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대덕면 펜션 화재 4명 사망, 6명 부상
발화된 바비큐장 무허가 건물…또 안전불감증이 부른 참사
동신대학교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학생·졸업생 참변
지난 15일 밤 대덕면 매산리에 소재한 펜션내 바비큐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대학생 등 4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화재가 난 곳은 펜션 별관 단층 형태의 바비큐장으로 나무 바닥에 샌드위치 패널 내벽, 2.5m 높이의 억새 천장 등 화재에 극히 취약한 구조였으며, 출입문도 1곳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불이 난 시간은 이날 오후 9시45분경으로 50분만에 진화됐지만 남성 3명과 여성 1명의 투숙객이 숨지고, 펜션 주인 최모(55)씨와 투숙객 정모(20)씨 등 6명이 화상을 입는 참변을 당했다.
6명의 화상자는 치료를 위해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광주병원, 굿모닝병원, 서울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수습된 4구의 시신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한 뒤 유족들에게 인도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펜션에 투숙한 57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나주 동신대학교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소속 재학생과 졸업생 등 26명으로 이들은 담양에서 패러글라이딩을 마치고 펜션으로 이동,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구워먹다가 9명이나 참변을 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담양군과 소방서는 고기를 굽는 불판에 불이 붙자 물을 부어 진화하려는 과정에서 불티가 지붕의 억새에 옮겨 붙으며 건물 전체로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샌드위치 패널에서 유독가스가 발생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광주분원의 부검 결과 사망자 4명의 사인은 모두 질식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숨진 피해자들이 화재 당시 불이 순식간에 번지며 발생한 유독가스에 정신을 잃거나 좁은 출입문을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과정에서 쓰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나자 소방대원, 경찰, 공무원, 인근 주민 등 인원 124명과 소방차, 보건소 구급차 등 35대의 장비가 동원돼 화재 진화 및 시신 수색 작업을 벌였다.
담양군은 이기환 부군수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유족들에게 구호물품을 지원하는 등 사고수습에 부심하고 있다.
또 국제교육도시연합 세계총회 참석차 스페인으로 출국한 최형식 군수도 해외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17일 귀국했다.
특히 대덕면사무소는 펜션 인근 대조마을 경로당에 유가족 대기소를 설치·운영하고 모포와 식사, 빵과 음료수를 지원하는 등 기민한 대응을 보였다.
하지만 무허가 시설이 포함된 이 펜션이 안전 점검대상에서 제외됐을 뿐만 아니라 1년이 넘도록 단 한 차례도 소방당국의 화재 안전점검을 받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관계당국의 부실한 안전관리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를 확인이라도 해주듯이 경찰이 실시한 현장 감식결과 화재가 난 펜션에는 모두 9개의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었지만 이 가운데 3개는 10년 이상 된 낡은 제품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낙연 도지사는 16일 오전 9시 화재현장을 방문,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도내 유사한 시설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