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전문요양실 확대’가 필요한 이유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요양시설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도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일상생활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르신뿐 아니라 치매, 뇌혈관질환, 욕창, 당뇨, 호흡기질환 등 여러 만성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어르신이 늘고 있다.
비위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거나 산소치료, 흡인, 욕창 관리 등 지속적인 간호가 필요한 어르신도 적지 않다. 이러한 어르신들은 생활 돌봄만으로는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우에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바로 이러한 돌봄의 공백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제도가 노인요양시설의 ‘전문요양실’이다.
전문요양실은 일반 요양실보다 간호 인력을 강화하고, 간호처치가 필요한 입소 어르신에게 보다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다.
보건복지부도 전문요양실을 시설 내에서 간호처치가 필요한 수급자에게 방문간호 수준의 간호처치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설명하며 확대를 추진해 왔다.
전문요양실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요양원을 병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의료기관에서만 할 수 있는 진단과 치료는 병원에서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병원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인 건강 관찰과 간호가 필요한 어르신, 작은 건강 변화에도 상태가 악화될 위험이 높은 어르신에게는 일반 요양실보다 강화된 돌봄 환경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전문요양실은 요양원과 요양병원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요양병원이 의사의 진료와 치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이라면, 요양원은 어르신의 일상생활 지원과 장기간의 생활 돌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생활시설이다.
전문요양실은 요양원의 생활 중심 돌봄을 유지하면서도 간호 인력과 건강관리 기능을 강화해, 불필요한 병원 입원과 잦은 응급실 이용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어르신에게 요양원은 단순히 서비스를 받는 장소가 아니다.
오랫동안 생활해 온 또 하나의 집이며, 익숙한 직원과 다른 어르신들이 함께하는 삶의 공간이다.
건강 상태가 조금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어르신이 익숙한 생활공간을 떠나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면 당사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된다.
특히 치매 어르신은 갑작스럽게 환경이 바뀌면 불안과 혼란이 심해질 수 있다.
전문요양실이 확대된다면 어르신은 익숙한 요양원에서 생활을 계속하면서도 필요한 간호와 건강관리를 더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
담양과 같은 농촌지역에서는 전문요양실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고령인구 비율은 높지만 의료기관까지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보호자 역시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르신의 작은 건강 이상에도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어르신의 신체적 부담뿐 아니라 보호자와 시설 종사자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요양실이 지역별로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어르신의 상태를 가까이에서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필요한 경우 신속하게 의료기관과 연계할 수 있다.
이는 병원 진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지역 돌봄의 안전망이다.
전문요양실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전문요양실을 운영할 수 있는 기관 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현재처럼 일부 시설만 참여하는 방식으로는 지역 어르신과 보호자의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 도시와 농촌의 의료 접근성 차이를 고려해 농어촌지역 시설에는 보다 적극적인 참여 기회와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전문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인력 기준과 인건비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전문요양실은 간판이나 공간만 별도로 만든다고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어르신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필요한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이 핵심이다.
셋째, 요양시설과 병원, 계약의사, 지역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전문요양실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와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기준을 분명히 하고, 응급상황에서는 신속하게 의료기관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전문요양실의 이용성과 효과성, 제도 적용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제는 시범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요양실을 장기요양제도의 안정적인 서비스 유형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노인 돌봄은 단순히 시설과 병원을 구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르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생활 돌봄과 간호, 의료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체계가 필요하다.
전문요양실은 요양병원을 대신하는 곳도 아니고, 일반 요양실의 이름만 바꾼 공간도 아니다. 병원 치료까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전문적인 간호와 집중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한 어르신이 익숙한 생활공간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돌봄 모델이다.
어르신이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지 않고, 가족이 안심하며, 지역 안에서 필요한 돌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문요양실을 확대해야 한다. 그것이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며, 어르신의 존엄한 노후를 지키는 지역사회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