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해충 걱정없고, 일손 안들고, 판로까지 보장
메타길 ‘네자매농원’ 정재식씨, 첫해부터 대박

메타길 인근 귀농인 정재식씨의 농경지에서 백향과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백가지의 맛과 향이 나는 과일, 백향과(패션후르츠)로 대박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귀농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담양읍 학동리 메타세쿼이아길 인근 농경지에서 네자매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재식(38)씨.
이웃 광주시에서 건축업에 종사하다 올 봄 귀농한 정씨는 농업기술센터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백향과를 지난 5월 노지(500평)와 하우스(230평)에 정식했다.
본래 하우스도 500평 정도는 됐었지만 영화촬영 세트장 부지로 태반이 들어가는 바람에 면적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정씨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지주대가 처질 정도로 주렁주렁 매달려 탐스럽게 익어가는 백향과 때문이다.
줄기열매로 패션푸르트라고도 불리는 백향과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열대나 온대지방에서 재배할 수 있다.
비타민C를 비롯 마그네슘과 철과 아연 등의 함량이 뛰어나 인기가 많지만 그동안 해외에서 급속 냉각으로 수입된 냉동과일을 유명 백화점 식품코너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후와 풍토에 맞는 품종이 개발돼 국산 생과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여자의 과일’로 불리는 석류와 비교하면 비타민은 3배, 섬유소는 5배가 많은데다 노화방지와 피로회복, 만성변비에 좋고 천식에도 효험이 탁월한데다 평균당도가 17.5브릭스에 이르는 등 ‘여신의 과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씨앗에서 발아된 모종이 자라서 열매를 수확하기까지는 2년이 소요되는데 노지재배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실생묘를 사용하지 않고 대만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실생묘를 접목의 방법으로 개량한 모종을 수입해 육묘장에서 가온 재배한 1m75㎝ 정도의 모종을 1평에 1주 단위로 노지에 심게 된다.
이렇게 식재된 모종은 지주대를 따라 6개월여를 성장하며 새로운 마디가 생길 때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는데 정씨는 “1주당 200개 정도의 열매가 열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특징적인 점은 열매가 익어가는 와중에도 새로운 꽃이 계속해서 피면서 새로운 열매가 성장한다는 것인데, 병충해가 없어 농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데다 중간 중간 필요한 양분들은 관수호스를 통해 공급해주면 그만으로 일손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특히 열매가 익으면 조심스럽게 따주어야 하는 일반적인 과일들과는 달리 백향과는 열매가 충분히 익게 되면 저절로 땅으로 떨어지는데 표피가 두꺼워 돌이나 딱딱하고 뽀족한 것에 부딪치지 않는 한 상품성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아 떨어진 것들을 주워 담기만 하면 된다.
보관도 상온에서 열흘 이상 가능하기 때문에 물류비가 적게 들고 판로 또한 E마트와 일본의 후꾸토미사 등과의 납품계약이 성사돼 걱정이 없다.
게다가 국내에 모종을 독점 공급하는 회사가 전체적인 모종 공급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과잉생산에 의한 가격폭락의 염려마저 없다.
이처럼 구미를 당기게 하는 백향과는 노지재배에서 2번, 하우스에서는 3번까지 익은 열매를 딸 수 있는데 상품으로 팔기 위해서는 1개당 중량이 65g을 넘어야 한다.
정씨의 경우는 5월 15일에 식재해 7월 중순부터 익은 열매를 수확하기 시작했는데 하루 200~300개, 많은 날은 700개까지 수확했다고 한다.
다 익은 열매는 90g 이상인 특품이 650원, 75g 이상은 상품은 600원, 65g 이상인 중품은 550원에 출하됐다.
평균 600원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적게는 12만원에서 많게는 42만원까지 벌어들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1주에 200개를 수확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정씨가 식재한 700주 모종이 8천400만원의 수입을 올려준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딸기가 끝나고 다시 출하되기 전인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이렇다 할 소득원이 없는 현실과 대조하면 백향과가 얼마나 매력적인 작물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건설일을 접고 귀농한 후 딸기나 멜론의 후속작물로 뭐가 좋을까를 찾다가 담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백향과를 해보기로 결심했다다는 정재식씨는 “백향과를 심을 때 주위 분들이 ‘시범사업은 하는 게 아니야’라며 극구 만류하는 등 비웃음마저 사기도 했다”면서도 “이제는 많은 분들이 찾아와 어떻게 하면 재배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등 달라진 처지를 확연히 느끼고 있다”고 자랑했다.
한편 정씨는 현재 백향과 모종을 대만으로부터 독점 수입해 가온농장에서 접목묘로 개량시켜 공급하는 미래국제물류(대표 이재호)의 본부장직을 겸하고 있으며, 백향과 재배를 희망하는 24명의 농업인이 참여한 영농조합 죽녹원길(대표 최재호)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영농조합은 국제물류로부터 백향과에 대한 ▲호남권역 집하장 ▲물류사업권 ▲모주판매 사업권 ▲수출사업권을 확보하는 등 백향과 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