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 달랑 1곳, 바비큐장에 고작 소화기 1대 비치
대덕면 펜션 화재로 대학교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동문 26명 가운데 4명이 숨지고 5명이 크고 작은 화상을 입는 참사가 담양에서 일어났다.
화재 피해자들은 황토 흙담집 옆 공터에 지어진 임시 가설물 형태의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다가 불이 나자 출입문을 통해 탈출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화마의 피해를 당했다.
소방당국은 단층가설물에 난 불로 이처럼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건물 구조가 화재에 취약해 급격하게 불이 번졌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이 난 바비큐장은 바닥은 나무에, 벽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인데다 2.5m 높이의 천장마저도 화재에 취약한 억새를 얹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바비큐장 전체가 성냥불만 갖다 대도 쉽게 타버릴 가연성 물질로 시설돼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불판에 물을 부을 때 갑자기 튄 불티가 지붕을 태우고 패널을 따라 가설물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패러글라이딩 훈련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바비큐장으로 돌아와 저녁을 하며 술자리를 갖고 있었던데다, 출입문이 퇴로문도 갖추지 않는 달랑 한곳뿐이어서 피해를 더 키운 요인이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미처 화마의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상자 4명 모두가 출입문 쪽에서 뒤엉켜 발견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출입문이 2개로 갖춰져 있든지, 퇴로문이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여기에 펜션이 별다른 소방시설을 갖추지 못한 점도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지 못하게 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 펜션에는 모두 9개의 소화기가 비치돼 있었지만 이 가운데 3개는 10년 이상 된 낡은 제품이었으며 바비큐장에도 소화기가 1대밖에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무허가 가설물이 포함된 이 펜션이 1천㎡ 이하라는 이유로 안전 점검대상에서 제외됐을 뿐만 아니라 소방당국은 1년이 넘도록 단 한 차례도 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화재는 ‘예고된 재앙’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읍 주민 김모(52)씨는 “대덕면 펜션 화재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 풍토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씁쓸한 사건”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관계당국은 뒷북행정만 펴지 말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