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길 주변 600대 대여…행정손길 한계 ‘무법천지’
방치땐 아름다운 숲길 명성 퇴색…특단 대책 시급



담양의 명물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때아닌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담양군이 최근 가로수길의 체계적인 관리를 이유로 입장료를 징수키로 하면서 지역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가로수길은 지난 2002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드라마와 영화·CF 등에 소개되며 하루 평균 1천여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전국적인 관광지가 됐다.
이처럼 관광객들이 늘어나 몰려든 불법 노점상들이 수입이 높은 자전거 대여업에 혈안이 되면서 메타 길은 이미 보행로 및 산책길의 개념에서 멀어져만 갔다.
이 과정에서 메타 가로수길 주변은 넘쳐나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돈맛(?)’을 본 노점상들의 상도를 잃은 영업행위에 행정당국에서는 단속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난장판이 된 가로수길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담양군은 지난달 26일 메타 가로수길의 경관 보존 등을 위해 유료화를 골자로 한 관리조례를 제정키로 하고, 11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이를 두고 일부 주민들은 지역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논란속에 본지 기자는 지역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메타 가로수길을 찾았다./편집자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
가로수 터널은 녹색옷으로 갈아입고 초여름의 햇빛으로 손으로 건드리면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듯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평일인 지난 2일 오전, 가로수길은 홍보용 사진속의 아름답고 한가로운 모습으로 하나 둘 자전거나 도보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풍요로움과 여유를 아낌없이 베풀고 있었다.
주말인 지난 4~5일 다시 가로수길을 찾았다. 지난 5일 쾌청한 일요일 오후.
가로수길은 평일의 모습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가로수터널이 우거진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은 간데없었다. 오직 사람과 자전거가 뒤엉킨 채 혼란스러운 풍경, 말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관광객 박모(52·여·광주시 북구 문흥동)씨는 “인터넷이나 신문방송, 그리고 입소문 처럼 녹색터널을 걸으며 추억을 만들어보겠다는 상상을 하며 찾아왔는데 자전거 도로인지, 산책로인지 분간을 할 수 없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박씨와 함께 왔다는 정모(52·여·광주시 북구 운암동)씨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나들이했는데 여유로움을 느낄 수 없다”며 “많은 자전거를 피하느라 산책을 엄두도 못내겠는데, 도대체 행정당국은 왜 이렇게 방치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가로수길 주변에는 4~5곳에서 자전거 임대업을 하고 있었다.
무려 270여대를 보유하고 있는 대여점을 비롯 4~5곳에서 보유한 자전거가 무려 600여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휴일에는 어김없이 수많은 자전거들이 가로수길을 점령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인파로 가득찬 듯 보이던 가로수길에는 1인용부터 시작해 연인들이 즐기는 2인용, 가족용 4인승 자전거는 물론 충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전동자전거까지 다양한 형태의 자전거가 보행자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때문에 산책하는 사람들은 여유를 가지고 한가롭게 정담을 나누기보다는 질주하는 자전거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연출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주민 김모(48·담양읍 백동리)씨는 “요즘 가로수길을 가보면 단순 보행길이라는 기능을 상실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관광객들의 불만을 방치한다면 머지 않아 가로수길의 명성이 퇴색될 것이기 때문에 담양군에서는 유료화 등을 통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주민 최모(45·여·읍 백동리 청전아파트)씨는 “가로수길은 40여년전에 군민들이 나서 심고 가꾸어왔을 뿐만 아니라 2002년에는 국도확포장 공사 당시 많은 가로수가 베어질 위기에 처했을때도 군민들이 지켜낸 단순의미의 가로수길이 아니다”면서 “군민들의 노력이 배어있는 가로수길은 몇몇 주민이 아닌 군민 전체의 전유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 가로수길 주변에는 쓰레기는 물론 담양군에서 설치한 시설물이 파괴돼 있었다. 담양군이 가로수길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한 화분과 볼라드(기둥), 나무 펜스 등이 훼손돼 있다. 사실상 무법천지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가로수길을 다녀간 누리꾼들이 의견을 제시한 담양군청의 홈피를 들여다보면 가로수길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누리꾼 진선경(광주)씨는 “메타세쿼이아 길에 사람과 자전거가 뒤섞여서 사고다발지역보다 더 사고 많이 나요. 산책하다가 우리 조카도 2번이나 다칠 뻔했어요”라면서 “사람과 자전거가 뒤섞여서 조잡하기 이루 다 말할 수 없어요. 여기저기서 자전거 타다가 우는 소리 들리고 다칠까봐 산책도 맘편히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또다른 누리꾼 김○○씨는 “모처럼 메타세쿼이아에 갔는데 기대와는 달리 실망이 너무 컸다. 시장통을 방불케 하듯 차도인지 자전거도로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이고, 쌩쌩 달리는 자전거를 피해 다니는 사람들이 아슬아슬하게 까지 보이더군요”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설재기·추연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