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원 (사) 생태도시담양21협의회 사무국장
가마골 용소에서 시작된 영산강은 담양을 따라 유유히 흐르며 호남의 젖줄로 그 위용을 자랑하고 특히 담양에 위치한 영산강 상류는 물이 깨끗한데다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돼 환경적 가치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 또한 가늠할 수 없는 귀한 보물이다.
환경부는 이처럼 귀한 영산강 습지 보전를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영산강 상류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담양하천습지는 일반적 하천습지와 달리 하천 내 다양한 나무가 밀집돼 있고 갖가지 꽃과 풀 또한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고 내고 있어 많은 탐방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처럼 생태적 보존가치가 뛰어난 담양 하천습지 하부에는 담양의 상징인 대나무가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어 웅장한 볼거리를 제공해 담양군의 또 다른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 ‘영산강살리기사업’ 일환으로 ‘생태하천 조성사업’이 진행 중이나 그 사업 명칭과는 달리 이곳 대나무 숲의 26%인 2만6800㎡가 이미 제거됐으며(약1만2천 그루) 앞으로도 하천 폭을 넓히기 위해 뿌리까지 제거하는 준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만약 계획대로 사업을 강행한다면 대숲 가장자리 100m가량이 없어질 상황으로 담양 하천습지의 핵심인 대나무 숲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어 담양군과 생태도시담양21협의회는 그 면적을 50m로 줄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시행청인 익산청은 대나무 숲이 물 흐름을 방해하고 있으며 주변 농경지의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공사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담양군과 생태도시담양21협의회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동안 침수피해의 원인은 대나무 숲이 태목배수관문을 가로막고 있어 물 흐름과 배수를 방해해 농경지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앞으로 대나무 숲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물 흐름 방향과 일치할 수 있도록 배수로 정비사업이 실시될 예정이어서 익산청이 주장하는 바는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배수로 사업이 이뤄지면 물 흐름이 원활해져 농경지 침수를 막을 수 있으며 충분한 통수 단면적도 확보해 습지를 보호하고 수해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습지는 물이 흐르다 고이는 오랜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생명체를 키움으로써 완벽한 생산과 소비 균형을 갖춘 하나의 생태계다. 또 많은 생명체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생태계를 안정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중 담양 하천습지에 자리하고 있는 대나무 숲은 4계절 내내 푸름을 간직하고 아름다운 장관을 이뤄 경관으로도 충분히 보존가치가 있는 곳이다.
담양 하천습지에 대한 환경부 조사를 보면 205종류의 식물과 58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7종의 어종과 포유류 등이 분포돼 있다. 이에 따라 습지가 줄어들고 환경이 훼손되면 조류는 물론 민물고기와 포유류 등 숱한 생물종이 자취를 감추거나 멸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하며 결국 인간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습지는 ‘물을 머금은’ 생명의 땅이자 ‘자연의 콩팥’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생물자원 보존 등 환경문제는 편리한대로 처리하고 말 문제가 아니다. 번식지·서식지 보호 등을 통해 최적의 생태 환경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일은 이미 필수 사항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담양하천습지 관리 종합 계획’이 수립돼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예산이 확보돼 습지 생태계 관찰, 학습원 탐방로, 친수 공간, 휴게 공간 등이 마련되면 이곳 또한 담양의 여느 관광자원처럼 생태 관광의 명소로 높은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한 문학가는 습지를 “자연이나 생물이나, 서로가 서로에게 서로를 새겨 넣는 그래서 구분이나 분리가 별로 의미가 없어지는, 총체인 하나가 있을 뿐인 공간, 분리가 되면 무엇이든 별로 소용이 없어지는 공간, 서로를 이어주고 붙여주는, 외따로 떨어져 있을 수 없는 곳”이라 정의한다.
우리는 여기서 자연이 무엇이고,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