴사진이 부착되고 고유번호가 부여되고 QR코드가 인쇄돼 있는데 QR 코드를 스캔하면 어린 지구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라이딩했던 모습들을 언제든지 볼 수 있다.
또 뒷면에는 아동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포착한 칼라 스냅사진이 인쇄돼 있다.
김태윤 대표는 토비를 한 번 타게 되면 또 타고 싶은 마음에 부모를 조르게 되고, 이런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긴 부모들이 주말을 이용해 다시 오는 경우가 많다고 귀뜸한다.
김 대표는 두 발로 땅을 밟으며 타게 되면 크게 넘어질 염려가 없고 아이들이 작은 언덕과 큰 언덕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속도가 붙으면 넘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달으며 균형감각을 익히게 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토비는 아직 자전거를 배우지 않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자전거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체험거리가 될 수 있다.
발로 땅을 굴리며 30여분을 타다 보면 페달이 부착된 더 큰 자전거도 절로 탈 수 있게 돼 한적한 공터를 찾아 부모가 자전거 뒤를 붙잡고 따라다니지 않아도 된다.
자전거 마니아였던 김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을 출퇴근하면서 자전거를 이용했는데 친환경에 부합하는 자전거를 기왕이면 친환경소재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장치산업인 자전거 제작을 혼자서는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외국과는 달리 친환경 대나무자전거를 개발한 사례가 국내에는 전혀 없어 대나무의 고장인 담양으로 오게 됐다.
자전거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과 바퀴를 만드는 것으로 대별되는데 김 대표는 프레임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지식을 습득했지만 대나무로 프레임을 만드는 방법을 찾고자 담양군 대나무자원연구소의 이송진 박사를 만나게 됐다.
이 박사와 함께 김 대표는 사람들이 ‘약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천연복합소재로서 적절한 열처리와 보존처리만 해주면 굉장히 강한 소재가 되는 대나무로 프레임을 만드는데 주력해 내구성이 입증된 시판용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이 자전거는 대한체육진흥공단내 스포츠용품검사소가 실시한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는데 그 가운데는 45도 각도로 눕힌 자전거에 70㎏ 성인 4명의 무게에 해당하는 280㎏ 하중을 주고 10만번의 페달링을 실시해 변형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있다.
현재 대나무자전거 체험장에는 이같은 과정을 모두 거친 토비와 산악용, 도로주행용, 산악용과 도로주행용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등 3종류의 어른용 대나무자전거가 전시돼 있다.
어른용은 프레임만 180만원에서 250만원에 이르는 등 그 가격이 350만~45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제품인 관계로 체험은 하지 않고 전시와 판매만 이뤄지고 있다.
김태윤 대표는 “지난해에만 2~3개의 회사가 설립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대나무를 이용해 자전거를 만드는 회사는 10여개가 있다”며 “향후 2~3년 안에 세계 최고인 미국의 칼피사를 추월하는 기술력으로 국산 대나무자전거를 세계로 수출하는 것이 꿈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