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나무를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독특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온 사진가 라규채(52)씨가 속도의 시대와 역행하는 듯한 삶을 살아가는 미얀마 사람들의 일상을 조용하고 잔잔하게 앵글에 담은 포토에세이 ‘하늘을 나는 새는 뼈 속까지 비운다’(대동문화재단, 15000원)를 냈다.
라규채 씨에게는 미얀마 여행에서 만난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앵글에 담는 일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 된 셈이다.
이 책에는 ‘비움’과 ‘자연’, ‘느림’, ‘행복’을 주제어로 군사정권의 억압 속에서도 내세(來世)를 위해 행복하게 살아가는 미얀마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작가의 글과 버무려져 '생활속의 비움'의 미학이 담겨져 있다.
부처의 미소를 가진 사람들, 걸인과 똑같은 밥을 먹고 수행하는 사원 스님들, 동물을 한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 육지로 나오면 멀미로 고생하는 수상족 인따족 아이들, 잘려나가 뭉툭해진 손목으로 대나무 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공예가 등 다양한 미얀마 군상에서 가난이 오히려 행복에 짐이 되지 않는 모습을 봤다. 컴퓨터 자동차가 없어도 영혼이 풍성한 그들을 만났다.
저자가 미얀마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에세이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탐욕을 비우고 행복하고 아름다움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자’는 것이었다. 그런 삶의 진실에 대한 추구가 이 사진 에세이집에 담겨 있다.
“탐욕으로 가득 찬 항아리를 비우고 지혜의 바다를 퍼 담으며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미얀마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들을 나는 부끄럽고 부러운 마음으로 조용히 카메라 뒤에 숨어 빈 가슴에 담았다.”(저자 서문 중)
라규채씨는 광주대 대학원 사진학과 석사 과정을 이수 중이며 최근에는 대나무를 소재로 ‘공(空)하다’ 연작을 통해 대나무의 멋, 불교적 선의 세계를 연결한 사진작업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