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천 현대의원 원장
다친 데도 없는데 어깨, 뒷가슴 등이 담 결린다고 병원에 온 환자들이 있었다. 필자는 담결림이란 말을 못 알아들어서 사전을 찾아보니, 대강 울혈 내지 근육에 통증이 오는 상태라는 것이다. 또 어떤 환자는 만성 통증증후군, 섬유성 근통, 신경병성 통증 내지는 섬유근성신경통이라고 큰 병원에서 진단받았다며, 난치병인데 물리치료나 하러왔다는 것이다.
병명부터 아리송한 이 병은, 등골(척수)에서 나오는 신경뿌리(신경근)가 지속적으로 자극받는 상태여서, 보통사람이라면 통증으로 느끼지 않을 정도의 사소한 자극에도 말초신경이 반응하여 근육과 골격계가 아프다고 느껴지는 질환이다. 즉, 고질적인 통증병인 신경병이라고 하겠다.
화교로서 케임브리지 의대를 나온 군(Gunn) 박사는 이와 같은 일연의 질병의 무리를 신경병이라고 진단하고 근육 내 자극치료(IMS)라는 유력한 치료방법을 제시했다. 캐나다에서 군 박사가 개발한 이 치료법은 미국, 유럽을 경유하여 1990년대에 한국에도 소개되었다. 이 방법은 아픈 부위의 근육 등에 바늘을 찔러서 자극하는 방법으로, 외견상 동양의학의 침술과 유사하다. 그러나 경혈이나 음양오행과 관계없고 해부학, 신경해부학, 신경생리학 및 전기생리학 등의 정통의학에 기초한 과학적, 합리적 치료법이다. (현재 서양과 중국 등에서 동양의학인 침, 뜸으로 경혈을 자극할 때, 뇌 내 신경전달물질의 양이 변화되고, 아픈 부위의 조직이 회복한다는 증거를 신경생리학적, 영상학적으로 증명하려는 많은 연구가 시행되고 있어서, 장차 한국도 동서의학이 일원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신경근병성 통증은 인체의 어느 부위에도 발생할 수 있지만 허리, 목, 어깨에 흔하다. 가장 흔한 신경병의 원인은 척추증이다. 척추들은 근육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자세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나쁘면), 척추주위 근육들이 저절로 수축하여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나쁜 자세가 습관이 될 경우, 관계되는 근육들이 균형을 맞추려고 계속 수축된 상태에 있게 되는데, 그 결과 척추주위 근육들이 단축된다(짧아진다). 그 결과로 근육이 부착되는 척추들 사이에 들어 있는 디스크가 눌려서 손상되기도 하고, 단축된 근육의 끝부분인 인대나 또는 건들이 점차 약해지고 찢어져서, 결과적으로 척추가 전위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세가 좋지 않으면 아픈 자리의 근육, 인대만 변성되는 것이 아니다. 아픈 부위의 근육들은 운동 및 감각을 담당하는 해당부위 등골에 계속적으로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보통 사람 같으면 느끼지 못할 사소한 자극에도 해당등골과 신경근이 아주 예민하고, 과민하게 반응하여, 결과적으로 신호를 보낸 근육이 심하게, 오랫동안 통증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경병 환자에서는 통증부위 근육과 그 부위와 관련되는 신경부위도 반드시 확인하여 치료해야 한다.
또한 근육 내 자극요법 치료시 아픈 근육 전체 층을 바늘로 찔러야 하는데, 병이 심하면 심할수록, 바늘 끝에 닿는 근육이 마치 밧줄처럼 딱딱한 느낌이 드는데, 이렇게 바늘 끝으로 느껴지는 감촉으로, 치료 중에 깊은 부위의 병 상태까지 덤으로 진단도 할 수 있다.
이 치료법은 주로 만성 허리통증, 어깨 목의 통증, 테니스엘보, 방아쇠손가락 등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골관절염이 심하거나, 압박골절 등으로 뼈의 변형이 있는 경우에는 효과가 적고, 임신초기, 현저한 염증부위 및 혈우병환자에게는 금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