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백 하나라도 더 배정 안되나요”
수확량 줄고 쌀값마저 떨어져…大農들 손해 커 ‘긴 한숨’
지난 16일 이른 아침 2017년산 공공비축미 수매가 한창인 수북면 풍수1구의 농협창고를 찾았다.
이날은 수북면 전역에서 20마지기(4천평) 이상 짓는 대농들을 위주로 800㎏ 톤백 231가마(40㎏ 4천620가마)를 수매하고 있었다.
수매를 대행하는 수북농협(조합장 박근석)은 농업인들의 편의를 위해 15일 오후 1시부터 시작해 저녁 8시까지 농업인들이 싣고 오는 톤백 벼를 농협 앞마당에 적재토록 지게차를 운행해줬다.
또 수매일 당일에는 박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들과 수북농협 농가주부모임(회장 박정희) 회원들이 7시30분에 창고로 나와 계근대와 텐트를 설치하고 농업인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김치찌개, 막걸리를 대접했다.
수매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수확기인 10월에 비가 자주 내리는 바람에 농사를 망쳤는데 수매가마저 좋지 않다”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나산마을의 심정숙(61)씨는 수량을 점검하는 수매관계자들에게 “혹시 남는 양이 있으면 하나만 더 나에게 배정해 줄 수 없냐”고 사정해 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안된다”는 말 뿐이다.
심씨는 부군(허성열)과 함께 농 3천평과 밭 1천평을 경작한다.
올해 논에서 40㎏ 200가마를 수확해 수북 RPC에 98가마를 내고 22가마는 방아갓에 팔았다. 나머지는 자급용 식량이나 가족 및 친지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공공비축미로는 1개(40㎏ 20가마)가 배정됐는데 RPC보다 공공비축미가 가격이 좋다보니 1개라도 더 내고 싶은 마음에 짐짓 떼를 써보지만 통하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던 김재호(정중리·47)씨는 깊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농업회사법인 정금에 참여하고 있는데 담양군 최초로 드론을 이용해 무인항공 방제를 하는 대농이다.
10만평(500마지기)을 짓는 대농인 그는 공공비축미 수매가 하락으로 가장 타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자신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농사가 안돼 수확량이 줄었는데 수매가 마저 떨어져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900평을 기준으로 지난해 50가마(40㎏)를 수확했는데 금년에는 10월부터 잦아진 비와 병충해, 도복피해가 발생하며 45가마 밖에 거두지 못했다.
어림잡아 555가마가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공공비축미 1등급 지급가도 작년 5만2천270원이던 것이 올해는 4만5천원으로 7천270원(△13.9%)이 떨어졌다.
그는 “올해 공공비축미로 40㎏ 1천가마를 배정받았는데 작년과 비교하면 727만원이 적은 금액이다”며 “여기에 수확량 감소분과 RPC 수매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분을 합치면 줄잡아 1억원은 손해보는 것 같아 죽을 맛이다”고 푸념했다.
수매현장에 나온 농업인들을 독려하는 박근석 조합장은 “좋은 가격으로 원하는 양을 모두 수매해 농민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며 “수매를 대행하는 입장에서 농업인들이 편하게 수매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조금이라도 시름을 덜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