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기획취재 ⓹ 낮과 밤이 다른 시장, 답은 여기에 있었다… 부평깡통시장에서 본 전통시장의 힘

1박2일 하동·진주·부산·통영 전통시장 취재…담양시장·창평시장이 눈여겨볼 것은

2026-10-20     정재근·추연안 기자

 

본지 취재팀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영남권 전통시장을 찾았다.

먼저 경남 하동 화개장터, 진주중앙시장·논개시장을 둘러본 뒤 부산 부평깡통시장으로 이동했다. 다음 날에는 부산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부산진시장을 거쳐 통영중앙시장까지 둘러봤다.

이번 취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곳은 부산 부평깡통시장이었다. 취재팀이 앞서 화개장터와 진주를 들러 가느라 이곳에 도착한 것은 해가 진 저녁 시간이었다.

주말 저녁 부평동 일대는 젊은이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에 담양시장과 비교해 매우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앗호떡과 어묵, 떡볶이 같은 간식부터 쇠고기와 돼지갈비, 양갈비, 회와 외국 음식까지 시장 먹거리도 다양해서 관광객의 누길을 사로잡고 있다. 문을 연 음식점마다 손님은 가득했고 중국어와 일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부평깡통시장은 201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설 야시장을 연 곳으로 유명하다. 낮에는 주민들이 장을 보는 전통시장이지만 해가 지면 모습이 달라진다. 야시장에 불이 들어오고 젊은이와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시장은 늦은 밤까지 활기를 이어갔다.

취재팀이 눈여겨본 것은 야시장 몇몇 가게에만 손님이 몰리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시장 전체가 젊은이들로 넘쳐났고, 건어물과 잡화, 청과 등 주변 점포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음식을 손에 든 젊은이들은 골목을 오가며 다른 가게를 구경했고, 심지어 시장 안 복권 판매점 앞에도 복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또한 시장 주변 숙박업소도 객실이 모두 찬 상태였다. 야시장이 열리는 골목은 차량 통행이 제한돼 있어, 가게 앞과 도로 가장자리에 놓인 간이 의자와 탁자에 앉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따로 편리하거나 세련된 시설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차가 빠진 자리에 탁자와 의자가 놓이고, 음식 냄새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골목을 채우자 주변 가게에도 자연스럽게 손님이 이어졌다.

부평깡통시장이 전국적으로 다시 한번 이름을 알린 데에는 먹거리도 한몫했다. 2023년 12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이곳을 찾아 떡볶이와 어묵, 튀김 등을 먹는 모습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다시 한 번 전국에 알려졌다. 취재팀도 당시 알려졌던 분식집 주변에서 저녁을 먹으며 시장을 둘러봤다. 유명 인사가 다녀간 일이 시장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지금의 인기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어렵게 찾아온 손님이 먹고 즐길 것이 없다면 다시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부평깡통시장에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음식이 있었고, 애써 찾은 이들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연 가게가 많았다. 시장 주변에는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 부산국제영화제 광장 등이 가까이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었다. 사람이 찾아오고, 먹고, 구경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여건이 이곳에는 갖춰져 있었다.

첫날 가장 먼저 찾은 하동 화개장터에서는 유명한 시장이 어떻게 그 이름을 이어가는지를 살펴봤다. 화개장터는 노래와 문학작품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전국적으로 알려진 시장이다. 올해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열린 벚꽃축제에는 8만 8천여 명이 찾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각각 3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웨딩로드와 야생차 시음, 공연 등을 마련하고 지역 특산물 판매도 함께 이뤄졌다. 취재팀이 찾은 주말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유명한 시장이라고 해서 그 이름이 저절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다.

화개장터는 기존의 장터 모습과 지역 특산물을 지키면서도 계절에 맞는 행사와 볼거리를 계속 마련하고 있었다.

반면 진주중앙시장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오랜 역사와 현대화된 시설까진 갖춘 이곳 2층에는 젊은 상인들이 입점한 비단길청년몰이 조성돼 있다. 하지만 취재팀이 찾은 토요일 오후에는 예상보다 한산했다. 카페와 공방 등 여러 점포가 들어서 있었지만 오가는 손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젊은 상인이 입점한 공간을 만든다고 젊은 손님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함께 먹을 음식이 있고 구경할 것이 있으며 즐길 거리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그곳까지 애써 찾아갈 이유가 사라진다는 점을 생각하게 했다.

다음 날 찾은 자갈치시장에서는 취재팀이 직접 물건을 사고 온누리상품권을 돌려받았다. 부산시상인연합회가 지난 9월 11일부터 12일까지 부산지역 99개 전통시장에서 실시한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에는 약 6만4천 명이 참여했고, 이틀 동안 71억 원의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지급한 상품권 금액의 5.9배에 해당하는 매출이다. 취재팀도 수산물을 구입한 뒤 영수증을 들고 자갈치시장 입구의 환급 장소에서 온누리상품권을 받았다.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일정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시장에 소비자는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된다.

부산진시장과 국제시장에서는 뚜렷하게 손님을 끄는 행사가 없어 명맥만 이어오는 오래된 시장이 겪는 어려움을 엿볼 수 있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원단과 한복, 침구류를 파는 점포가 촘촘히 들어선 부산진시장은 포목과 혼수로 이름난 곳이지만,  결혼 인구 감소와 생활 방식 변화로 예전과 같은 혼수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국제시장은 부산의 근현대사를 간직한 곳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일반 잡화와 수입품을 파는 상점들은 인터넷 구매가 늘면서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경남 통영중앙시장에서는 관광지와 시장이 가까이 있는 장점이 눈에 띄었다. 동피랑을 둘러본 관광객들이 걸어서 중앙시장으로 내려와 활어와 건어물, 충무김밥과 꿀빵 등을 구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통영시가 한국관광 데이터랩 자료를 근거로 밝힌 지난해 통영 방문객 분석에 따르면, 동피랑 벽화마을이 가장 많이 찾은 곳(22.51%)이었고 서호전통시장이 그다음으로 많이 찾은 곳(14.33%)으로 나타났다. 관광객에게 시장을 따로 찾아오라고 하기보다 관광지를 둘러보는 길에 자연스럽게 시장을 지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담양시장과 창평시장이 눈여겨볼 부분도 여기에 있다. 담양시장은 최근 지어진 현대식 건물을 갖췄지만 젊은 사람들이 저녁에 일부러 찾아가 먹고 즐길 만한 것이 없고, 스토리가 없다.

창평시장도 새 시장 개장을 앞두고 기존 국밥의 명성을 살리면서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먹거리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담양에도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길이라는 전국적인 관광지가 있고 창평에는 슬로시티라는 명성이 있다. 이미 알려진 것을 시장 방문과 소비로 이어지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관광객에게 시장을 따로 찾아오라고 홍보하는 데 그치지 말고, 관광지를 둘러보는 길이 시장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담양시장과 창평시장도 개장이나 축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시기에 일정 금액 이상 물건을 구입한 손님에게 온누리상품권이나 지역상품권을 돌려주는 행사를 마련한다면 시장을 알리고 실제 구매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담양읍 터미널에서 중앙로를 거쳐 담양시장까지 이어지는 길을 시장과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시장 건물 안에만 손님을 끌어들이려 하기보다 이 길 전체를 하나의 상권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주말만이라도 중앙로 일정 구간의 차량 통행을 줄여 사람들이 걷고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주변 상인과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검토해 볼 만하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음식점과 간식거리, 작은 가게들이 이 길을 따라 들어서고 그 발길이 담양시장까지 이어진다면 시장뿐 아니라 담양읍 상권 전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친구와 함께 먹으러 갈 음식이 있고, 구경할 가게가 있고, 저녁에도 앉아 이야기할 공간이 하나씩 늘어난다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고, 그 발길은 주변 점포로도 이어질 것이다.

유명한 시장이라고 언제까지나 사람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화개장터가 그 이름을 지키기 위해 계속 새로운 볼거리를 마련하고 있듯, 담양시장과 창평시장도 사람들이 찾아올 이유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부평깡통시장의 붐비는 밤거리에서 그 해답의 하나를 볼 수 있었다.

다음 6회에서 본지는 대구, 경주, 포항 등의 시장을 소개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