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기획취재 ② 화재로 다시, 관광객이 북적이는 전통시장]

새 건물 담양시장, 사람은 왜 오지 않을까 개장 2년 4개월…전국 자영업 위기의 축소판, 원가 구조부터 다시 봐야

2026-09-09     정재근, 추연안 기자

 

 

 

“평일이나 장이 없는 날은 이렇게 담양시장이 한가하다. 군산공설시장은 3층에 군산시의 여성센터가 입주해 있고, 유명한 음식들도 맛볼수 있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장소로 되어 있는데, 담양시장도 그런 공공시설이 하나 입주해 사람들이 서로 왕래하며 모이는 소통 공간으로서 활용하면 훨씬 더 시장으로서 더 나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장날이 아닌 평일 낮 담양시장에 들어서면 새로 지은 건물의 밝고 말끔한 외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정작 매장을 오가는 손님은 많지 않다.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면적 6,213㎡ 규모로 지어진 이 건물에는 지하주차장 64면과 1층 판매장 43곳, 2층 음식점 7곳, 3층 카페 1곳이 들어섰다. 


담양군은 2024년 4월 입점 상인 36명과 계약을 맺고 시장을 열었다. 문을 연 지 2년 4개월이 지났지만, 장날이 아닌 날의 한산함은 여전히 시장의 숙제로 남아 있다.


담양시장은 매달 2일과 7일에 장이 서던 5일장에서 출발했다. 상설시장으로 바뀌었어도 주민들의 장보기 습관은 여전히 장날에 쏠려 있다. 


여기에 인구 감소와 고령화, 대형마트와 온라인 장보기에 익숙해진 소비 습관까지 겹치면서, 상설 판매장을 갖추고도 평일 손님을 붙잡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손님이 줄어든 것 못지않게 상인들을 짓누르는 문제는 따로 있다. 


최근 한 경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세무사와 상업용 부동산 마케팅 전문가에 따르면, 요즘 자영업이 힘든 이유는 단순히 손님이 없어서가 아니라 남는 돈의 구조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예전에는 매출에서 임대료로 10%, 인건비로 20%, 재료비로 30%를 쓰고도 나머지를 손에 쥐던 이른바 ‘1:2:3 법칙’이 통했지만, 지금은 이 비율이 훌쩍 늘어 실제로 남는 돈이 매출의 10% 안팎에 그치는 가게가 적지 않다는 진단이다.


매출 1억 원을 올려도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 배달 수수료를 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1,000만 원을 넘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자체 정책으로 임대료를 아무리 저렴하게 설정한다 해도, 새 건물에 들어선 담양시장 상인들 역시 기본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하면서 손님이 늘지 않는다면 이러한 악순환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해당 방송에서는 창업 초기에 상인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하는 비용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부가가치세를 메뉴 가격에 미리 반영하지 않아 몇 달 뒤 예상치 못한 세금 고지서를 받아 든 사례, 직원 한 명을 고용했을 때 4대 보험 부담이 월급의 상당 부분을 추가로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담양시장이 청년 상인을 유치하려 한다면 임대료 지원이나 공간 조성 못지않게, 이런 세금과 인건비 구조를 미리 짚어주는 창업 상담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주말마다 많은 관광객이 담양을 찾아오지만, 시장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끊긴 점도 시장 활성화를 막는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에 연간 수백만 명이 다녀가지만, 정작 시장까지 이어지는 동선 안내판이나 홍보 마케팅은 미흡하다.


앞서 언급된 방송에서 부동산 전문가는 "손님이 다시 찾는 가게는 맛보다 ‘기억에 남는 한 장면’ 같은 스토리가 있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독특한 인테리어나 담양에서만 볼 수 있는 체험 요소가 머릿속에 남아있어야 다음 방문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나무축제 같은 대형 행사가 열릴 때조차 시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나 안내 체계가 따로 없다 보니, 관광지와 전통시장은 같은 읍내에 있으면서도 파편화된 동선으로 움직이고 있다.


담양군 역시 개장 후 담양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담양읍 다미담예술구와 담양시장 일원에서 가을철 토요일마다 '쓰담쓰담 야시장'을 열어 지역 상인과 청년 상인이 함께하는 먹거리·체험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다만 야시장이 가을 및 주말 한정 행사에 머무르다 보니, 행사가 끝나면 시장은 다시 일상의 적막함으로 돌아간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방송에서 소개된 사례처럼 SNS에서 한때 화제를 모은 메뉴가 두어 달 만에 손님이 뚝 끊기는 일이 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담양시장도 반짝 유행에 기댄 품목보다는 꾸준히 찾을 수 있는 대표 먹거리와 특산품을 갖추는 데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자영업의 위기는 담양시장만의 사정이 아니다. 


올해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 명을 넘어서며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종을 불문하고 3년 안에 절반이 문을 닫고, 7년을 넘기는 가게는 4곳 중 1곳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담양시장의 경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건물을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이러한 침체 흐름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이다. 


해당 방송에서는 자영업자의 퇴직금 역할을 하는 노란우산공제나 폐업 시 지원되는 철거비 지원 제도 등이 소개되었으나, 정작 이러한 제도를 알지 못하는 상인이 많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담양군과 상인회가 전문가를 초빙해 세무·노무 상담이나 원가 계산법 같은 실질적인 경영 교육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새로운 고객을 유인하는 것만큼이나 현재 입점해 있는 상인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버틸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본지는 다음 회부터 지난 8월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전북 익산·군산·전주 출장에서 확인한 전통시장 모범·실패 사례를 차례로 전한다. 청년몰이 한 차례 위기를 딛고 되살아난 시장이 있는가 하면, 한때의 활력을 서서히 잃어가는 시장도 있었다. 새 단장을 마쳤으나 고객 유치와 수익 구조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담양시장과 창평시장에 이들 시장의 명암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짚어본다.


(다음 회에는 지난 8월 첫 출장에서 만난 전북 익산·군산·전주 등 7개 전통시장의 사례를 전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