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6개월여를 맞은 2006년 8월 담양지역 노사모 회원들이 무정멜론과 고서포도를 들고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이들과 함께 막걸리와 담양산 멜론과 포도를 맛있게 먹으며 환담했다./사진제공=손현철 조선대 공대 교수
노무현 전대통령의 추모를 기리기 위한 분향소가 지난 24일 민주당 담양군사무소에 마련됐다. 사진은 27일 분향소를 찾아 헌화 분향하는 김동중 담양군 농업경영인회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
불과 1년3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전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났다.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보통사람으로 살려던 노짱 각하께서 가족과 함께 검찰의 조사에 시달리다가 높은 바위벼랑에서 몸을 던져 온 국민이 할 말을 잊게 했다.
서거한 전직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며 추모하기 위한 조문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봉화마을에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광화문광장에서, 옛 전남도청 광장에서….
서거일인 지난 23일부터 전국 수백여 분향소에서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25일에는 국민장 공식 조문이 일제히 시작됐다.
담양에도 민주당 담양사무소에 분향소가 설치됐다.
죽음으로 지켜야만 했던 양심, 즉 검찰조사 과정에서 전직대통령의 극단적인 선택을 한 참혹한 사실을 두고 담양군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견을 들어봤다.
모욕주기 수사가 서거 원인
▲손현철 조선대 공대 교수=20년전 첫 만남때 느꼈던 따뜻한 모습밖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그분께서는 무정면을 찾아 오셨을 때에도 어린 아들 녀석을 안아 주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무정멜론이 맛이 좋다며 칭찬을 아끼시지 않는 자상한 분이셨다. 또 만남의 자리에서는 언제나 함께 흉금을 터놓고 얘기를 하시면서 서민들의 고충과 애환을 귀담아 들어줬다.
그런 그분께 항상 고마운 마음을 지니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그분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봉하마을에서 그분의 영정을 바라보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첫 소환당시 일이 빨리 매듭지어졌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간을 끌며 가족들까지 모욕주기 수사로 인한 압박감이 돌아가시게 한 것 같다. 답답할 뿐이다.
죽녹원서 직접 해설 인연
▲송명숙 문화해설사 = 노 전대통령의 비보를 듣고 한동안 정신이 멍했다. 지금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재작년 5월 18일 노 전대통령이 죽녹원을 방문할 당시 가장 지근거리에서 해설과 안내를 해주었다. 대통령과 함께한 짧은 시간이 나에게는 인연이자 영광이었다. 대통령은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인간미가 풋풋한 그냥 평범한 이웃 같았다. 그리고 부부간의 정도 깊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봉화까지는 못갈지언정 옛 전남도청 분향소에서라도 조문을 하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된 도리라 여겨진다.
당당히 살아서 해결했어야
▲김광식 봉산제일교회 목사 =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자살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마쳤다고 해도 이미 공인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을 만들어 줬지 않는가. 그래서 이는 대한민국의 명예가 달린 사안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 빚어진 이 사실에 대해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지 숨이 조여오는 느낌이다.
물론 한 인간으로서 가족들 모두가 검찰의 수사선상에 있는 상황을 감내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몇 번을 되짚어 생각해봐도 죽음으로써 해결하려는 것보다 당당히 살아서 해결해야 했었다.
마음의 상처 계속 남을 것
▲최명철 전남도립대 총학생회장 = 이번 사건에 대해 정말 충격적이고 아쉽고 한 국민으로서 많이 안타깝다. 그동안 대통령이 얼마나 심적으로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직 대통령에서 잘했든 잘못했던 나라 위해서 애쓰셨는데, 한국 정치사에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다른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퇴임 후 고향에 내려와 일반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을 보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본받아야 할 점이 많았었는데 너무 아쉽다.
그분의 진실성에 전국 방방곳곳에서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국민들의 마음의 상처는 계속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