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꽃차 명인 다전(茶田) 송희자씨
74.꽃차 명인 다전(茶田) 송희자씨
  • 마스터
  • 승인 2011.04.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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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관상의 대상이면서 몸에 좋은 식재료입니다”

시어머니 병수발 하러 남편따라 귀촌
계절따라 피어나는 꽃들을 한 잎씩 먹어보며
삶의 경이로움 깨닫아 꽃차 만들기에 심취

바심재 아래 ‘머루랑

담양에서 장성 백양사로 넘어가는 월산면 바심재 아래 호젓한 길목에 ‘머루랑 다래랑’이라는 간판이 걸린 찻집이 있다. 장사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는 필자의 눈에도 이 찻집의 영업이 그리 신통치는 않을 것 같아 보였다. 장사는 목이 좋아야 한다는데 머루랑 다래랑은 이 점에서 여건이 안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볼거리라도 있다면 가던 사람들이 잠시 멈추어 서게 될 것이고,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찻집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 점에서 봤을 때 머루랑 다래랑은 그냥 차창 밖으로 바라보면서 스쳐 지나가버리기가 십상일 것 같다. 이 찻집의 주인 송희자씨도 그렇다고 말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바라보며 스쳐 지나갑니다. 그렇지만 한 번 찾아온 분들은 지속적으로 찾아옵니다. 평생고객이 된다고 봐야지요. 우리 찻집은 지나가다 무심코 들르는 분은 별로 없고 대부분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입니다.”
송씨가 이곳에 찻집을 연 것은 시댁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1993년 송씨는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시댁이 있는 월산면 용흥리로 들어왔다. 도시생활을 접고 귀촌(歸村)하여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었다. 시어머니의 병수발 때문이었다. 동경 ‘오차노미스 여자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송씨는 무역회사에서 근무했다. 결혼해서 첫아이를 낳을 때까지 줄곧 서울에서 살았다. 시골에 와서 살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시골에 내려온 뒤 7년 동안 고혈압으로 쓰러진 시어머니의 병수발을 했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 송씨는 계절 따라 사방에 피어나는 꽃들을 발견했고, 이 꽃 저 꽃 한 잎씩 먹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꽃마다 지니고 있는 독특한 향기에 빠져들고, 그 꽃을 취함으로써 몸의 반응이 달라짐을 느꼈다. 급기야는 꽃차 만들기를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내려왔던 것인데 너무도 새로운 삶의 경이로움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보니까 모든 것이 소득원이었습니다. 특히 산야에 지천으로 피어있고 널려있는 들꽃이나 열매들이 모두 소득원이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오디, 파리똥이라고도 하는 보리수 열매, 자생하는 꽃들은 서울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먹는 것들인데 시골 사람들은 버려두고 있었습니다. 저걸 가지고 차나 과즙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돈도 안되는 일을 그만 두라고 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책이나 들여다보고 있는 며느리가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니는 논밭에 나가 노동하는 것만이 일이고, 책 보고 있는 것은 노는 것이고, 돈을 안버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법정 보호식물을 뜰에 심어 놓으면 쓸데 없는 풀이라고 뽑아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송씨는 겨울이 가고 봄이 되어 꽃이 피기 시작하면 꼭두새벽부터 산과 들을 누비며 꽃을 따 차를 만들었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속에서 송씨의 얼굴은 검게 그을렸고, 손마디는 굵어졌다. 고생한 만큼 송씨의 수제 꽃차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과 시어머니도 며느리가 하는 일이 결코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바꾸었다.

1997년 송씨는 꽃차 만들기 4년 만에 ‘머루랑 다래랑’ 찻집을 열었다.
“용흥리는 고지대여서 담양읍보다 평균기온이 4도나 낮은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원도와 비슷한 식물분포를 이루고 있습니다. 담양은 대한민국 3대 청정지역 가운데 한곳인데 우리 찻집에서 반경 10㎞가 맥반석층이라고 합니다. 맥반석층이기 때문에 토양, 물, 공기가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담양에서도 용흥리는 일교차가 심하고 기후변화도 많은 곳이어서 꽃의 빛깔이 곱고 향이 좋아 차를 만들면 다른 지역과 차별된 맛이 나옵니다. 저는 담양이 시댁이기기도 하지만 가사문학의 고향이고 청정한 땅이기 때문에 사랑합니다.”


그동안 송씨가 만든 꽃차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종류가 150가지에 달한다. 송씨는 그 많은 꽃차 중에서 백화차(百花茶)를 으뜸으로 꼽는다. 백화차는 100가지의 꽃을 모아 만든 꽃차이다. 백화차는 1년 동안 꽃을 모아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웬만한 정성과 끈기가 아니면 만들기가 쉽지 않다. 꽃에도 궁합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꽃이 들어가야 하고, 밤에 피는 꽃과 낮에 피는 꽃이 음양을 이루어야 한다. 향이 있는가, 음양 성분이 충분한가, 색깔이 아름다운가 등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 맛에도 단맛, 쓴맛, 성미가 따뜻한 맛, 차가운 맛이 있다. 또 독이 있는가 하면 그 독을 해독하는 것도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의 것들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백화차가 탄생한다고 한다.

송씨는 최근 야생화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미 충북 음성과 제주도에 이르는 남부지방 농가들에게 우리 꽃 위탁재배로 꽃차를 대량생산하여 적잖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향후 5년 안에 300억원의 수출도 구상하고 있다.


“꽃차라는 기호식품에서 벗어나 우리 꽃을 식품화하는 것입니다. 꽃은 관상용이 아니라 식품입니다. 이 세상에 먹을 수 없는 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꽃은 다른 식재료와 비교해 색과 향 그리고 맛을 겸비한 식재료입니다.”


송씨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말도 없이 꽃 연구에 매달려 지낸다. 주말에는 새로운 꽃차와 식재료로서의 꽃의 효능을 연구하고, 주중에는 여기저기 강의를 다닌다. 또 머루랑 다래랑에서는 2010년부터 꽃차의 부가가지 창출과 야생화의 식품화를 위해 ‘꽃차 품평회’를 열고 있다. 첫해였는데 1,000여명이 찾아와 주었다. 마을주민과 월산면 청년회 등 사회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해주었다고 한다.


송씨는 부단한 연구결과를 책으로 묶어 펴내기도 했다. ‘향기로운 우리 꽃차’와 ‘마음 맑은 우리 꽃차’ 두 권의 책이다. ‘마음 맑은 우리 꽃차’는 국내 최초로 우리 땅에서 나는 야생화와 그 야생화로 만든 꽃차를 소개한 책이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꽃을 식용이나 약용으로도 써왔지만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야생화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나 체계적인 기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꽃차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이후로는 고문헌부터 각종 민간요법, 식물학 사전까지 뒤적이며 혼자 공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꽃차 가이드북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책을 냈습니다. 자료가 별로 없어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현재 이 책은 꽃차 교과서로 쓰이고 있다.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꽃차를 우린다. 우린 꽃차를 잔에 딸면서 다전 송희자는 말한다.
“맨 처음 꽃차를 우릴 때는 화려함으로 마시고, 두번째는 그윽함으로 마시고, 세번째는 빛바랜 아름다움으로 마시고, 네번째는 순수함으로 마십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자연이라고 생각하고 마시면 됩니다. 그러나 단 한번만 마시는데 그치지 말고 여러번 물을 부어 꽃이 변화하는 과정과 다양한 맛을 느껴 보십시오. 꽃은 꽃으로 태어나 잠시 머물다 시들어 가지만 세심한 손길에 여러번 다시 피어납니다. 이것이 꽃이 주는 매력입니다.”
꽃차를 마시는 내 혀끝보다 송씨의 꽃차 이야기를 듣는 내 귀가 더 호사를 한다.

/설재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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