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사한 가창오리와 큰기러기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H5N8형이 분리되면서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조류 인플루엔자(AI)는 감염된 가금류에서 잠복기(보통 7일 내외, 최대 21일)를 거친 다음 호흡기 증상, 급격한 산란율 감소, 벼슬 등 머리 부분의 청색증, 머리와 안면부 부종, 사료섭취 감소, 설사 등의 임상증상을 일으킨다. 사람은 고열, 오한, 기침, 호흡곤란, 근육통, 설사, 두통, 폐렴 등 독감 증상을 보인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A형, B형과 C형의 3가지가 있다. 그리고 이 중 A형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사람과 동물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힌다. A형 바이러스는 또다시 H형과 N형으로 분류된다. 현재까지 H형 16개와 N형 9개가 알려져 있으며, 이들이 조합되면 산술적으로 144개의 혈청형이 가능하다. 이 중에서 고병원성인 것은 H5형 및 H7형이다. 과거 외국에서 H5N1형과 H7N9형이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2003년 이후 4차례 발생한 H5N1형과 올해 전북 고창, 부안, 정읍에서 처음 발생한 H5N8형도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이지만 아직까지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 사례가 없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1990년 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H5N1형과 H7N9형이 외국에서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켰지만, 사망자 수는 400명이 넘지 않았다. 물론 사망자가 나왔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일반 독감에 의해서도 세계적으로 매년 수십만 명씩 사망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방역당국은 사육 중인 닭과 오리는 물론 식용 란까지도 모두 살처분 및 폐기하기 때문에 감염된 닭고기, 오리고기, 달걀 등이 시중에 유통될 수 없다. 또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0℃에서 30분(80℃에서 1분)간 열처리하면 사멸하기 때문에 닭고기, 오리고기를 조리해서 먹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이상 소비가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부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살처분 정책을 쓰고 있는 이유는 1)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가금류(닭, 오리, 칠면조 등)에 감염되면 폐사율이 매우 높아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고, 2)사람에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변이되어 공중보건학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3)이러한 고병원성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하게 되면, 가금류 생산물의 수출 금지, 관광객 급감, 국가 브랜드 하락 등 기타 산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반 소독약의 소독효과가 좋은 편이다. 염기제제(탄산소다, 가성소다, 생석회), 산성제제(구연산, 초산), 산화제(차아염소산), 알데히드제제(포름알데히드, 글루타알데히드) 등을 사용하여 축사 주변, 차량, 사체 및 토양을 철저히 소독하면 된다. 사람이 감염된 경우에는 oseltamivir(타미플루, 상품명), zanamivir(리렌자, 상품명) 등 항바이러스약을 투약한다.
이번 기회가 축산 농가의 방역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닭이나 오리 사육농가는 축사 주변과 사료, 약품 차량 및 운반자들의 소독을 그 어느 때보다 철저히 하고, 외부인의 방문 역시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철새들이 축사 근처에 오지 않도록 차단하고, 철새 도래지 및 인근 하천이나 저수지에 가지 말아야 한다. 특히 감염된 가금류나 그 분변에 접촉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하고,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잘 지켜야 한다. 기르고 있는 가금류에 이상 증상이 있으면 절대 해부하지 말고 방역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건강하게 사육한 가축이 사람의 건강을 지킨다는 믿음을 가지고, 농장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공장형 밀식사육이 고병원성 변종 바이러스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에도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