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산면 출신 김종순 재경향우가 60대 중반의 나이에 시인이 됐다.
순수문학 계간지 ‘한겨레문학’을 통해 시인에 등단한 김 시인은 아침들녁, 나비야, 새날 등 3편의 시를 출품해 제31회 신인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김종순(65)씨의 수상작 3편은 차가운 생물들에게 생명과 인격을 부여함으로써 생동감이 넘쳐 시편 전체가 살아 숨을 쉬는 이미지를 시어로 표현했다.
또한 파릇한 새싹이 움트기까지의 진통과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 환경을 대치시키고 주위가 급변하고 있는 시간속에 애간장이 녹는 번뇌를 태동시키는가 하면, 초탈한 신선이 천애한 산속 바위에 높이 앉아 넓은 대지를 살펴 관조하며 시정을 읊는 시옹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등 전통의 계승과 혁신의 양대 과제를 의식에 않고 새로움의 미학을 추구하는 시작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시인은 등단 소감에서 “끝없이 나래를 펼 수 있는 문학도의 길로 들어설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면서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징기스칸의 열정을 되새기면서 갈고 닦아 나 자신을 불태워 주위를 밝히는 촛불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시를 써 서로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가난한 자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겠다”며 “문학계에 길이 남을 만인의 벗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월산면 화방리가 고향인 김 시인은 월산초교(26회 졸업), 담양중(17회), 광주고를 졸업했으며, 경기도 부천시에서 건물 임대사업 및 부천 무늬목 합판상사 경영하고 있다.
김 시인은 현재 재경 월산향우회 회장과 부천시 호남인우정회 회장을 맡고 있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아침 들녘
마을 앞 너른 들 밤새 이슬 머금은 벼
은구슬 영롱하게 잎을 타고 반긴다
이른 새벽, 삽 울러 메고
물고 보러 나왔더니
풀잎인가 벼 잎인가
바지가랑이 흠뻑 적셔
신발은 어느새 찌걱찌걱 물소리다
새벽안개 뿌연 들녘
바람도 없이 고요하다
동터오는 여명에
벼 잎들도 잠 깬다
함초롬히 이슬 머금은 체
이랑도 뵈지 않게 꽉 들어 찬 벼
내 마음까지도 마저 채운다
여친가 귀뚜린가, 찌그르르 울더니
갑자기 여기저기 풀벌레의 합창소리
이리저리 높고 낮게
멋진 화음 자아낸다
논둑에 서 있는 내가 교향악단 지휘자다
이토록 아름다운 하모니를
누가 감히 흉내라도 내겠는가
무럭-무럭 자란 벼,
이 맛으로 크나 보다
개구리 한 마리가 ‘짤 박’
논둑으로 뛰어나와
나를 보며 두 눈을 끔벅-끔벅
저도 어느 틈엔가
끼어들게 해 달란다
그래, 여기다. 들어오너라!
힘찬 하루 출발이다!
개굴, 개굴 개구리도 노래를 한다.
/김환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