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보존 커녕 허물다니…” 망연자실
사진1. 흔적도 없이 허물어버린 돌담장 터
사진2. 철거 이전의 아름다운 돌담장
담양군이 창평 삼지천마을의 담장을 보수하면서 정작 원형대로 보존시켜야 할 핵심적인 슬로시티 창평면을 상징하는 고택의 돌담장을 철거해버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져 주민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굴삭기를 동원돼 슬로시티 창평 삼지천마을의 핵심인 돌담장이 철거됐다.
철거된 고택 돌담장은 문화관광부 265호 등록문화재인 ‘담양 삼지천마을 옛 담장’의 일부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형성돼 한적하고 여유로운 슬로시티 이미지를 잘 나타내고 있어 각종 홍보자료에 단골로 등장하는 핵심 포인트이다.<사진>
이처럼 슬로시티 창평의 상징성을 띤 이 담장은 삼지천마을의 다른 일반적인 담장과는 달리 수리 보수보다는 원형대로의 보존이 특별히 요구되는 곳이다.
그러나 군은 이날 돌연히 등장한 굴삭기를 동원, 이 돌담을 허물어 돌맹이 더미로 만들어버려 ‘슬로시티 창평’을 모토로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자는 당초의 꿈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담장을 철거하면서 치밀한 사전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허물어진 담장의 원형조차 복원할 수 없도록 만드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꼴이 됐다.
이같은 군의 ‘생각없는 행정’에 대해 창평 주민들은 분노를 넘어 실망감에 허탈해 하고 있다.
주민 고재건(40·창평면 유천리)씨는 “2008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삼지천마을을 전통가옥과 돌담길, 한과․장류 등 전통식품이 어우러진 곳으로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시키는 촉매제로 기능하도록 할 계획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고 허탈해 하면서 “기껏 돌담길을 자랑하며 슬로시티를 유치해 놓고도 가장 핵심이 되는 곳을 없애버리는 것이 담양군의 행정이냐”며 비난했다.
이처럼 들끓는 주민들의 비난에 대해 담양군 건설과 관계자는 “고택 및 돌담장과 어울리지 않는 일부 양철대문이 포함된 부분을 보수하려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허물어진 담장은 시행사측과 협의해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시킬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는 행정차지부에서 주관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순천시, 서울신문사 등에서 후원하는 사업으로 담양군은 2007년 12월 26일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전국 공동시상식에서 행정자치부장관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김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