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양잠(養蠶)산업의 중흥을 꿈꾸는 공무원 김종선씨
64.양잠(養蠶)산업의 중흥을 꿈꾸는 공무원 김종선씨
  • 마스터
  • 승인 2011.01.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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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잠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친환경 생명산업입니다”

2004년 담양 대나무자원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농업자원관리소분소장으로 옮겨 누에와 함께 7년
광주 MBC ‘뽕 100사’ 농업박람회 누에 생태관…


197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전세계 누에고치 생산량의 10%를 생산했고 양잠은 외화벌이의 최대산업으로 조국근대화의 초석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이르러 중국이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해 낸 실크에 밀리고 화학섬유의 등장으로 우리의 양잠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1990년대 후반에 와서는 사실상 실크공장이 문을 닫게 되었고 농가의 주소득원이었던 양잠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데 ‘전라남도 곤충잠업연구소’ 공무원 김종선씨는 21세기에 접어들어 양잠산업이 부흥의 기회를 맞게 되었다고 역설한다.

김종선씨의 공직생활은 올해로 37년째가 된다. 김씨는 담양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1973년, 스무살의 나이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공직생활을 했다. 한때 고향에 돌아와 담양군 ‘대나무자원연구소’ 소장으로 일한 그는 현재 ‘전라남도 곤충잠업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다. 김 씨는 37년 공직생활중 담양에서 근무했던 기간에 많은 갈등과 번민을 했었다고 술회한다. 그러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시간이라고도 말한다.


필자도 토막토막으로 김씨에 대한 평판을 들은 적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양잠산업의 부흥을 꿈꾸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씨를 만나 꽤나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타인에 대한 편견(偏見)은 나의 오만(傲慢)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사실 일을 하지 않으면 비난이나 책임도 따르지 않는다. ‘무사무책(無事無策)’이라는 신조어(新造語)를 하나 만들어 보았다.

김씨는 2004년 3월에 담양 대나무자원 연구소에서 장성에 위치하는 ‘전라남도 농업기술원 농업자원관리소 분소’의 분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분소는 2011는 1월 1일 전라남도 직제개편에 따라 ‘전라남도 곤충잠업연구소’로 바뀌었다. 분소에서 독립기관으로 승격이 된 것이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곳에 발령받고 올 때는 징검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를 봐서 본청에 들어가 근무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2005년에 광주 MBC에서 광복 60년을 기념하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료를 준비해야 하고 또 주도적으로 출연도 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지사님께서도 주인공이 빠지면 되느냐고 발령을 보류해 그 일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2부작으로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타이틀은 ‘뽕 100년사’였는데 1부는 ‘명주의 꿈’이었고 2부는 ‘잊혀진 노래 베틀가’였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 네트워크를 타고 방송되었고 시청자들의 반향을 일으켰다. 한 공무원의 성과에 대해 보상을 주는 것은 공직사회의 보편적이 관례가 되어 있다. 그 보상은 승진이나 영전같은 것일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둘 수도 없었다. ‘제2회 전라남도 농업박람회’에 ‘누에 생태관’을 설치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농업박람회에 소규모의 누에 생태관을 설치했는데 관람객들의 호응이 좋았고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습니다. 박람회가 끝나고 시설물을 철거하는데 지사님께서 누에 생태관을 1회용으로 사용하지 말고 지적재산으로 확보해 전라남도 자산으로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누에와 관련한 특허출원을 준비했습니다.”


그동안 전라남도 농업기술원 농업자원관리소 분소에서 특허와 디자인 등록을 한 것은 10건이다. 누에고치 특수염색방법, 누에고치를 이용한 전구 캡 제조방법 및 장식용 전구의 제조 방법 등 특허 등록이 3건이고 누에고치를 이용한 장식 줄, 누에고치를 이용한 장식용 소품 등 디자인 등록이 7건이다. 모두가 김씨의 발명품이다. 이 가운데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누에고치 염색이다.


“그동안 명주실에 대한 염색은 보편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고치에 대한 염색은 누구도 하지 못했습니다. 생고치에는 ‘세리신’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염색이 안 된 것입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수백번도 넘게 실험을 했고 실험에 참가한 직원들의 손바닥 허물이 여러차례 벗겨지기도 했습니다. 가족들도 누에고치에 빠져 사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사양산업의 도를 넘어 이제는 폐기해야 할 산업인데 쓸데없는 정력을 소모하느냐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양잠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무한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친환경신산업이며 생명산업이라고 확신합니다. 대한민국이 전세계 양잠기술의 으뜸이고 대한민국에서는 전남이 으뜸입니다. 전남은 그야말로 아껴놓은 친환경지역이기 때문에 양잠의 최적지입니다. 예전에는 양잠을 하는 집에는 초상집에도 가지 않고 생리가 있는 여자들은 잠실출입도 금지할 정도로 환경에 신경을 썼습니다. 양잠을 그만큼 신성시했던 겁니다. 전남은 순결한 땅이고 신성한 땅이기 때문에 우리 전라남도 농가는 반드시 양잠을 통해 부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전남은 2007년도부터 우즈베키스탄 같은 나라에 누에씨를 수출하고 있는데 수출이 더욱 확대되어 농가의 소득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2007년, 김씨는 본청으로 발령이 났다. 그러나 사령장을 받고도 자리를 옮기지 못했다. 이번에도 지사의 생각이 걸림돌이 된 것이다.
“지사님이 우리 공직사회는 자리이동이 잦고 한 자리에서 근무하는 기간이 짧아 행정전문가를 못 키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말은 나에게 ‘누에 전문 행정가가 되라’는 우회적인 말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하는데까지 해보자는 심정으로 본격적인 누에공부를 하기 위해 전남대학교 식물생명공학과에서 박사과정에 입학을 했습니다.”


김씨는 박사과정 3년을 이수하고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논문제목은 ‘에리-잠 실내 사육 및 유전 분석에 관한 연구’이다. 에리-잠(Eri-silkworm)은 아주까리 잎을 먹고 자라는 특이한 누에인데 이에 대한 연구는 김씨가 처음이다.

김씨는 누에와 함께 7년을 보냈다. 그 사이 김씨는 대한민국의 누에 전문행정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김씨는 현재 ‘전국 잠사학회 부회장’, ‘전국 잠업발전협의회 회장’ 등을 맡아 잠업발전에 정열을 쏟고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 교과서 ‘누에와 비단’ 전라남도 교육감 인정도서 심의위원이기도 하다. 이제 그의 박사논문이 통과되면 김씨는 명실공이 대한민국 누에박사가 될 것이다.


“공직생활이 이제 3년 남았습니다. 공직생활 말년에 했던 일을 바탕으로 해서 고향 담양을 위해 무언가 일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담양은 천혜의 친환경지역입니다. 담양은 대숲을 더욱 가꾸어 나가야 하고 대숲에 살고 있는 곤충에 대해서도 연구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것들이 담양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공직생활을 마감하면 고향에 돌아가 그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설재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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