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담양 고서포도축제가 본래의 위상을 찾으려면…
고서포도의 맛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직거래를 통한 소비촉진을 위해 ‘보랏빛 향기 그 매력 속으로’라는 주제로 지난 21~23일 열린 포도축제는 고서면과 고서포도축제추진위원회, 고서농협을 비롯 포도작목반 97농가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지역의 커다란 행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 고서 증암천 생태공원 일원은 포도품종 전시, 포도따기 체험, 와인담그기, 포도천연염색, 포도 족욕체험은 물론 포도떡과 포도전 시식, 포도막걸리 시음 등 먹거리체험까지 이어지는 등 가히 ‘보랏빛 향연’이 펼쳐졌다.
뿐만 아니라 고서면내 청년회와 체육회, 부녀회, 의용소방대 등 각종 사회단체들이 참여해 차량을 안내하고 행사장을 정돈하며 질서를 유지하는 등 포도축제의 성공을 위해 고서면 전체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모습도 보기 좋았다.
더욱이 축제를 대비해 준비해둔 포도 전량이 판매되는 등 포도재배농가들의 소득에도 단단히 한몫을 차지했다는 후문마저 들려왔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보다 발전적인 포도축제의 미래를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하려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우선 고서포도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이벤트행사와 대형무대, 야시장이 축제장을 점령한 것처럼 비춰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뙤약볕 아래 그늘 한 점 없는 곳에 설치된 대형무대도 그러하거니와 시원한 다리 그늘 아래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각설이 공연을 통해 관람객을 유인하는 초대형 야시장은 포도축제와는 분명히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포도직판장이 주무대와 냇가를 두고 떨어져 배치된 것도 포도소비 활성화와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처럼 고서포도축제가 나름의 성과를 거두면서도 그 이면에서 축제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들이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포도’라는 핵심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는 곳에 사용되는 비용을 줄이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8회 축제 당시 지출내역을 보면 포도축제 행사기획대행비 1천570만원, 축제추진 식비 734만7천원, 기념식 및 폐막식 만찬준비 243만5천원, 축제공연 240만원 등 2천788만2천원이라는 돈이 먹고 마시고 노는데 사용됐다.
반면에 포도축제 본래의 목적과 관계가 있는 행사용 포도구입(613만원), 포도축제 홍보물 제작(598만7천원), 시상용 담양사랑상품권 구입(235만2천원), 체험프로그램 운영재료 구입(266만4천원) 등은 1천713만3천원에 불과했다.
필자는 과거 담양군생활체육회가 생활체육한마당 행사에서 이벤트비용을 과감하게 없애는 대신 그 비용을 생체 산하 체육단체들에게 돌려주자는 글을 쓴 기억이 난다. 당시 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생활체육회의 위상과 생활체육 활성화라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행사 예산 3천만원 중 2천300만원이라는 막대한 이벤트 비용을 일선 동호인단체에 돌려주는 것이 생활체육을 활성화시키는 길이라는 본지의 주장에 대해 생활체육회에서 거부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나 얼마 후 이벤트를 과감히 폐지하고 그 비용을 가맹단체들에게 나눠주면서 생활체육한마당은 생활체육동호인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행사로 변모됐으며, 생활체육회는 동호인들에게 사랑받는 단체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게 됐다.
고서포도축제가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