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출생신고·등본·계약서 작성 ‘헷갈려’
우편·택배 배송지연…설 명절 물류대란 우려
새해들어 익숙하지 않은 도로명주소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서 곳곳에서 혼선이 속출하는 것은 물론 설을 앞두고 물류대란마저 우려되고 있다.
도로명주소는 주민등록등본 등을 발급받거나 출생·혼인·사망신고 등을 작성할 때 쓰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자신의 주거지 도로명주소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읍면사무소에서 부랴부랴 스마트폰을 검색하거나 아니면 담당 공무원들에게 물어 겨우겨우 알아내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읍면사무소 일선 창구에서는 업무처리 시간이 배 이상 소요되고 있다.
군청 민원봉사과를 찾은 주민 박모(32)씨는 “새해부터 도로명주소로 바뀐다는 것은 알았지만 견본에 지번주소로 쓰여 있어 나도 모르게 옛 주소로 작성했다”며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소를 검색해 도로명주소를 기록했지만 기존에 쓰던 주소가 익숙해서 그런지 바뀐 도로명주소가 도통 외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절 선물배송을 앞둔 집배원들과 택배기사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도로명 주소에 익숙하지 않은 택배기사들은 궁여지책으로 기존의 지번주소와 도로명주소를 함께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계는 지번주소를 입력하면 도로명 주소가 안내되는데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그만큼 택배가 지연된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송장에 도로명주소가 적혀 있으면 배송하기 전에 수신자에게 미리 전화를 걸어 지번주소를 묻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도로명주소를 일일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기존 지번주소로 찾아가는 일이 너무 번거롭다”면서 “도로명주소를 숙지하기가 쉽지 않아 배송물량이 많아지는 명절을 앞두고 물류 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배원 김모(45)씨는 “도로명 주소에 대한 숙지와 기량평가 등을 통한 교육을 받았는데도 익숙하지 않은 탓에 실제로는 분류작업이 평소보다 지체되고 있다”며 “도로명 주소가 적힌 우편물은 배달시 일일이 주소를 검색하고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집배원들이 힘들어 하는데 일반 주민들은 오죽하겠냐”고 반문했다.
도로명주소 시행은 부동산 거래에도 혼란을 주고 있다.
매매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건물주소는 기존의 지번주소를 표시할 수 있지만 계약당사자들의 주소는 도로명주소를 쓰도록 강제돼 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 이모(65)씨는 “옛 주소와 새 주소 모두 알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헷갈린다”며 “익숙해질 때까지 한동안은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도로명주소 전면사용에 따라 나타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제도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 도로명판·건물번호판 등 시설물을 점검하고 주민들에게 적극 홍보해 혼란을 최소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로명 주소는 원하는 위치를 보다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도로(길)에는 도로명(길 이름)을, 건물에는 그 도로를 따라 번호를 순차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이다.
8차로 이상은 ‘대로’라고 부르며 2~7차로는 ‘로’라는 이름으로, 이보다 좁은 곳은 ‘길’이라는 명칭이 부여된다.
건물번호는 서쪽에서 동족으로, 남쪽에서 북쪽 방향으로 부여되며, 도로의 왼쪽에 있는 건물은 홀수 번호가, 오른쪽 건물은 짝수 번호가 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