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 무얼 보고 평가하나”…담양 시·군의원들 공약 창구 ‘제로’
개편된 담양군의회 누리집 의원별 ‘공약 및 이행 여부 창구’ 전무 군수 공약 누리집 통해 확인… 주민들 “당선 이후 공약이행여부 알 수 없어” ‘책임 의정’ 구현 위해 지방 의원들 ‘선거 공약 공개 시스템’ 도입 시급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거대 광역자치단체가 공식 닻을 올렸지만, 유권자와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발로 뛰어야 할 선출직 지방의원들의 ‘공약’은 주민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선출직 의원이 주민과 맺은 첫 계약서인 공약의 이행 여부를 감시할 최소한의 소통 창구조차 마련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광주일보와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이 누리집 정비를 마친 전국 광역·기초의회 206곳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원의 공약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 메뉴나 게시 공간을 마련한 곳은 단 10곳(4.7%)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안양시의회, 여주시의회 등 경기도 소재 기초의회에 편중됐으며, 담양군을 포함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관할 지역 28개 의회 중 공약을 공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현재 담양군의회는 제10대 전반기 원 구성과 함께 최근에 누리집 개편 작업을 완료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개편안의 의원별 세부 페이지는 ▲학력 ▲주요경력 ▲의정활동 ▲의원 동정 ▲의원에게 바란다 등의 메뉴로만 구성되어 있을 뿐, 핵심인 공약을 체계적으로 탑재하고 이행률을 점검할 수 있는 ‘공약사항’ 신설은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 상태대로 개편이 완료되면 주민들은 의원들의 사진과 형식적인 이력만 확인하는 데 그치게 된다.
반면 행정을 이끄는 담양군의 행보는 담양군의회와 대조를 이룬다.
박종원 군수는 현재 담양군청 누리집 내 ‘열린 군수실’을 통해 군정 목표와 함께 민선 9기 공약사항 및 추진 현황을 주민들에게 상시 공개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해 놨다.
집행부 차원에서는 공약 이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창구를 상시 운영 중인 반면,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기초의회는 공약 공개조차 하지 않으면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거대 광역자치단체 출범에 따라 통합시의회에서 주민의 의견을 반영이 중요한 시점에서 초선인 박준엽·김명우 시의원의 의정활동 사항 및 선거공약 정보 또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지방의원들의 ‘깜깜이 의정’에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담양읍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45)씨는 “지방선거 당시 의원들이 원도심 활성화와 사회적 약자 지원을 위한 구체적 공약을 약속했다”며 “하지만 당선 이후 구체적인 예산 확보 계획이나 추진 일정을 묻고 싶어도 의원 개인의 입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다. 의회 차원의 공식적인 공약 기록이 없으니 4년 뒤 책임을 물을 기준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농업에 종사하는 이모(62)씨 역시 “농가 경영 안정 수당 확대를 약속했던 의원들이 정작 행정사무감사나 예산안 심의에서 이를 위해 어떤 의정활동을 했는지 알 길이 없다”라며 “선거 때 나눠준 종이 공보물은 이미 버려졌는데, 의회 누리집에서 조차 찾을 수 없다면 주민을 기만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으로 인해 담양군의회를 비롯한 기초의회의 권한과 자율성이 이전보다 훨씬 커진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 의정’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역과 기초의회 간의 권한 조정과 대규모 예산 재편이 이뤄지는 통합 초기 단계일수록, 의원들이 주민에게 약속한 정책 방향이 예산에 올바르게 반영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지역 정치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담양군의회가 참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누리집 개편 작업에 즉각 의원별 공약 현황과 분기별 이행률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시스템을 구축이 필요하다”며 “공약은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권한을 위임한 뒤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 장치로 공약과 정책 경쟁이 실종되면 지방정치는 결국 정당이나 학연·혈연 중심의 인물 정치로 후퇴하게 된다는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말대로 주민과의 약속을 투명하게 기록하는 것만이 담양군 자치 의정을 살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