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창종
전 전남도 기획관리실장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자연인이 되어 어머니의 품속같은 나의 고향 탯자리에 돌아와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검은 고무신을 신고 골목에서 동네 친구들과 재미있게 뛰어 놀던 일, 학창시절 버스통학하면서 예쁜 여학생을 보며 마음 졸였던 일, 천변리 대표선수로서 축구시합에 나가 3년 연속 우승을 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80년 가을’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담양 등 시군의 부자치단체장으로, 도와 중앙의 실국장으로 근무하면서 동료들과 밤을 새가며 기획을 하고 예산확보를 위해 발이 닳도록 중앙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니던 과거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 지나간다. 최근 고흥부군수 시절 심혈을 기울여 유치에 성공했던 고흥우주센터에서 우리 역사상 최초로, 우주선 나로호가 발사 되었지만 궤도진입에 실패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보니 아쉬움과 함께 다음 발사 때는 꼭 성공하기를 기원해 본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온지 두 달, 새로운 마음과 시각으로 읍·면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녀보니 공직에 있을 때 탁상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일들을 보고 듣게 되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두가지에 대하여만 간단히 적어 보고자 한다.
첫째, 선거후유증으로 인한 갈등과 분열의 골이 너무 깊다는 것이다.
어느날 새벽운동을 하러 나가는 길에 우연히 친구 누님을 만났는데 선거를 몇번 치르면서 동네 이웃간에도 내편, 남의 편으로 편을 가르다 보니 숨을 쉴 수 없다며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을 하는 것이었다. 지역발전과 주민통합의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이렇게 동네 구석구석까지 민심을 갈라 논다면 담양에 무슨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을 것인가?
동서고금의 역사를 보더라도 국가나 도시가 분열하여 갈등하면 쇠망의 길로 들어서고 단결하고 화합하면 흥하게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이제 잃어버린 담양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기풍을 세워나가야 할 때다. 개인의 욕심을 위해 유언비어를 만들어 상대방을 음해해서도 안되고, 아니면 말고 식의 투서와 고발도 없어져야한다.
포용과 승복의 아름다운 지방자치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이제 다시 화합과 상생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다함께 뿌려나가자. 올해에 떨어진 두 개의 큰 별,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평생을 바쳐 일구어온 민주화와 국민통합의 거룩한 뜻을 지방차원에서 구현해 나갔으면 한다.
둘째, 죽녹원의 성공을 넘어 담양을 녹색관광의 메카로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올해의 대박, 죽녹원의 성공이 있기까지 최초 민간차원에서 대나무 쌈지공원이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죽녹원을 가꾸기 시작한 대나무문화연구회의 작지만 의미있는 노력과 이를 시책화하여 군 발전프로젝트로 과감하게 추진하고 발전시켜 온 전·현직 군수님들 그리고 ‘1박2일’이라는 TV프로그램의 유치 등 묵묵히 전국 홍보에 앞장서온 공직자들의 노고에 축하의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이 영산강의 시원인 가마골과 담양호 등 추월산권은 한여름의 반짝 특수 외에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하다.
군에서 엄청난 투자를 하여 가꾸고 있는 이웃 순창의 강천사와 비교해보면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죽녹원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 담양이 갖고 있는 훌륭한 관광자원들을 권역별로 특색 있게 개발하는 ‘관광입군’의 그랜드 디자인을 만들어 관광을 담양 발전의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여우도 죽을 때는 고향을 향해 머리를 돌린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누구나 고향을 향한 귀소본능이 있으며 고향발전에 대한 뜨거운 애향심을 가지고 있다.
잘 살고자 하는 도시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민선자치시대에 우리 담양을 전국에서 가장 찾고 싶고 살고 싶어 하는 자랑스러운 담양, 인간과 자연과 경제가 모두 행복한 담양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5만 군민과 향우들의 지혜와 에너지를 한데 모아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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