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쑥 국에 산촌 처자 속살 찐다’는 말은 갓 돋아난 쑥으로 국을 끓여먹은 산골 아가씨가 새 봄을 맞아 한층 성숙해진다는 의미다. ‘봄 쑥국은 며느리 몰래 먹는다’는 말도 있다.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싹을 틔운 쑥이 여자의 생기와 윤기에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간접화법으로 암시한 표현이다.
쑥에는 ‘씨네올’과 ‘요모긴’이란 성분이 들어있어 대장균의 활동을 막고,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쑥국이 몸에 이롭다는 말은 여기에서 연유한다.
중국 후한 말, 전설적 명의 화타(華陀)도 “삼월 인진쑥은 능히 병을 고친다”고 했다. 명나라 때 의학서 ‘본초강목’에서도 쑥은 여성들의 생식에 이롭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여성의 출산능력을 높여주는 묘약으로 보았다.
쑥은 맛은 쓰지만, 성질은 따뜻해 비장․신장․간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예전의 우리네 할머니들은 아이를 임신한 며느리가 아랫배에 통증이 있거나 하혈을 하는 등의 유산 기미가 보이면 쑥을 뜯어다 먹였다. 쑥이 유산을 막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쑥을 먹으면 불규칙한 생리주기를 고르게 해주며 얼음장처럼 찬 손발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했다.
요즘에도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 쑥으로 찜질을 해주는 풍습이 남아있다. 여자들은 물에 쑥을 풀어 목욕을 하거나 베개 속에 쑥을 넣고 잠을 자기도 한다. 쑥을 통해 왕성한 생식능력을 전해 받으려는 소망의 표현이다.
쑥은 옛날부터 생명력과 다산의 상징이었다. 생명력이 강해 어느 곳에서라도 잘 자라고 번식력이 왕성하다. 1945년 8월 6일과 9일에 일본의 히로시마(広島)와 나가사키(長崎)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학자들의 관심은 원폭투하 지역에 무슨 생물이 살아남을까 였다. 다음 해 조사를 해보니 식물은 유일하게 쑥이 돋아났다. 이 점에서 방사능을 헤치고 살아 나온 쑥을 강한 생명력으로 표현한다. 모질고 끈질긴 약초 식품임에 틀림없다.
최근 들어 개똥 쑥의 효능이 몸에 이롭다고 밝혀졌다. 개똥 쑥은 발열감기․학질․소아경기․소화불량․이질 등 치료에 이로운 것으로 전해진다.
봄날에는 쑥국이 제격이다. 겨우내 쌓인 피로를 쑥국 한 방에 날려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