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채씨, 공인노무사로 일하며 司試 합격

창평면 유천리에서 형제 법조인이 탄생해 화제다.
유천리에서 축산에 종사하는 고홍석·나연숙씨의 둘째 아들 영채(37)씨가 형 영철(40)씨에 이어 제5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고영채 합격자는 창평초, 창평중, 창평고를 졸업한 지역인재로 어려운 가정형편을 감안, 서울 유학에 따르는 생활비를 줄이자는 부친의 권고에 따라 서울 명문대에 합격할 성적이었으면서도 형과 같은 대학인 경희대 법대에 진학, 2002년 졸업했다.
재학시절부터 공부했던 사법시험이었지만 졸업후에도 2차시험에서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던 영채씨는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공인노무사를 준비해 2009년에 합격, 노무사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10년전 사법시험에 합격해 군법무관(부장판사)으로 근무하는 형을 보며 법조인의 꿈을 버리지 못한 영채씨는 노무사 생활을 하는 동안 틈틈이 사법시험을 준비, 지난해 1차시험에 합격했다.
둘째 아들의 늦깎이 도전을 이해한 아버지는 공인노무사일과 2차시험 준비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어려운 처지를 헤아려 노무사 일을 그만두고 시험에만 집중하도록 비용을 대줬다.
“나이를 먹어서도 아버지께 손을 벌려야 한다는 죄송한 마음에 더욱 열심히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저를 믿고 도와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영채씨는 사법연수원에 다니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5개월여를 공인노무사로 일하겠다던 당초 계획을 바꿨다.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예비판사나 검사로 임관하고 싶다는 아들의 생각을 알고 있는 부친이 비용을 대겠다며 노무사 일을 하지 말고 학원에서 연수원 준비를 하라고 엄격히 당부했기 때문이다.
부친 고홍석씨는 “초심을 잃지 않고 항상 정직하고 어려운 사람의 처지를 헤아릴 줄 아는 따뜻한 법조인이 되길 바란다”고 둘째 아들에게 당부했다.
고영채 합격자는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공부를 잘하는 거짓말쟁이가 되기보다는 공부를 못하더라도 정직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듣고 자랐다”며 “부모님의 당부처럼 열심히 노력하며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아는 법조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