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블루베리 사랑
(기고)블루베리 사랑
  • 마스터
  • 승인 2012.04.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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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한
담양군 블루베리발전회장

4월 초순 어느 날 밤,
꽃샘 추위에 하우스 밖은 바람이 불고 쌀쌀하다.
옷을 주섬주섬 찾아 입고 밖을 나서니 주위는 캄캄하고 어둠 속에서 별빛은 총총히 빛난다. 하우스에 촛불이라도 켜고 싶다.


50평 정도의 작은 터 밭에 있는 하우스 안에 들어서면서 수은주를 쳐다보니 영하에 가깝다. 타들어 가는 촛불을 보면서 기름 값, 농자재 값을 걱정하는 농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금씩 하우스 안에 온기(溫氣)를 느낄 수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고 있다. 아무리 농업의 환경이 어려워도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경쟁력으로 이길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지는 순간이다.


지금은 새벽 1시 , 6시 경이 제일 추울 것인데 촛대가 벌써 반토막이다.

촛불에 싸여있는 블루베리 꽃은 수줍은 듯 어렴풋이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 월하 미인(月下 美人) 같다는 귀거래사를 읊은다면 어느 촌부(村夫)의 넋두리일까.


촛불을 다 켜고 집을 나서니 새벽 3시 경 찬 바람이 볼을 스친다.


농장에 가보니 수막(水幕)이 저장된 물을 내 품고 있다. 물이 부족하니 찔금 찔금 하우스를
적신다. 보조 난방기는 기름이 부족하여 타이머에 맞춰 가동과 쉬기를 반복한다.

적당한 가온(加溫) 방법이 없다면 보온 시설이라도 갖추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블루베리는 건강식품으로 안토시아닌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눈에 좋고 당 산 비타민이 풍부하고 식이섬유 함량이 많아 혈청 및 간의 콜레스톨 수치를 저하시키고 변비개선과 장내 운동, 대장암, 직장암 예방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키도 크지 않고 아담한 것이 하는 짓도 예쁘다.

젊은 나이에 농업을 공부했다고 하지만 실제 영농은 쉽지 않았다.


주위에 물어보고 책도 보고 농업인 대학 등 교육도 받고 농장 방문도 수십 번 했다.


또 토양검정부터 영농 순기에 맞춰 일하자니 쉬는 날이 별로 없다.

품종 선택에 있어서도 남부 하이부시와 레빗아이 계통의 품종을 심어 냉해(冷害)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담양군의 원예특작 사업으로 적기에 시설하우스 지원을 받아 냉해를 줄일 수 있어 고마웠다.


북부 하이부시 계통의 품종은 내한성은 좋지만 이미 많이 식재되어 있어 6월 중하순부터 집중 출하를 하기 때문에 홍수 출하를 피하고 소비자가 원하면 연중 생과일을 공급하려고 시도했던 것이 나에게 여러가지 부담을 주었다.

농작물을 키우는 것은 희망을 가지고 사랑을 싣지 않으면 잘 자랄 수 없으리라. 물이 부족해서 관수를 해주면 내 갈증이 해소된 듯 나무에 생기가 돋는다. 작업하다가 나무가 다치면 내 몸이 찧기는 듯 아픔으로 다가선다.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여름 장맛비에 침수걱정, 과식이 될까 시비량 조절, 추위에 떨지 말라고 유기 복토를 하다가 몸저 누워 병원에 입원했던 일….


너는 봄 날에 화사하게 웃고 있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내려 앉은단다.


배고플 때 먹을 것을 주고(시비), 목마를 때 물을 주고(관수), 추울 때 옷을 입히는(복토), 사랑으로 나무는 자란다. 사랑의 매도 필요했다. 전정과 꽃따기는 사랑하지만 전체를 위해서 일부를 희생시키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많이 가졌다고 정신적 도덕적 균형을 잃은 그리스 문학의 비극의 3막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무의 모양도 키를 자랑하는 직립형, 편히 앉아있는 모양의 개장형이 있고 꽃의 자태도 여러가지 모양이다, 오닐 등 남부 하이부시와 듀크는 포도송이 처럼 모여있는 것, 열매 모양이 토끼 눈 같다해서 붙여진 레빗아이 계통의 품종인 브라이트 웰은 참 빗살처럼 가지런히 줄을 서고 있다.


하얀 우유 빛을 띄고 풍만한 자태를 뽐내는 나무도 있고 날렵한 여인의 허리를 연상케 하는 것도 있다.


한 개의 꽃눈은 7개의 꽃을 피운다. 줄을 세워 늘어선 모양이 연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일곱 처녀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 같다.


연인도 모르게 한다는 봄볕을 온 몸으로 맞으며 사랑스런 너의 곁을 떠날 수 없다.


그리고 지난날 폭풍우 속에서도 오롯이 사랑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수많은 밤을 반추하고 있다.


꽃에는 향기가 거의 없다. 무향진수(無香眞水)라 할까, 그런데 열매에서는 향기가 나고 분(粉)을 바르고 화장을 하니 요조숙녀의 모습일까.


너는 나에게 순백(純白)의 나래를 펴며 5월의 훈풍과 함께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에게 사랑의 선물을 전해주고 싶다는 밀어(密語)의 약속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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