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떠나 지역 우선시하는 공감대 형성 필요
도로·하천서 ‘100m→150m’ 이상 골자 입법예고



지난 2006년 농지법이 개정된 이후 도로변이나 관광지 주요 진입도로에 축사들이 들어서자 청정 고장이라는 지역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탄력적인 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2006년 축산진흥을 위해 농지에 축사를 자유롭게 건축할 수 있도록 농지법이 개정된 이후 축사들이 대로변이나 마을입구, 관광지 주요 진입도로 등지에 들어서고 있어 쾌적한 생태도시라는 지역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축산업 진흥을 통한 농촌경제 활성화와 환경보전 및 쾌적한 정주여건 조성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려면 축사를 짓는데 관계법상 하자가 없다고 할지라도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곳에는 축사를 자제토록 하는 등 법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담양관내에는 2006년 농업진흥구역을 포함한 일반 농지에 자유롭게 축사를 건축할 수 있도록 농지법이 개정되면서 대로변이나 마을 입구, 읍면별 주요 관문 등 주변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축사들이 건축되고 있다.
이처럼 남설(濫設)에 가까울 정도로 증가일로에 있는 축사들은 청정지역 이미지를 떨어뜨릴 뿐만아니라 심지어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모기·파리 등 해충들로 인해 통행객 및 인근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례 - 창평·용면·수북
담양에서 창평으로 가는 길목에 최근 축사가 들어섰다.
창평은 지난 2007년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후 바쁜 생활에 찌든 도시민들이 공해없는 자연환경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체험하고 슬로푸드를 맛보려는 외지 관광객들이 부쩍 늘고 있는 곳이다.
만약 죽녹원과 가마골을 둘러보고 창평 슬로시티를 찾아가는 관광객들이 창평으로 가는 주요 도로변 축사에서 품어나오는 악취와 해충들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삶의 여유는 커녕 냄새나는 슬로시티라는 나쁜 이미지만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주거지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용면사무소 인근에도 최근 축사가 건축됐다.
특히 이곳은 추월산·가마골 등 담양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가는 길목이어서 관광지역이라는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시설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수북면에서 대전면 방향으로 새로 뚫린 대로변에도 축사가 건축되고 있다.
비록 인근의 수북중학교나 마을과 100m 이상 떨어져 있지만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통행하는 차량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개연성을 다분히 안고 있다.
특히 자연적인 장애물이 없는 평지에 건축된 점을 감안하면 저기압 상태에서 바람의 방향에 따라 학교나 인근 마을에 악취를 풍길 우려를 낳고 있다.
#축사 남설 이유
이처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축사들이 건축되는 가장 큰 이유는 농지법이 개정된데 있다.
농업진흥지역을 포함한 농지에서 축사를 짓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형질변경 절차가 요구됐었지만, 농지법 개정으로 ‘축사’ 자체가 일반 벼농사와 동일한 개념으로 간주돼 별도의 형질변경이 필요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나 홀로 축사’를 지양하고 되도록이면 대로변이나 인가·마을입구 등과 떨어진 곳에 집적화된 중·소규모의 축산단지를 유도하는 행정의 방향과는 달리 마을에서 100m만 떨어진 농지만 확보하면 축사를 신축할 수 있게 돼 ‘축사 건축붐’이 일게 됐다.
또 대로변이 외진 곳에 비해 접근성이 용이하고 진입도로를 개설하거나 전기 및 급수시설을 끌어들이는데 유리하다는 점도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기술과 장비의 발달로 시스템화된 축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됨으로써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고도 소 먹이를 주거나 대규모 축사를 청소하는 등 축사관리가 쉬워진 것도 축사증설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됐다.
하지만 이처럼 대로변이나 마을 입구 등에 축사를 짓게 되면 차량 소음으로 소가 스트레스를 받게 돼 생육이나 출산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되고 또한 높은 등급의 육질을 지닌 소를 사육하는데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안 찾아라
당초 농지법이 개정된 이유는 농촌경제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축산을 진흥시켜 농가소득을 증대시키고 이를 발판으로 농촌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축사건축을 장려해야 한다는 공익적인 필요성에 있다.
최형식 군수도 지방선거 당시 약속했던 농정과 내에 ‘한우 담당’ 신설을 추진한 것도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고 중요하기 때문.
최 군수가 공약을 이행하자면 축사를 짓도록 장려해야 하지만 조화로운 환경보전으로 쾌적한 정주여건을 조성하고 또 자연과 주민의 삶이 잘 어우러진 ‘관광담양’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축사건축에 대한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법률상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는 축사를 짓도록 허용하되 사람과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변이나 주택 밀집지, 읍면별 주요 관문에는 농민 스스로가 축사건축을 자제하는 등 주민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또 되도록이면 ‘나 홀로 축사’를 지양하고 규모별로 단지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군 가축사육의 제한에 관한 조례’상 ‘축사를 건축하기 위해서는 10호 이상의 인가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가장 가까운 인가에서 직선거리로 100m 이상 떨어질 것’을 요구하고 있는 조항을 탄력적으로 정비·운영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시말해 직선거리가 100m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언덕이나 야산이 가로막고 있는 경우에는 축사를 허용해야 하며, 이와는 반대로 자연적인 장애물이 없는 평지인 경우에는 100m를 넘기더라도 축사를 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주민반응
주민들은 축산이 지역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관계법상 하자가 없다고 해서 위치에 상관없이 무한정 축사를 허용하는 것에는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창평주민 A씨는 “슬로시티 입구에 대규모의 축사를 허용한다면 관광객들에게 냄새나고 해충이 득실거리는 나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용면주민 B씨는 “추월산, 담양호, 영산강 시원인 용소로 통하는 대로변에 축산분뇨의 악취가 난다면 관광지로서의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하는 등 도로변 축산에 대해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반면 축산인들은 도로변의 축사 신축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공감하면서도, 도로와 떨어진 곳에 축사를 지을 경우 진입로와 전기·용수 등의 행정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무조건 규제에 대한 부정적인 자세를 견지했다.
축산인 C(54·담양읍)씨는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로변 같은 곳에 축사를 짓는다는 것이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여건상 부득이한 경우가 있다”며 “이를 막고 축산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군차원의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가축사육 관련 입법예고
군은 축사에 대한 이같은 여론을 감안, 지난 26일부터 오는 8월 14일까지 기존보다 가축사육의 요건을 한층 강화시킨 조례안을 입법예고 중에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10호 이상의 인가가 밀집된 지역에서 축사와 최근접 인가와의 직선거리가 돼지·닭·오리·개는 500미터, 소·말 등 기타 가축은 300미터 이내 ▲도로나 하천 경계로부터 직선거리로 150미터 이내의 지역 등 주거밀집지역과 지역주민의 생활환경보전이 필요한 지역 등이다.
즉 기존에는 10호 이상의 인가가 밀집된 지역에서 최근접 인가에서 100미터 이상일때 축사신축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300미터 이상 간격을 유지해야 하며, 도로나 하천으로부터도 150미터 이상 떨어져야 축사를 지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10호 이상 밀집지역과 300미터를 지나치게 적용하면 사실상 ‘축사를 짓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탄력적인 적용이 요구된다.
이는 마을과 마을간의 평균거리가 600미터인 점을 감안하면 중간지대에 축사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300미터에 미치지 못하게 될 뿐아니라 마을간에 위화감마저 조성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주,추연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