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호 전남대교수
1. 정의 및 증상
구제역은 말 그대로 입(口)과 발굽(蹄) 주위에 병이 발생하는 전염병으로써, 발굽이 두 개로 나누어진 소·돼지·염소 등과 같은 동물(우제류)만 감염되는 질병이다. 구제역은 폐사율이 그리 높진 않지만(5~55%), 전염성이 매우 강해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A급 질병(전파력이 빠르고 국제교역상 경제적 피해가 매우 큰 질병)으로 분류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구제역은 잠복기간이 2~14일 정도로 매우 짧은 것이 특징이다. 구제역에 걸리면 체온상승·식욕부진·침울·유량감소가 나타나며, 발병 후 24시간 이내에 침을 심하게 흘리고, 혀와 잇몸·코·발굽·젖꼭지에 물집이 생긴 후, 터져서 피부가 드러나게 된다.
2. 병원체
구제역 바이러스는 DNA 게놈을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와 달리 RNA 게놈을 가지고 있어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그 결과 총 7개의 혈청형(O, A, C, Asia1, SAT1, SAT2, SAT3형)이 있으며, 80개 이상의 아형이 존재한다. 따라서 백신의 혈청형이 농장에서 발생하는 혈청형과 다를 경우 예방이 되지 않으며, 또한 아형이 다른 경우에도 완벽한 방어가 어렵다.
3. 소독
구제역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므로 56℃에서 30분이면 완전히 파괴된다. 또한 pH 5.0 이하 또는 pH 11.0 이상에서는 급속히 사멸하므로 산성제제(구연산, 초산 등) 혹은 알칼리제(가성소다, 생석회, 소석회 등)를 이용하여 소독한다.
대부분 소독약은 겨울철 온도가 낮아지면 소독력이 떨어지므로, 낮은 온도에서도 효과적인 소독제를 개발해야 한다. 알데히드제(포름알데히드, 글루탈알데히드 등)는 낮은 온도에서 비교적 좋은 소독력을 발휘한다. 유기물(분변, 오줌, 사료 등) 또한 소독약의 효력을 저하시키므로 소독 전에 철저히 청소를 실시한 후 소독한다. 대부분 소독약은 사람이나 동물에 직접 닿지 않도록 사용해야 하지만, 구연산은 생체에 직접 적용해도 무방하다.
4. 전파경로
구제역은 감염동물의 수포·침·유즙·정액 등과 접촉하거나 감염동물에서 나온 오염물질 및 이를 함유한 식품 등에 의한 직접전파, 감염지역 내 사람(농장 근무자, 수의사, 인공수정사 등)·차량·의복·물·사료·기구 및 동물들에 의한 간접전파, 공기를 통한 공기전파가 있다. 발생초기에는 대부분 오염된 지역을 여행하는 농장 근무자에 의해 전파되며, 이후에는 차량 등에 의한 전파가 문제가 된다. 또한 드물지만 공기전파에 의한 경우 육지에서는 60㎞, 바다를 통해서는 300㎞까지 전파될 수 있어,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에 의해서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5. 검역 및 방역
우리나라의 경우 구제역은 특히 동남아지역이나 중국 등 여행객이나 이들 지역에서 방문한 외국인들에 의해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지역 여행객이나 이들 지역에서 방문한 외국인들에 대한 검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발생지 여행자, 방문 외국인은 물론 축산농가에 대해서도 철저한 교육을 하여, 이들 질병이 들어올 수 없도록 혹은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신고를 통해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구제역은 일단 발생하면 높은 전염성에 의해 급속히 확산되므로, 차량에 대한 통제, 외부인 차단, 소독제 설치 등을 강화 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백신 비접종 청정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발생농장 반경 500m 내 무조건적 살처분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이유로는 백신 접종 시 청정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청정국에 축산물 수출이 곤란해지고, 동등성 원칙에 따라 중국과 같은 구제역 발생국으로부터 수입을 막아내기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살처분 우선 위주의 현 방역정책이 막대한 비용과 비효율성, 구제역 상시 발생국인 중국·동남아 등과의 인적교류가 연간 800만명이 넘어 구제역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 점, 지하수 오염과 같은 환경오염문제, 동물생명권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축산물 수출이 연평균 3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 국내 축산물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비청정국산 수입육의 국내 시장 잠식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 등에서 청정국 지위 유지에 목매지 말자는 의견도 있다.
6. 향후 전망
우리나라 구제역 방역에 대한 기본 정책이 ‘구제역 살처분 정책’에서 한 단계 낮은 ‘구제역 백신 접종 정책’으로 바뀌게 되었고, 백신을 자체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국내외의 다양한 환경을 감안할 때 이는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동물검역 및 방역은 이번처럼 대규모 국가재난형 악성 전염병이 창궐하였을 때, 인력 및 시설의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발생 초기단계 대응이 미흡했다. 정부에서는 동물검역 및 방역을 위한 예산확보·인력보강·시설투자를 증강해서 체계적인 국가 검역시스템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우리 군에서도 청정 축산을 지키기 위한 지역축산대책을 검토해야 한다. 방역체계 점검, 방역예산지원 확대, 인력보강 등이 시급하고, 사양관리·질병관리 등 지역축산인 상대로 교육과 새로운 정보교환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우리 지역은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으로 남아 국내 축산식품 시장에서 상대적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이미 백신 접종을 했기 때문에 완전한 청정지역 지위를 회복하고, 청정 축산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지역 축산인과 지역민이 더욱 더 힘을 합해야 할 때이다. 설 명절 귀향이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풍속이지만, 사상 초유의 재난으로부터 지역 축산을 지켜내기 위해 다가오는 설 연휴 동안 구제역 발생 지역으로부터 귀향을 적극 자제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