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지도> 93. 사단법인 담양양봉연구회 박은식 회장
<인물지도> 93. 사단법인 담양양봉연구회 박은식 회장
  • 설재록 작가
  • 승인 2017.04.2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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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은 사람에게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봄이 되자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기 시작한다. 꿀벌들의 움직임도 부산해졌다. 1㎏의 꿀을 만들기 위해서는 꿀벌이 무려 560만개의 꽃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는 서양 격언이 있다. 1㎏의 꿀을 만들기 위해 560만개의 꽃을 찾아다녀야 하는 꿀벌들이 슬퍼할 겨를이 어디 있고, 기뻐할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사단법인 담양양봉연구회’ 박은식(69세) 회장 역시도 꿀벌처럼 부지런하기로 평판이 나 있다. 이때쯤이면 마음은 벌써 아카시아꽃 만발하고, 밤꽃이 야릇하고 진한 향내를 내뿜는 밀원에 가 있다. 새벽부터 어둠이 내릴 때까지 벌통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며 출발의 날을 기다리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며칠 후면 800만 대군 꿀벌들을 이끌고 채밀(採蜜) 여행을 떠나야 한다.


박씨는 2006년,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하던 무렵 친형님으로부터 꿀벌 한 통을 선물로 받았다. 양봉하는 사람들은 ‘꿀벌 한 통’이라고 하지 않고, ‘꿀벌 1군’이라고 한다. 무리(群)라는 뜻이다. 선물로 받은 꿀벌 1군은 곧 분봉을 해 2군으로 불었고, 그해 꿀 4말을 땄다.


“취미삼아 시작한 것인데 제2의 인생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처음 양봉을 시작했을 때는 들판에 자운영이 천지였습니다. 자운영이 아주 좋은 밀원(蜜源)이거든요. 처음 꿀을 따고 나서 잘만 하면 금방 부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나선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양봉이 어느새 10년을 넘겼고, 현재 박씨가 기르고 있는 꿀벌은 450군(群)에 이른다. 그리고 꿀은 연평균 15드럼을 따고 있다. 그렇다면 연평균 소득은 얼마나 될까?


“첫해에 꿀 너 말을 땄을 때는 금방 부자가 되겠구나 싶었는데 어디 인생살이가 계산기 두드리는 것처럼 딱 들어맞습니까? 손해는 안 보지만 이제는 꿀을 딴다는 마음보다 꿀벌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고 있습니다. 우리 사람들이 꿀벌에게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벌이 우리 사람들에게 유익하다는 것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습니다. 꿀벌은 절대 사람에게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관리해준 만큼 보답합니다. 농약이 뿌려진 곳은 접근하지 않습니다.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꿀벌은 꽃을 해치지 않고 꿀을 땁니다. 꿀벌이 멸종되면 아마 지구도 멸망하게 될 겁니다.”


박씨는 온통 ‘양봉 강군’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양봉이 강한 담양군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들렸는데 그게 아니었다. ‘양봉 강군(强群)’인 것이다. 강한 꿀벌 무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강군(强群)이 되려면 대략 8만 마리의 꿀벌들이 한 무리를 이루어 살아야 한다. 그 정도가 되어야 많은 꿀도 딸 수 있다.


박씨가 채밀 여행을 떠날 때는 꿀벌 100군이 함께 이동한다. 꿀벌 800만 마리가 함께 이동하는 것이다. 꿀벌 100군을 1톤트럭 3대에 나누어 싣고 먼 길을 떠난다.


“벌들이 집에 들어 간 밤 9시쯤에 출발해서 다음날 새벽 2시 경에 현지에 도착합니다. 도착해서 출입구를 열어놓으면 벌들이 나와서 정찰을 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먼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꿀벌들은 반경 1~2킬로미터 안에서는 회귀를 해 버리니까요. 또 이동할 때는 논스톱으로 달려야 합니다. 중간에 쉬면 벌통 안에 열이 발생해 꿀벌이 모두 폐사해 버리니까요.”


이렇게 이동할 때는 일기예보에 신경을 쓴다. 현지 도착 첫날이면 벌들은 날씨와 관계없이 정찰을 나서는데 이때 벌들이 비에 젖어 떼죽음을 당할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현지 도착 후 이틀이나 사흘 정도가 지나 비가 내리면 이때는 벌들이 밖에 나오지 않는다.


채밀 여행의 출발 시기는 대략 5월 5일쯤이다. 이때부터 아카시아꽃이 피기 시작한다. 지역에 따라 아카시아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다. 먼저 경상북도 성주로 가서 1주일 머물다가, 천안으로 이동해 1주일, 그리고 강화도로 가서 1주일을 지내면 아카시아꽃 채밀이 끝난다. 이쯤이면 5월도 끝나고 6월이 시작된다. 6월초부터 20여 일 동안은 찔레, 떼죽, 산딸기 등 잡화 채밀을 한다. 그리고 6월 20일부터 말일까지 열흘 동안 밤꽃 채밀을 한다.


채밀이 끝나면 분봉(分蜂)을 한다. 1통을 3군으로 분봉을 하는데 이 일은 대략 7월 20일이면 마무리되는데 꿀벌은 400군이 된다.


“이때부터 이른바 벌의 양육(養育)이 시작됩니다. 내년 양봉농사를 위해 건강한 꿀벌을 길러내야 하는데 물, 화분을 같이 줍니다. 양봉하는 사람들은 이때 꿀벌에게 주는 먹이를 ‘화분떡’이라고 합니다.”


화분떡을 먹는 꿀벌들은 4~5개월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채밀기의 꿀벌들은 안타깝게도 그 수명이 50여일 남짓이다.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인해 수명이 단축된 것이다.


7월말부터 11월말까지 꿀벌들은 그야말로 주인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잠을 자기도 한다.


꿀벌들에게 편안한 시간은 잠시뿐이다. 11월말이 되면 벌을 깨운다. 이때부터 산란이 시작되고 4월말부터는 벌을 키운다. 그런데 이 시기는 밀원도 없고, 또한 꿀벌들도 활동을 못하기 때문에 설탕을 먹여 꿀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사양꿀’로 먹이를 대신하게 된다. 이 사양꿀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다.


“벌들은 꽃이 피었을 때 꿀을 모아 멸균실을 만들고 겨울을 준비합니다. 헌데 인간이 양봉을 시작하면서 벌의 양식인 꿀을 걷어가게 되었고, 인간이 꿀을 걷어 가면 벌들이 살 수 없기 때문에 겨울잠을 자기 전에 설탕물을 먹여 벌들로 하여금 겨울을 버틸 양식을 줍니다. 이것이 바로 흔히 가짜꿀이라고 하는 ‘사양꿀’입니다. 이 사양꿀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우리 담양양봉연구회에서는 아예 이 사양꿀을 생산하지 않기로 결의를 했습니다. 우리 담양에서 나는 꿀은 진짜 벌꿀이라는 것을 회장의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2016년 우리 담양꿀은 품질과 환경 등에서 ISO(국제표준규격)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담양꿀은 믿고 드셔도 된다는 반증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박씨는 요즘 양봉하는 사람들은 걱정이 너무 많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흑등말벌, 진드기, 깍지벌레, 바이러스 등으로 꿀벌의 폐사가 많다. 밀원은 점점 사라지는데 양봉하는 사람들은 많아지고 있다.


“이런 어려운 점이 많은 가운데도 담양군에서 시행하고 있는 하우스농가 수정벌사업이 우리 양봉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이 좀 더 확대된다면 참 좋겠습니다만...”


현재 담양군에서는 하우스농가수정벌사업과 관련하여 연간 2천500군의 꿀벌을 농가에 지원하고 있다. 


   *이 글은 2017년 4월 17일 현재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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