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개발이익을 군민들과 투자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민자유치 구역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역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7일 담양군이 기습적으로 250억원 규모의 MOU(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각종 지자체들이 MOU를 체결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버린 세상이고 보면 ‘메타랜드’라는 이름으로 가로수길을 개발하기 위한 이번의 MOU도 그다지 큰 관심거리는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담양군의 가로수길은 95년 고서 보촌~담양읍 금월간 국도 확포장공사 당시 없어질 위기에서 온 군민들이 나서 지켜냈을 뿐만아니라 40여년의 세월동안 크고 작은 희생들을 감수하면서도 가꾸고 지켜낸 것이기에 담양군민들에게는 단순한 가로수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담양군이 가로수길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그 핵심부지인 진입로 주변의 노점상이 들어선 땅은 담양군이 매입해 개발하고, 민자구역은 그 주위를 둘러싸도록 해서 관광단지로서의 규모도 갖추고 주민들과 투자자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하지만 담양군은 처음부터 군민들의 입장은 배제하고 투자자들의 이익만을 고려하며 계획을 세웠다.
군은 뒤늦게 내용을 알게 된 주민들의 계획수정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자본금 5천만원에 설립된지 채 한달도 안된 정체불명의 회사와 MOU를 체결, 그 배경이나 동기에 대한 많은 의문점들을 남겼다.
지난 3월초 개발계획이 알려질 무렵 ‘계획을 수정하라’는 의견에 대해 담양군은 “이미 2차례의 자문회의를 거쳤고 투자의향자도 가로수길 진입로 주변이 아니면 투자를 꺼려할 뿐만아니라 금년말까지 1차사업 부분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안을 고려할 시간이 없다”고 대답했다.
다른 투자자를 물색할 시간이 없다는 말을 따르자면 자본금 5천만원으로 3월 10일 설립된 회사가 한 달도 채 못된 4월 7일에 담양군과 MOU를 체결했다는 것은 그동안 담양군이 존재하지도 않는 회사를 상대로 투자협약을 진행해 왔다는 사실을 실토하는 것과 다름없다.
또 존재하지도 않은 회사의 일 개인이 찾아와 투자의향을 내비친 것만 믿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다른 투자자들을 찾아보려는 노력도 않고서 250억원이나 되는 투자협약을 진행한 담양군은 밀실야합행정으로 일관했다는 셈이 된다.
그동안의 담양군 행정이 있지도 않은 회사와 투자협약을 진행할 만큼 허술하게 이뤄졌다는 말인가?
백번을 양보해서 투자자로부터 ‘멀지않은 장래에 회사를 설립할 것’이라는 약속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담양군의 입장에서는 약속이 깨질 수 있는 경우까지 대비해 제2, 제3의 투자자들을 안배해 둠으로써 행정의 공신력을 지켜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았어야 했다.
특히 도지사까지 대동한 자리에서 MOU를 체결하는 단계까지 일이 진행됐다면 250억원이나 되는 사업을 진행할만한 능력과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지, 회사의 사무실이 어디인지, 서류상 주소지와 실제 소재지가 일치하는지 정도는 미리 파악해 둠으로써 거짓 투자자들이 MOU를 이용해 은행대출금을 올리는 용도로 악용하지 못하도록 주의해야 했다.
그동안 투자유치의 실적을 올리기에 급급한 지자체들이 MOU체결을 남발하다가 상대방의 잇속만 챙겨주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도 못하고 주민들의 조소거리로 전락한 경험이 어디 한 두 번 이었던가?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담양군은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자료는 물론 현장확인 한번없이 주소도 불확실하고 자금력도 충분하지 않은 업체를 정해 놓고서 그들의 입맛에 맞도록 개발계획을 수립한 것도 모자라 ‘최소한 지역주민에게 개발이익이 가도록 계획을 수정하라’는 주민들의 정당한 요구마저 철저히 묵살하고 있다.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라는 것도 아니고 극히 일부분만을 손질하라는 요구가 그렇게 수용하기 어려운 것인지 되묻고 싶다.
담양군의 일방적인 엽기행정(?)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MOU를 체결한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 와서 “투자업체의 사무실 소재지와 자본규모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컨소시엄을 구성해 250억원을 동원하겠다는 투자자의 말을 믿었다”면서 “앞으로 업체가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나면 MOU를 파기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겠다”는 무책임한 말로 일관하고 있다.
금년내에 1차 사업분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다른 투자자들을 찾아다닐 시간이 없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는 능력이 안되는 것으로 밝혀지면 체결된 MOU를 파기하면 그만이라는 것은 잘못된 행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말인가?
담양군은 이제라도 가로수길 개발계획에 대한 전말을 낱낱이 공개해 잘못을 바로잡고 주민들의 지혜를 모아 ‘메타랜드’가 지역주민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여민행정을 펼치길 다시한번 간곡히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