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형식(민주당 전남도당 상임부위원장, 전담양군수)
세계 각 도시는 특유의 모습이나 색채와 더불어 고유한 상징물들이 있습니다. 그 상징물에는 관광자원, 문화재, 인물, 음식 등 여러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가로수길 또한 그 지역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미국 워싱턴 DC의 벚꽃 가로수는 봄철 관광객을 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고 파리의 마로니에가 도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등 가로수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도 참으로 큽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봐도 진해 벚꽃 축제는 최고의 축제로 뽑히고 많은 관광객들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담양에도 비록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담양 최고의 상징물이 된 것 중 하나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있습니다. 40여년 전 담양의 가로수길로 선택되어 심어진 메타세쿼이아가 현재는 거대한 거목으로 자라나 담양 나아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되어 담양군에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2000년도에 잘려나갔던 학동과 석탄간구간도 지하도를 개설하고 복원해서 세계최고의 관광명소로 축제의 거리로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또한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지난 11일 금성면사무소에서 행해진 담양-순창간 4차선 확포장도로공사 시행청인 익산청이 실시한 주민설명회에 참석하여 익산청의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금월교 다리에서 가로수 방면 가로수 17그루를 포함 기존 학동구간 20그루 등 총 37그루가 훼손된다는 것입니다.
학동구간은 단 한 구루도 베어서는 안 되고 금월교구간은 선형변경 또는 4차선 신호체계로 변경하여 최대한 보존될 수 있도록 기존구간의 원형을 살려야 하며 봉서리와 담양호구간은 연결도로를 개설하여 교통 분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건의하여 재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은바 있습니다. 최종적인 협의는 가로수 군민연대와 합의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익산청이 실시한 도로 설계에서 토목공사 특유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고려하여 부득이하게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이해 못할 바 아니나 문제는 메타세쿼이아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것 입니다. 지금 도시 경쟁력이 전 세계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건축물의 디자인, 거리의 공공디자인, 가로수 길 등 도시 디자인이 도시 경쟁력의 주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도시건설과 도로 토목공사에서도 편리성과 효율성만을 따져서는 안 되고 그 도시의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도시 디자인 차원에서 설계와 시공을 해야 합니다.
경제성 문제도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의 경제성만을 볼 것이 아니라 10년 아니 100년 이상을 내다 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담양군에 가져다주는 경제성은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지난 2000년 1차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훼손 위기 때 익산청의 원안대로 도로가 건설되었다면 현재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현명한 담양군민과 가로수사랑군민연대의 힘으로 현재의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지켜냈고 대한민국의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대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석굴암이나 팔만대장경처럼 명성이 높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들만이 문화재는 아닙니다. 이제, 가로수 등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자연경관 등도 문화재로 보아야 합니다.
조상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잘 보존하여 민족 문화를 계승하고 자손만대에 물려주어야 할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는 역사는 짧지만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우리 담양의 역사이고 보물입니다. 토목공사의 편리성과 효율성 때문에 담양의 보물 수십 그루를 베어낼 수는 결코 없습니다. 익산청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훼손되는 구간 설계를 다시 해야 합니다. 선형 및 구조물 변경을 통해 단 한그루의 가로수도 훼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먼저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대안을 세운 후 재개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