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기획취재- ① 화재로 다시, 관광객이 북적이는 전통시장
주민도 관광객도 다시 찾는 시장으로…창평·담양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 본지. 전국 유명시장 현장서 답을 찾는 기획취재 진행
담양의 전통시장이 갈림길에 섰다.
2022년 화재로 소실된 창평전통시장은 재건축을 앞두고 있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현대화를 마친 담양시장은 여전히 활성화와 활력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두 시장 모두 ‘어떻게 다시 살아날 것인가’라는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창평시장은 백년 가까운 세월 동안 창평면 일대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자 담양 로컬푸드의 자존심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2022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시장 건물 상당수가 소실되면서 상인들은 하루아침에 생업의 터전을 잃었고, 이후 임시 시장에서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담양군은 2025년 2월부터 창평면 창평리 209-1번지 일원 3,504㎡ 부지에 98억 원(시비 55억 원, 군비 43억 원)을 투입해 재건축 공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8월 20일 기준 공정률은 81%에 이른다.
새로 들어설 시장은 지상 2층, 연면적 2,823㎡ 규모로, 1층에는 즉석식품·농산물·수산물·공산품 등을 취급하는 일반 점포 44개소와 오픈상점(노점) 20개소가 들어선다.
2층에는 지역특산품 판매장과 음식점, 청년 창업몰 6개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설비(천창 및 BIPV)도 설치돼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과 관광자원개발사업을 함께 아우르는 시설로 조성된다.
오는 10월 준공을 앞둔 만큼, 이제는 문을 연 뒤 어떤 운영으로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을 만들 것인가가 더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건물만 새로 짓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구 감소와 소비 패턴 변화가 뚜렷한 지금, 새 건물만으로는 상권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다.
담양시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담양읍 중심가에 위치한 담양시장은 그동안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아케이드와 매대, 주차장, 편의시설을 새로 갖추는 등 현대화 사업을 마쳤다.
그러나 시설이 새로워진 것과 별개로 시장을 찾는 발걸음은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것이 상인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담양군은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지역이지만, 죽녹원이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등 주요 관광지와 시장 사이의 동선이 이어지지 않아 관광객의 발길이 정작 시장까지는 닿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장이라는 전통적인 운영 방식에만 머물러 있는 점, 청년 상인의 유입이 더딘 점, 관광객을 붙잡을 만한 콘텐츠가 부족한 점도 구조적인 원인으로 함께 꼽힌다.
본지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26년 기획취재 지원사업에 선정돼, 8월부터 10월까지 전국의 전통시장과 야시장을 현장 취재하는 장기 기획에 나섰다.
이번 취재는 이름난 시장을 둘러보고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창평시장 재건과 담양시장 활성화에 실제로 참고할 수 있는 정책을 제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할 예정이다.
취재 결과는 총 7회에 걸쳐 지면과 온라인에 순차 게재되며, 정책 제안이 담긴 회차는 별도 박스 기사로 정리해 독자와 행정, 상인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취재팀은 지난 8월 5일부터 7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첫 출장에 나서 전북 익산의 중앙·서동시장과 복합청년몰, 군산의 공설시장·역전종합시장·양키시장·신영시장, 전주 남부시장을 잇달아 둘러봤다.
때마침 이어진 폭염 탓인지 대부분의 시장은 평일 낮 시간대 손님의 발길이 뜸했지만, 유독 군산공설시장만큼은 방문객이 꾸준히 오갔다.
1918년 문을 연 100년 역사의 이 시장은 2012년 냉난방시설과 무빙워크, 주차장을 갖춘 전국 최초의 마트형 전통시장으로 재건축됐고, 2017년에는 2층에 청년몰 ‘물랑루즈’가 들어서 방송에 소개된 먹거리와 함께 볼거리를 더하고 있었다.
시설과 콘텐츠, 청년 상권이 함께 갖춰진 곳에만 사람이 모인다는 사실을 첫 출장에서부터 확인한 셈이다.
익산중앙시장 청년몰에서는 ‘장에는 정이 있다’, 서동시장 상상놀이터 인근에서는 ‘전통시장으로 장보러 오세요’라는 문구가 취재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옛 시장의 정서를 살리면서도 젊은 세대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이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어 충남 부여 중앙시장과 예산 상설시장, 홍성 전통시장, 광천 문화시장, 그리고 화재로 임시 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서천 특화시장까지 취재 동선을 넓혔다.
서천의 사례는 창평시장과 처지가 겹치는 만큼 눈여겨볼 대목이 많았다.
지난 8월 15일과 16일에는 두 번째 출장으로 광주 송정역시장, 나주 영산포 홍어의 거리와 죽전골목, 목포 신중앙시장, 순천 조례동 봉화상가와 아랫장·웃장, 순천만 가든마켓을 취재했다.
이번 취재에서 특히 눈에 띤 것은 전북특별자치도의 전통시장 지원 의지였다.
전북도는 최근 전주 남부·서부시장상점가·신중앙시장, 군산 공설시장, 익산 중앙시장, 김제 전통시장, 완주 삼례시장, 진안 고원시장의 청년 상인들을 한자리에 불러 청년몰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지원 방향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한 청년상인은 “청년몰이 조성 초기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청년 상인이 패기 있게 운영하고 있다”며 도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고, 이 자리에서 전북자치도 일자리민생경제과 관계자는 “청년몰이 전통시장 체질 개선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청년 상인들의 의견을 세심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2026년도 예산 10조 9,770억 원 가운데 지역사랑상품권 1조 7,000억 원 발행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소비 순환 구조 복원의 한 축으로 세워두기도 했다.
군산시도 화재공제 지원과 장보기 도우미 배치, 시장가요제 개최 등 관내 7개 시장을 대상으로 한 자체 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다만 청년몰이 있다고 모두 활기를 띠는 것은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청년몰 상당수가 개장 초기의 관심이 옅어지며 빈 점포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만큼, 지원이 이어지는 것과 실제 발걸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이번 취재에서 함께 확인한 대목이다.
이번 기획취재는 창평시장 재건축 단계에서 실제 정책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담양시장 운영 개선을 둘러싼 주민 논의를 촉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관광객과 군민의 발걸음을 시장으로 다시 끌어들이고, 지역 특산물의 판로를 넓히는 경제적 효과 역시 이번 연재가 기대하는 결과다.
무엇보다 전통시장을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군민이 모이고 의견을 나누는 공론의 장이자, 관광객과 주민이 함께 머물며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경제적 공동체 공간으로 되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이번 기획의 궁극적인 목표다.
본지는 앞으로 이어질 연재를 통해 담양시장이 현대화 이후에도 활성화되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을 짚어보고, 창평시장과 담양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국 성공 시장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청년·관광 콘텐츠 전략을 차례로 소개할 계획이다.
이어 시장을 지역의 관광 거점으로 키우기 위한 행정의 역할을 짚어보고, 마지막 회에서는 이 모든 취재를 종합해 창평시장과 담양시장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행정·상인·주민’ 협력 모델을 담양군과 군민 앞에 제안할 예정이다.
(다음 회에는 담양시장이 현대화 이후에도 활성화되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을 짚어본다.)
정재근·추연안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